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64)는 23일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향해 “무하마드 알리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북·미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의제가 “만약 미봉책으로 끝나거나 정치적 수사로 합의가 될 경우”를 가정해 언급한 것이다. 홍 대표는 왜 권투선수 알리를 언급했을까.
홍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나는 미·북 회담이 북핵 폐기를 위한 CVID(완전한 비핵화) 회담으로 성공하기를 간절히 바란다”면서 “만약 미봉책으로 끝나거나 정치적 수사로 합의가 될 경우 트럼프나 문 대통령은 미국민이나 한국민으로부터 무하마드 알리가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두 분이 철저한 한·미 공조로 이번 싱가포르 회담을 성공시켜 5000만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든든한 안보 수장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홍 대표가 두 대통령을 알리에 비유한 것은 알리 생전 별명인 ‘떠버리’를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알리는 경기 전 상대방을 공개적으로 ‘애송이’ 등으로 부르며 특유의 독설로 관심을 끌었다. “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쏜다”는 말도 경기를 앞둔 알리의 입에서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두고 “큰 성공을 거둘 것”이라며 관련국의 기대를 높인 점을 알리 언행에 빗댄 것으로 보인다.
홍 대표는 지난 18일에도 페이스북에 “트럼프나 문재인 정권은 이제 되돌리기에는 너무나 많은 장밋빛 환상을 자국민들에게 심어줬다”면서 “지난 30여년간 끌어온 북핵 문제가 한바탕 쇼로 풀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북한이 6일 예정된 남·북 고위급회담을 일방적으로 취소하면서 분위기가 급랭하던 때였다.
홍 대표는 잇따른 경고와 함께 북·미 회담 성공 메시지도 곁들였다. 애초 남·북 정상회담을 “위장평화쇼”라고 일방적으로 깎아내리던 것과는 결이 다소 달라졌다.
홍 대표가 북·미 회담 정국에서 거둘 수 있는 성과는 무엇일까. 지난 17일 홍 대표가 미국 백악관·중앙정보국·국무성·의회 등에 보내겠다고 한 서한 내용에서 그 수준을 가늠해 볼 수 있다.
홍 대표는 이 서한에서 최근 북한이 반발한 미국 내 대북 강경파들의 주장과 거의 같은 논리를 폈다. 북한 비핵화엔 PVID(영구적 비핵화) 원칙을 강조하면서, 핵기술 자료 폐기·핵기술자 다른 업무 종사 등을 요구했다. 비핵화 조치에 따른 보상도 “비핵화 완료 후 종전선언·평화협정 체결 등 보상 조치, 비핵화 완료시까지 제재와 압박 지속이란 기존 원칙을 고수해 주길 바란다”고 선을 그었다.
또 인권문제를 강하게 제기하고, 생화학무기 폐기·사이버 테러행위 중단·위조달러 제작 중단 등도 회담 의제로 다룰 것을 요구했다.
홍 대표는 당시 서한 발표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미·북 간 일시적이고 불안정한 정치적 합의가 아닌 항구적이고 완전한 북핵폐기 합의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