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부가 성폭행을 했다. 두달 새 네 차례. 지난해 4월 말, 이아무개(18)양은 이모부를 경찰에 고소했다. 고소한 뒤 성폭행으로 임신했다는 사실을 확인해 인공유산(낙태)도 했다. 약 9개월 동안 수사·재판 과정을 겪어낸 이양은 정작 이모부가 선고받기 전날인 지난 1월28일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합의서를 법원에 냈다.
이양이 이모부 오아무개(39)씨를 고소한 건 이때가 처음이 아니었다. 이양이 12살이던 2010년에도 이모의 남자친구였던 오씨한테 성폭행을 당했다. 어릴 때 부모가 이혼하면서 이양은 13살까지 외할머니와 이모 ㄱ(45)씨와 함께 살았다. 오씨가 재판에 넘겨졌지만 외할머니와 이모는 이양한테 “조용히 덮자”며,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처벌불원서’를 쓰도록 했다. 오씨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집행유예 기간이 끝난 뒤, 오씨와 이모는 결혼했다. 이양은 엄마와 함께 살기 시작했다. 그러던 지난해 3월6일, 17살 이양에 대한 오씨의 범행이 다시 시작됐다. 잠시 이양의 집에 들른 오씨는 집에서 컴퓨터를 하고 있던 이양의 몸에 손을 댔다. 그 뒤 4월 중순께까지 세 차례 더 집에 찾아와 성폭행을 했다. 2010년 이모의 남자친구였던 오씨를 신고한 지 5년 만에 이양은 관련 상담센터의 도움을 받아 이모부가 된 오씨를 다시 신고했다.
흔히 친족성폭력 범죄자는 ‘인면수심’이라고 지탄받는다. 친족성폭력은 가해자와 피해자가 ‘4촌 이내의 혈족·인척, 동거하는 8촌 이내’인 경우를 일컫는다. 그러나 정작 피해자는 경제적 의존이나 가족 해체에 대한 불안 등의 이유로 피해 사실을 외부에 알리기 어려울 뿐더러 신고를 해도 가족들의 비난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친족성폭력 가해자는 이런 점을 알고 범죄를 저지른다. 법무부가 집계한 ‘친족관계에 의한 성폭력 사범 접수현황’을 보면, 2005년 190건에서 2014년 564건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양의 이모와 엄마도 오씨한테 경제적·심리적으로 의존했다. 오씨는 이 때문에 이양이 저항하거나 피해 사실을 다른 사람한테 알리지 못하리라 여겼다. 현재 이양과 엄마가 함께 살고 있는 집을 구하는 데도 오씨 부부의 도움이 컸다. 이양이 오씨의 성폭행을 바로 신고하지 못하고 네 차례나 당한 뒤에야 참지 못하고 고소하게 된 배경엔 이런 이유가 있었다. 이양의 고소를 지지해줄 가족이 없었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피해자는 재판 과정을 통해 스스로 치유되는 면도 있는데 도리어 가족이 회유하고 협박해 상처를 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이런 일이 발생했을 때 가족들한테 가해자의 책임을 정확히 인식시켜주고 피해자를 대하는 태도에 대해 상담이나 교육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13일 오씨는 법정에 섰다.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의 ‘위계 등 간음’ 등의 혐의였다. 오씨는 “성관계는 맺었지만 강제는 아니었다”고 했다. “적극적으로 거부하지 않아 그렇게 됐다”고 변명하기도 했다. 검사가 공소 사실을 읽어내려가자 이모 ㄱ씨는 얼굴이 빨개지면서 흐느꼈다. 배석한 판사도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쥐었다.
오씨 부부는 최대한 감형을 받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검사가 지난해 12월18일 공판에서 오씨에 대해 징역 15년을 구형하자, 오씨는 지난 1월4일 범행을 뉘우친다는 반성문을 냈다. 이틀 뒤 ㄱ씨는 재판부의 선처를 바라는 탄원서를 냈다. 선고를 하루 앞둔 지난 1월28일 이양은 변호인을 통해 법원에 합의서를 제출했다. 이모부 오씨에 대한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이양의 변호인은 “이양이 이모와 엄마 때문에 합의했다”고 전했다.
지난 1월29일 서울북부지법 형사13부(재판장 이효두)는 오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또 12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와 10년간 신상정보 공개를 명령했다. 이효두 판사는 “피해자는 생존과 생계 자체가 막막해 어쩔 수 없이 합의를 해줄 수밖에 없는 처지에서 피고인에 대한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한 걸로 보인다”며 “합의한 사실이 피고인한테 특히 유리하게 적용되진 않았다”고 말했다.
선고가 끝난 뒤 연녹색 수의를 입고 고개를 떨구고 있던 오씨의 손목엔 다시 수갑이 채워졌다. ㄱ씨는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법정을 나온 ㄱ씨는 억울하다는 듯 말했다. “(오씨보다 앞서 선고를 받은) 살인도 7년인데 성폭력이 10년인 게 말이 돼?” 그는 변호사 사무실 직원과 항소 계획을 논의하며 법원을 빠져나갔다.
개인적으로 저 오씨는 당연 처벌을 받아야겠지만, 이양의 엄마와 특히 이모도 동일한 처벌을 받아야된다고 봅니다.
이미 전과가 있는 자와 결혼까지 한거 보면 그저 돈에 조카를 팔아넘긴것밖에 안됩니다. 엄마도 생활비때문에 자신의 딸의 고통따위는 안중에도 없나 봅니다.
이 와중에 살인이 7년 나온건 정말 어이가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