그간 일상에서 인사치레처럼 써 온 "예쁘다"는 말이 상대방에게 성적 수치심을 안겨 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본 적 있는가.
한국성폭력상담소 이미경 소장은 "이른바 '외모품평'을 즐기는 사람들은 이내 '호의' 또는 '친근감의 표현'이라는 근거를 든다"며 "여기서 생각해 봐야 할 것이, 신입사원은 상사에게 '오늘 예쁘다'라는 말을 못하잖나"라고 꼬집었다.
"말하는 사람 입장에서 칭찬처럼 '예쁘다'는 표현을 쓰더라도 듣는 사람은 그것을 원하지 않을 수 있다. 그것이 상대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인권 문제와 연결돼 있다는 점을 알지 못하는 것이다."
젠더 문제를 깊이 연구해 온 한림대 사회학과 신경아 교수에게 보다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그는 "다른 사람의 외모를 언급하지 않는 것은 예의"라고 선을 그었다.
"성폭력은 단둘이 있을 때에만 일어나지 않는다. (최근 성폭력 피해를 폭로한) 서지현 검사와 최영미 시인이 지적한 지점 역시 여러 사람이 있는 가운데서 벌어지는 신체 접촉뿐 아니라 '예쁘다' '치마가 어떻다' '몸매가 어떻다'는 식의 언어적 성폭력을 포함한다. 결국 외모품평은 맥락을 봤을 때 권력을 지닌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 가하는 신체적, 언어적 표현이다."
신 교수는 "예를 들어 남성이 여성의 신체 조건을 언급하는 것은 순수하게 신체 조건을 언급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성적 대상화하는 코드로 작용한다"며 지적을 이어갔다.
나 전에 진짜 첫사랑 오랜만에 만나서 진심으로 예쁘다고 생각했는데
난 성적으로 대상화한거구나. 이 정신나간 것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