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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케베츠 불곰 습격사건 그리고 2ch괴담인 홋카이도의 불곰

  • 작성자: 옵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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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 80636
  • 2016.05.29

 

[산케베츠 불곰 습격사건]



네이버 검색하면 나오는 유명한 사건인데 좀은 드라이한 번역본인 듯 하여 루리웹 원글과 

 

소설화된 비람(?嵐/요시무라 아키라 저/ 국내 미발매)을 토대로 원글에 실린 단어를 활용하되

 

읽기쉽게 극화형태로 재편집합니다. 팩트는 있는 그대로예요.


 




- 내용중에 잔인한 묘사가 있으니 민증 미발급대상 이하와 임산부는 주의해 주시길 바랍니다.

 


산케베츠 식인 불곰 사건은 1915년 겨울 12월 9일부터 12월 14일까지

일본의 최북단에 위치한 홋카이도(북해도)의 산케베츠 로쿠센사와에서

불곰이 수 차례에 걸쳐 민가를 습격해 개척민 7명이 사망하고 3명이 중상을 입어

일본 역사상 최악의 수해(獸害/짐승으로 인한 피해)사건으로 일컬어집니다.

 

 

 

<출현>

원주민인 아이누족의 언어로 '강의 하류에 흐르는 강'을 의미하는 산케베츠에서 짐작하다시피

강가에 위치한 부락으로 동해(일본쪽) 연안에서 내륙으로 30km 정도 들어간 곳에 위치해 있습니다.

 

▲ 일본의 북단에 위치한 홋카이도(북해도). 파란원이 사건이 발생한 산케베츠.




1915년 11월 초순의 어느 날 밤으로 같이 가볼까요?

이케다가(家)에 불곰이 처음 나타났는데 기르던 말이 놀라 날뛰었기 때문에 피해는 옥수수 몇 개에 그칩니다.

당시 부락은 개척이 시작된지 얼마 안 된 곳이라 야생동물의 출몰은 놀라운 일이 아니였지만

집주인인 토미조는 진흙에 새겨진 거대한 발자국의 크기에 불안함을 떨치지 못하지요.


 



▲ 당시 부락의 내부를 재현한 형태.



며칠 뒤 20일, 다시 불곰이 나타납니다.

이번에도 별다른 피해는 없지만 토미조는 근처 마을에서 두 명의 포수를 섭외합니다.

 

열흘 뒤 30일, 세 번째로 불곰이 나타납니다.

사격을 가했지만 곰은 달아나고 다음날 둘째 아들과 포수 두 명과 함께

불곰의 발자국을 추격해 핏자국을 확인했지만 눈보라가 심해져 추격을 중지합니다.

 

 

<12월 9일 오타가(家) 참극의 시작>

오타가의 가장 사부로(42세)와 방 한칸 얻어살고 있던 오도(59세) 둘이서 강하류에 짐을 실어나르기 위한

빙교(얼음다리/짚같은걸 덮고 물을 뿌려 얼려 만듭니다. 만화 김전일에도 언급된 바 있지요.)를 만들기

위해 나섰으니 오타가에는 사부로의 아내인 마유(34세)와 아랫마을의 미키오(6세)만 남아 있었습니다.

 

평상시처럼 사부로는 점심먹으러 집에 돌아왔는데 이로리(일본 전통식 실내 화로) 가장자리에

미키오가 비스듬히 앉아 있습니다. 평소에도 낮잠많은 장난꾸러기 미키오가 조는 줄 알고

사부로는 미키오의 어깨에 손을 얹고 큰소리로 놀래키죠.

 

그런데..

미키오의 목이 '톡' 꺾이며 쓰러지고 손바닥을 뒤덮은 채 아직은 따뜻한 그러나 조금씩 말라가는 핏덩어리..

목이라 생각되는 부위의 휑한 상처. 그리고 머리 옆부분에는 엄지 손가락 굵기의 구멍이 뚫린 채

미키오는 이미 숨져있습니다.

 

사부로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아내를 부르지만 아무런 대답이 없으며..

어두컴컴한 안쪽의 거실에서 야생 짐승 특유의 냄새와 피비린내가 감도는 집을 뛰쳐나온 사부로는

엎어질 듯 강의 하류로 내달렸고 자초지종을 들은 여러 인부들이 괭이와 삽자루등을 들고 집으로 옵니다.

 

그들은 횃불로 집안을 밝힘과 동시에 엄청난 충격을 받지요.

입구 반대쪽 옥수수를 말리던 창문은 박살났고 거실에는 그을려있는 장작 몇 개가 굴러다니고

손잡이가 부러진 채 피에 물든 도끼가 나뒹굴고 있었습니다. 또 창틀에는 마유의 머리카락이

한뭉텅이 걸려 있습니다.

 

그리고 토간의 화로까지 일직선으로 나 있는 거대한 곰의 발자국.. 


 



▲ 창을 부수고 습격한 상황을 재현



훗날 조사단의 견해에 따르면 옥수수를 먹으려 창문으로 접근한 불곰을 보고

마유와 미키오가 놀라 소리지르자 자극받은 곰은 창문 부수며 난입했고 마유는 어린 미키오를 껴안은 채

불붙인 장작과 도끼로 저항했지만 결국 미키오는 당하고 마유 역시 곰에게 바깥으로 끌려나간 것입니다.

 

피묻은 머리카락이 한뭉텅이 끼여 두피째 찢겨나간 채 끌려갔다면

사실상 살아있을 가능성은 굉장히 희박하겠지요..

 

또한 사부로가 미키오를 보고 놀랐을 때 아직 따뜻한 찐감자가 굴러다니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건 참극이 벌어진지 오래되지 않았다는 것이죠.

 

또 사건 직후, 마을 사람 중 한 명이 오타가 앞 길을 말을 타고 지나갔는데 오타가에서 숲쪽으로

무언가가 쓸려간 흔적과 혈흔을 발견합니다. 하지만 포수가 산에서 잡은 사냥감을 갖고 오타가에서

잠시 쉬고 있는 경우가 많아 그러려니 신경쓰지 않았다고.

 

이런 저런 상황을 종합해보니 오전 10시반 정도에 참극이 일어났을거라 추측합니다.

 

하여튼 이 사건으로 조용한 부락은 발칵 뒤집힙니다.

일본의 북쪽끝단에 있는 홋카이도인데다 12월달이였으니 해가 금방 저물어

행동을 취하기엔 늦은 시간이였으니 아내와 이웃집 자식의 참극을 겪은 사부로는

얼마나 가엾은 심정이였을까요..

 

오타가에서 500m 정도 하류쪽에 위치한 메이케이(40세)의 집에 남자들이 모여 대책을 논의합니다.

불곰 토벌과 마유 수색은 다음 날로 미룰 수 밖에 없지만

당장은 경찰과 동사무소 그리고 미키오의 집에 서둘러 연락을 취하기로 하는데

별다른 통신 수단은 없으니 누군가 직접 찾아갈 수 밖에 없을테니 회의끝에 

산 좀 타고 건강한 사이토(42세)가 가기로 합니다.

 

오타가보다 더 숲쪽에 집이 있던 사이토는

자신의 가족을 메이케이가에 피난시키고 혹시 모르니 오도를 머물게 합니다.

 

그러나 사이토 역시 몰랐을 것입니다. 자신의 가족 또한 희생될 줄은..

 

 


<12월 10일 수색>

사건이 발생한 다음날 아침,

사이토는 마을을 나서고 남자들은 불곰 토벌 및 마유를 찾기위해 약 30명 정도의 수색대를 구성하여

불곰 발자국을 쫓아 숲으로 들어갑니다. 그리고 150m정도 채 못들어가 불곰과 조우하지요.

 

말의 크기를 가볍게 넘어서는 거대한 불곰은 수색대에게 달려듭니다.

 

오합지졸 수색대는 갑작스런 상황에서 우왕좌왕하다가

총을 가진 다섯 명이 부랴부랴 총구를 들이댔지만 곰은 눈 앞에 다가온 일촉즉발의 상황.

동시에 산을 뒤흔드는 상쾌한 소리. 타앙! 한방의 총성이 울립니다. (발포를 한 건 단 한 명)

 

흉폭하게 날뛰는 불곰을 앞에 두고 수색대는 흩어졌지만

다행스럽게도 불곰은 도주하고 인명 피해는 없습니다.

 

추스리고 다시 주변을 수색하던 수색대는 나무 밑둥에서 잔가지가 몇 개 얹혀진

피에 물든 눈더미를 발견했고.. 파헤친 그들은 절망에 신음합니다. 아니길 바랬는데..

검은 버선을 신은, 포도색 각반이 감긴 무릎 아래만 남아있는 다리와

두개골 일부만 남겨진 그건 마유가 분명했기 때문이죠.

 

마유의 사체를 눈에 숨기려 한 것은 겨울날 보존식으로 삼기 위한 곰의 행동이였고 

시신을 수습하는 사이 불곰의 습성을 알고있던 한 노인이 중얼댑니다.

 

"인육의 맛을 알게 된 불곰은 다시 나타날게야.."

 

 

<12월 10일 곰의 역습>

수색대가 오타가로 도착할 즈음 날이 저문 밤 8시경입니다.

그런데 보람은 커녕 혼쭐난데다 마유의 시신을 거둬왔으며 또한 변을 당한 미키오의 모친인 하스미(33세)가

부담스러워 다들 흩어지고 몇몇만 왔지요. 하스미는 애써 웃으며 수고한 그들에게 밥상을 차려냅니다.

 

밥이 채 식지 않았을 오후 8시반 쯤, 거실 벽이 무너지며 불곰이 난입합니다.

밥상 엎어지고 관짝 뒤집혀 사체가 흩어지며 공포에 사로잡힌 이들은 대들보로 올라가거나

저장고나 화장실로 도망가며 아수라장이 되고 맙니다.

 

(그 와중 한 남자가 아내를 넘어뜨린후 밟고 올라가 혼자 대들보 위로 도망쳐

그 후 부부간에는 싸움이 끊이지 않고 남편은 평생 고개를 들지 못했다고 합니다.)

 

이 아수라장에도 어떤 이는 침착하게 기름통을 두드리며 곰을 유인하고

고개든 그 사이 다른 이는 총으로 불곰을 향해 방아쇠를 당깁니다.

 

약 300m 떨어진 옆 집에서 식사를 하고 있던 50명 정도의 남자들이 총성을 듣고

오타가로 달려갔지만 이미 불곰은 모습을 감췄고 희생자가 발생하지 않은 것에 안도합니다.

 

그러나..

 

 


<12월 10일 메이케이가의 참극>

역습의 소동이 전해지자 메이케이가를 지키고 있던 몇몇의 남자는

오타가에 가봐야 한답시고 총을 들고 '모조리' 자릴 뜨고 맙니다.

 

몇몇 남아달라 애원했지만 여자가 뭘 안다고. 별일없을테니 빨리 돌아오겠노라

꼰대소리 지껄이고 모두들 이케다가로 가버리죠.

 

남자래봐야 겨우 늙은 오도(59세) 한 명만 남았으니 메이케이가에 피난해있던

여자와 아이들은 두려움에 떨며 밤을 기다리고 있는데..

 

정작 오타가의 역습에 실패하고 총에 맞아 폭주한 불곰은 산길을 돌아 메이케이가로 향합니다.

 

오타가에서 불곰이 도망친지 20분도 지나지 않은 8시 50분경.

막 돌지나지도 않은 아기를 업은 메이케이의 아내 야요(34세)는

수색대의 야식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지축을 뒤흔드는 울부짖음과 함께

벽을 부수고 나타난 불곰앞에서 얼어붙습니다.

 

곰의 침입으로 솥이 뒤집히며 화롯불이 꺼진 집안은 암흑천지 어딘가에 살기어린 피비린내를 풍기는 불곰..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야요가 뛰쳐나감과 동시에 곰이 바짝 뒤쫒습니다.

그런데 공포에 놀라 다리에 매달린 둘째 아들때문에 순간 휘청거렸고 그 틈을 타 불곰이 달려듭니다.

그리고 야오의 등에 업혔있던 한살배기의 아기를..

(이 부분은 차마.. 묘사안합니다.)

 

그리고 불곰은 야요의 머리를 물었는데 운좋게 쪽진 머리칼을 물고 흔듭니다.

그 사이 오도는 도망치려 대문간으로 달려가다 문에 쿵! 부딪치자

불곰은 야요를 놓고 오도에게 달려든 그 틈에 야요는 다시 아이들을 데리고 정신없이 탈출하지요.

 

곰은 오도가 숨은 가구를 부수고 오도를 물고 두어번 흔듭니다.

 

오도가 축 늘어지자(죽진 않음) 곰은 다시 집 안으로 들어가서

미처 도망 못간 채 겁먹어 얼어붙은 메이케이가의 셋째 아들(3세)과 사이토가의 넷째 아들(3세)를

일격에 발겨 죽이고 사이토가의 셋째 아들인 이와오(6세)를 산채로 뜯어먹기 시작합니다.

 

피비린내 나는 살육의 현장에서 아이들이 숨넘어가는 절명과 산 채로 물어뜯기고 있는데

창고에 숨은채 아이들의 엄마이자 임신 8개월 된 배를 껴안은 사이토의 아내(34세)의

심정은 과연 어땠을까요.

그녀 역시 곧 불곰에게 끌려나오고 당시 임신한 상태였던 그녀는

"배만은 찢지마!" 반항하지만 결국..

 

한 편 곰의 역습을 물리쳤답시고 의기양양하게 강하류로 향하고 있던 수색대 일행은

메이케이가쪽으로부터 밤하늘을 울리는 비명과 절규를 듣고 서둘러 달려옵니다.

 

그리고 중상을 입은 야요를 만나 메이케이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듣게 되고

또한 집 밖에서 옆구리에 중상을 입은 채 혼절한 오도를 찾아 보호하며 메이케이가를 포위합니다.

 

하지만 시꺼먼 암흑 천지가 된 집 안 어딘가에 뼈를 부수고 살을 찢어 먹는 간간히

사이토 아내의 신음소리가 들려오는 이 참혹한 현장에 그 어느 누구도 섣불리 다가가질 못하지요.

 

인명을 포기하고 집에 불을 지르고 튀어나오면 일제히 사격을 가하자는

의견 등이 나왔지만 야요는 아이들이 아직 살아있을 거라며 필사적으로 반대합니다.

 

그래서 일행은 두 그룹으로 나눠 한 쪽 열 명은 입구에 총구를 겨눈 채 대기하고

나머지는 집 뒷쪽으로 조심스럽게 접근합니다. 그리고 접근하던 한 사람이 공포를 두 발 쏘자

입구를 부수고 피에 물든 곰이 모습을 드러내지요. 맨 앞에 있던 남자가 총을 쏘려 했지만

하필이면 불발. 다른 이가 총격을 가하려 했지만 곰은 이미 모습을 감춥니다.

 

횃불을 들고 들어간 집 안의 광경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처참합니다.

천장과 대들보까지 살점 튄 온통 피바다였던데다 먹다 남겨진 두 아이와 사이토 아내의 시체가 있습니다.

상체를 먹혀 거의 뼈만 발려진 그녀의 배는 찢겨 있었고 뱃속의 태아가 밖으로 끌려 나와 있었지만

태아는 생채기없이 멀쩡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한 시간 뒤 사망하지요..

 

그나마 무사히 살아남은 메이케이가의 장남(10세)은 잡곡 포대 뒤에서 무사했고

메이케이가의 장녀 히사노(6세)는 실신해 그대로 거실에 쓰러져 있었지만

다행히도 그녀 역시 무사히 살아남았지요.

 

사체를 거둔 일행이 집을 나왔을 때 집 안에서 갑자기 남자 아이의 죽어가는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모두들 얼어붙은 사이 러일전쟁의 참전군인 출신 홀로 집 안으로 들어가

거적 아래에 숨어있던 이와오를 발견해 데리고 나옵니다.

 

그러나 어깨와 가슴을 물어 뜯기고 왼쪽 넓적다리에서부터 궁둥이는 뜯어 먹혀 사람의 형체라 볼 수 없던

이와오는 모친 다케의 참사를 알지 못한 채 "엄마! 저 곰 쫒아주세요!" 외치다 20분 뒤 사망합니다.

 

그렇게 이틀간 태아를 포함해 일곱 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12월 11일>

간밤에 메이케이가의 참변을 들은 마을 사람들은 동트기도 전에 너나할 것없이

산케베츠 분교장으로 피난옵니다. 몇몇은 청개구리 수색대에게 갖은 악다구니 퍼붓지만

그런들 상황이 달라질까요.. 로쿠센사와는 인기척없이 폐허가 되어버렸습니다.

한 편, 가족에게 닥친 비극을 알리없이 눈길을 내달리던 사이토는

관공서와 경찰에 보고하고 11일 마을로 돌아옵니다만..

 

비로소 아내와 아이들의 죽음을 알게 된 그는 그대로 눈 위에 엎드려 통곡하지요..

 

 

<12월 12일 토벌대 조직>

불곰의 출현으로 로쿠센사와가 쑥밭된 보고는 홋카이도 도청에 전해졌고

보안과는 칸 경부를 대장으로 임명하고 토벌대 조직을 지시합니다.

 

칸 경부는 부근 지형에 익숙한 부대장을 임명하고 근처 청년회와 소방단

그리고 지원한 젊은이, 아이누족에게도 협력을 부탁하여 총과 일본도 등으로 무장한

많은 인원이 도청에 모입니다.

 

그 전에 사망자의 검시와 마을사람 검진을 위해 먼저 급파되어 말썰매타고 현지로 향하던 의사는

정오 무렵 산길에서 불곰의 변을 발견했는데 헤쳐보니 인골과 머리카락

그리고 소화가 덜 된 인육 등이 발견되어 두려움에 몸을 떨었다지요.

 

아무튼 체계적으로 구성된 토벌대와 야생의 불곰과의 전면전이 시작됩니다.

 

 

<매복>

대장 칸경부를 위시한 토벌대는 먹이를 되찾으려 하는 습성을 이용해

곰을 유인하자는 작전이 제시됐지만 그 먹이란 다름아닌 곰에게 살해당한 마을 사람들의 시신.

 

칸 대장은 단단히 맞아죽을 각오하고 유족과 마을 사람들에게 직접 설명하였는데

그 누구 하나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조용히 그 안을 수용합니다.

(그만큼 사태가 절박했다는 하나의 반증입니다.)

 

그래서 희생자의 사체를 미끼로 불곰을 잡는다는 전대미문의 작전이 발효합니다.

 

메이케이가 거실에 태아를 포함한 일곱 사체를 두고

총을 잘 다루는 일곱 명이 대들보 위에 올라가 불곰을 기다립니다.

 

얼마후, 시취(시신이 썩는 냄새)를 맡고 저 산등성 너머 불곰이 모습을 드러내자

모두 침을 삼키며 일촉즉발의 상태를 기다리는데..

 

집 바로 앞에서 불곰은 걸음을 멈추고 집 주위를 돌면서 점점 멀어지더니 숲 속으로 사라집니다.

선발대는 그대로 다음 날까지 기다렸지만 불곰은 나타나지 않고 작전은 실패로 끝나지요.

 

 

<12월 13일>

곰은 마을의 빈 집들을 돌아다니면서 마구 부수며 난동부립니다.

닭을 잡아 먹기도하고 된장이나 청어 절임 등의 보존식을 뒤적거리고 옷과 침구 등을 찢어놓기도 했는데

주목할만한 건 말은 전혀 건들지도 않고 여자가 사용하던 베개나 따뜻하게 달궈 난방용으로 쓰던 돌등에

이상할 정도로 집착을 보였다죠.

 

또한 곰은 대낮에도 대담하게 인가에 들어가는 등 야생특유의 경계심이 약해져 있었고

행동 반경이 넓어지며 강하류에까지 이릅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위험을 감지한 듯 멀리서 토벌대가 보이기만 하면 도망칩니다.

이대로 얌전히 사라지면 그것도 하나의 해결책이겠으나 그랬다간 다른 마을이 참변을

당할 수 있어 역시 ​사살해야하니 더 이상 몰아내진 못합니다.

그 사이 토벌대가 곰을 발견한 상황이 몇 번 있었는데 토벌대의 진형상

가장 취약한 점만 골라 나타난 경우였습니다.

 

한번은 토벌대가 절벽을 등지고 방사형(부채꼴형)으로 수색을 시작하는데

곰이 바로 절벽위에서 나타난 것입니다. 때마침 사냥꾼 한 명이 우연히 뒤돌아보았다가

놀라서 방아쇠당겨 곰이 도망쳤으나 만약 인육맛들려 폭주한 곰이 뛰어내렸다면

토벌대의 전멸은 불보듯 뻔하지요.

 

그래서 칸대장은 빙교에 배수진치고 경계에 들어갑니다.

어스름녘..

 

다리에서 경비를 맡고 있던 부대원이 강 건너편 기슭의 그루터기들에서 수상한 움직임을 눈치챕니다.

어둑한 밤이라 잘 보이지 않았지만 낮에 새어두었던 그루터기 갯수보다 한 개 많고 수상한 움직임이

있다는 보고를 받은 칸 대장은 사람일지도 모른단 생각에 직접 나서서 건너오라고 큰소리로 외치지만 대답이 없습니다.

 

곧 칸 대장이 발포 명령을 내려 일제히 사격을 가하자 수상한 그림자는 서둘러 숲의 어둠 속으로 사라지죠.


 



▲ 현재의 로쿠센사와를 재조명한 일본 TV방송. 당시 빙교가 있던 곳으로 추정되는 곳.


 



 

<12월 14일 악마의 최후>

날이 밝자 어제 총 쏜 부근을 수색한 토벌대는 불곰의 털뭉치와 발자국, 많은 혈흔을 발견합니다.

그런데도 도망갔다니.. 다들 아쉬움과 분함과 동시에 어쩌면 산의 신령 아닐까 경외와 두려운 마음으로

감탄하지만 먹물 좀 먹은 칸 대장은 피흘린다면 반드시 죽일 수 있으리라 희망을 갖죠.

 

또한 총을 맞았으니 움직임이 둔해졌을거라 판단한 칸 대장은 이 참에 서둘러 승부내기로 맘먹고

젊은시절 생선잡는 칼로 곰을 잡았고 명포수로 이름날린 야마모토를 먼저 산에 보냅니다.


 



▲ 명포수 야마모토



눈을 요기삼아 뭉쳐 먹으며 산반대쪽에서 올라간 야마모토는 신갈나무 옆에

기대 엎드려 있는 곰을 발견합니다. 벌써 주변은 피로 물들었고 조금씩 비적일 때마다

검붉은 피가 배어나오는 걸 보니 이젠 머지 않은 것 같군요.

 

하지만 야생의 생명력을 우습게 볼 순 없고 섣불리 다가갔다 비명횡사한 동료를

적잖이 봤던 야마모토는 신중하게 마침 운좋게 바람부는 반대방향에서 조금씩 몰래 다가가

20m 정도까지 곰에 접근한 야마모토는 겨눕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바람의 방향이 바뀌여 사람냄새맡은 곰이 머릴 훅 쳐듬과 동시에 타앙!

첫 발은 불곰의 심장을 뚫습니다. 곰이 쓰러지자 야마모토는 부지런히 총탄을 다시 채우는 그 사이

추스린 곰은 최후의 포효를 울부짖으며 야마모토를 향해 달려듭니다.

 

그는 침착하게 총탄을 채운 뒤 곧바로 곰의 양미간을 향해 방아쇠를 당기고..

두번째는 곰의 양미간을 뚫으며 한 마을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악마는 1915년 12월 14일 오전 10시 즉사합니다.

 


<곰 바람(쿠마가제)의 유래>

이 곰은 7~8세로 추정되고 무려 340kg, 2.7m에 이르는 거대한 수컷으로서

군데 군데 누런 털이 섞여 있는 검은 몸에는 가슴에서 등에 걸쳐 하얀 얼룩점이 있는데

유독 몸에 비해 머리가 이상할 정도로 큰 특징이 있습니다.

(혹자는 곰이 <수색>편에서 머리를 잘못 맞아 뇌가 커져 폭주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명견실버의 붉은곰 컨셉이기도 하지요.)


 



▲ 당시 증언을 토대로 구성한 곰의 모습

 



분노가 폭발한 대원과 마을사람들은 곰을 내려치기도 하고 걷어차고 밟으며

곧 산속은 200명이 외치는 만세 소리에 묻힙니다.

 

12일부터 삼일간 투입된 토벌대원은 600명 이상, 아이누족의 개도 열 마리 이상, 총포는 60정에 달했으며

불곰의 사체는 농가에 끌려나와 썰매에 실렸는데 말이 놀라 날뛰어 남자들 몇 명이 썰매에 싣는데

얼마 안 가 하늘이 어두워지고 눈이 내리더니 곧바로 눈보라로 바뀌어 썰매끄는데 무척 애먹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날씨가 갑자기 바뀌어 눈보라가 일어나는 현상을 '쿠마가제(곰바람)'라 부르기 시작했다고 하지요.

 

 

<해부> 

눈보라를 뚫고 한 시간 반에 걸쳐 옮긴 불곰의 사체는 산케베츠 청년회관으로 옮겨 졌습니다.

먼데서 온 아이누족 부부는 몇일 전 우류에서 한 여자를 잡아먹은 그 곰이 맞다면서

그 증거로 뱃 속에서 붉은 옷감이 있을거다고 하고, 어떤 포수 역시 아사히카와에서 여자를 잡아먹은

곰이라 살색 각반이 나올 것이라 하며, 곰을 잡은 야마모토 또한 아마시오에서 한 여자를 잡아먹고

세 명의 포수에게 쫓기던 녀석이 틀림없다고 진술합니다.

 

해부가 시작되고 위가 열리자 그 안에서 붉은 천과 살색 각반, 그리고 아베 마유가 입고 있던

포도색 각반이 발견됩니다.

위 증언이 다 맞아떨어진 것이죠..

(희생자 공양을 위해 곰의 고기는 삶아서 먹었는데 질기고 단단해 맛은 별로였다고 합니다.)

벗긴 가죽은 오랜 시간 밖에서 건조시켜 그 후 간과 함께 50엔에 매각하여 이 돈을 피해자 유족들에게 건넸습니다.

 

이 곰의 모피와 두개골 등은 후에 모두 사라져 지금 전해지는건 없습니다.

 

 

그 후-

- 머리에 상처를 입은 상황에서도 굳세게 행동했던 야요는 그 후 순조롭게 회복.

- 야요의 등에 업힌 채 곰에게 물렸던 돌지난 아기는 후유증에 시달리다 2년 8개월 후 사망. 
(이 아이를 포함해 사망자를 여덟 명으로 보는 견해도 있습니다. )

- 동시에 불곰의 습격으로부터 살아남은 메이케이는 사건 27년 후 태평양전쟁에서 전사.

- 옆구리 물린 오도는 회복해 다음 해 봄부터 일을 시작했지만 돌아오던 길에 강에 빠져 사망. (곰에게 당한 상처가 영향을 준 것인지는 확실치 않음.)

- 곰은 잡았지만 심리적 공포심이 남아 있던 마을 사람들 일부분은 서둘러 떠났지만, 
남은 대부분은 집을 수리하고 찢겨진 침구와 옷가지 대신 불을 쬐며, 겨우겨우 겨울을 넘김.

그 후, 한 명 한 명씩 마을을 떠나 하류에 있는 츠지가를 제외하고 마을에는 단 한 사람도 살지 않게 됨.

- 불곰을 잡은 야마모토는 그 후에도 포수로서 활약했고, 1950년 92세로 세상을 떠났다. 
그의 손자에 의하면, 평생동안 쓰러뜨린 불곰이 300마리를 넘겼다고.

- 사건 당시 일곱 살이었던, 산케베츠 촌장의 아들 오가와는 그 후 소문난 불곰 사냥꾼이 됐다. 그 이유는, 희생자 한 명당 10마리의 불곰을 잡겠다는 맹세에 따른 것으로 62년간에 걸쳐 
102마리를 죽인 후 숨진 마을 사람들의 넋을 달래는 위령비를 건립했다.



 



▲ 방문자들이 희생자의 넋을 기리기 위해 음료수를 두고 간 위령비.

 

- 또한 하루요시의 아들인 다카요시도 사냥꾼이 되어 아버지 하루요시도 쫓은 적이 있던 
체중 500kg인 불곰 '홋카이타로'를 8년에 걸친 추적 끝에 사살하기도 했다. 그리고 5년 뒤에는 다른 두 명의 사냥꾼과 함께 체중 350kg이 나가는 '케이코쿠타로'도 사살했다.

 



▲ 현재의 로쿠센사와. 더없이 평화로운 풍경이지요.

 


-사건의 분석-

<원인>

이 사건은 동면에 실패한 곰이 공복에 시달린 나머지 흉폭해져 일으킨 것이라 여겨졌으나

그 후 같은 케이스의 사건이 발생한적 없으며 최근들어 기존의 주장에서 많은 의문점이 발견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 사건을, 에도 시대 후기부터 시작된 무분별한 벌목과 메이지 이후부터 시작된

내륙부 개척으로 인해 야생동물과 인간의 활동 범위가 겹쳐진 결과로 보고 있다.

 

<교훈>


이 사건을 조사하고 기록해 보고서로 펴냈던 기무라는 참사로 번진 이유에 대해 분석하였다.

최초에 상처 입혔던 곰을 그대로 방치해 둔 것과 평소 총을 다룰 일 없는

농민들의 총기 사용 미숙을 요인으로 그 외 불곰의 특수한 행동에 대해서 언급해본다.

 


*불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사건 발생 후, 마을 사람들은 불로 곰을 쫓으려 했다.

일반적으로 '야생 동물은 불을 무서워한다'라는 풍설에 의한 것인데

습격을 통해 볼 수 있는 것처럼 불곰은 등불이나 화롯불 등에 거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집착심이 강하다

옥수수를 몇 번이나 노렸던 점, 이전에도 여러 여성들을 잡아먹었던 불곰이

산케베츠에서도 여성의 옷가지 등에 이상하리만치 집착심을 보인 점으로부터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먹다 남긴 아베 마유의 사체를 눈 속에 숨겨두었던 것, 오타가에 몇 번이나 나타났던 점 등도

불곰의 특성에 의한 것이다. 한편으로 말은 전혀 피해를 입히지 않았다.

 

*도망치는 것을 쫓는다

메이케이 야요 등이 구사일생 할 수 있었던건 불곰이 도망가는 오도에 신경을 빼았겼기 때문이다.

이처럼 먹이를 먹고 있던 중이라도 도망치는 것을 반사적으로 쫓아가는 경향이 있다.

 

*죽은 척 해봐야 의미없다.

메이케이가의 참극에서, 기절한 상태였던 메이케이 히사노와 결과적으로 목숨을 잃긴 했지만

다케의 태아는 불곰에게 공격을 받지 않았다.

이건, 불곰이 움직이지 않는 것을 공격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 때 다른 먹을거리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판단된다.

 

*한 번 인육 맛을 본 동물은 위험하다

일반적으로 곰은 사람을 두려워하고 가끔 사람을 공격하는건 갑자기 인간과 조우했을 때의

공포심에서 유발되는 것이라 알려져 있어 종이나 방울 소리를 내서 미리 사람의 존재를

인식시키면 안전하다는 인식이지만 인간의 무력함을 이해하고 인육 맛을 본 곰은 일부러

인간만을 골라 공격하게 된다. 그러한 곰에게 종을 울리는건 위치를 확인시켜주는 꼴이 되어

오히려 위험할 뿐이다.

 

또한 '불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집착심이 강하다' '움직이는 것을 쫓는다' 등의 습성은

후에 발생한 '이시카리누마타 호로신 사건' '후쿠오카대학교 파티 조난사건'을 일으킨

불곰들의 행동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2ch괴담인 홋카이도의 불곰]

 

 

홋카이도는 예로부터 불곰으로 인한 문제가 잦은 것으로 유명하다.


외지 사람들에게는 딱히 감이 오지 않겠지만, 홋카이도 사람들 사이에선 산을 다닐 땐 방울을 차고 다니는 게 필수다.


곰 스프레이 또한 필수품이다.




불곰은 왠지 북미나 러시아 같은 곳에나 살 것 같은 이미지지만, 사실 전 세계 어디에도 홋카이도만큼 불곰이 밀집해 있는 곳은 없다.


그리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실제 자료로도 검증된 사실이다.


이 이야기는, 그런 홋카이도에서 대학을 다니며 아웃도어 동아리에서 활동했던 내가 친구에게 들은 것이다.




어느 여름, 토카치 산맥 종주에 도전한 등산 동호회가 있었다.


구성원은 A, B, C, D, E로 총 5명.


A가 회장이고, B가 부회장이었다.




그들 중 A, B, C, D는 산에 자주 다니던 중급자였고, E는 그 해 갓 산에 다니기 시작한 초급자였다.


동호회 중 거개는 일찌기 불곰과 산에서 마주친 적이 있었지만, 큰 마찰 없이 지나갔었다.


여기부터는 A가 수첩에 적고 있던 일기를 정리한 것이다.




산에 들어온 첫날째다.


딱히 사고도 없고, 계획대로 가고 있다.


다들 경치를 즐기며 열심이다.




이틀째.


이미 능선 상의 루트를 나아가고 있지만, 어젯밤 일기 예보에서 오늘 날씨가 영 좋지 않다기에 일단 머무르기로 했다.


예보대로 비바람이 점차 강해져, 텐트 안에서 식사를 했다.


트럼프를 하기도 하고, 이야기도 나누며 즐겁게 시간을 때운다.


일기 예보를 확인하고, 내일 아침 비가 잦아들면 출발하기로 했다.


이틀째도 딱히 별 일 없이 끝났다.




사흘째.


아침에 가장 먼저 일어난 C가 바깥 날씨를 확인하려 텐트에서 나갔다.


돌아온 C에게 어떤지 물었다.


[조금 안개가 심해. 이대로 기다리는 게 나을지도 몰라.]


텐트 입구를 열고 바깥을 보니, 주변은 안개가 짙어 새하얗다.


우선 출발을 늦추리고 한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텐트 밖으로 나왔지만, 안개가 갤 기미는 전혀 없다.


다들 어제 하루 쉰 것도 있어 가능하면 출발하고 싶어하지만, 사고가 나고 후회하는 것보다는 신중한 게 낫다.


그렇게 의견을 나누고, 오늘도 여기서 머물기로 했다.


낮이 되자 안개가 오히려 더 짙어진다.


비는 내리지 않지만, 앞도 잘 보이지 않는 안개 속을 걸어다니는 것은 위험하기에 텐트 밖으로 나가는 걸 금했다.


밤에 작은 사고가 있었다.


E가 무슨 생각을 한 건지, 식사를 하고 냄비를 텐트 바깥에 내버려뒀다.


밤이 되면 야행성 동물들이 돌아다니기에 음식 냄새를 풍기는 것은 위험하다.


냄비는 금새 들여놓았지만, 잠시 뒤 동물의 가벼운 발소리가 텐트 주변에서 탐색이라도 하는 것처럼 걷는 것이 들린다.


여우다.


텐트에서 나와 멀리 쫓아냈다.


방금 그 냄비 때문에 온 걸까.


이 주변에는 불곰이 나온다.


낮에 만난 적은 몇 번 있지만, 밤에는 훨씬 위험하다.



어쨌거나 셋째날도 이렇게 지나간다.




나흘째.


아침에 바깥 정황을 살폈지만, 2m 앞도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안개가 심하다.


원래 일정은 이 날이 되도록 날씨가 풀리지 않으면 계획을 중지하고 다른 루트로 산을 내려올 작정이었지만, 안개가 너무 짙어서 걷는 것 자체가 위험하다.


따로 의논할 것도 없이 이 날도 텐트에서 머물기로 했다.


오후에 조금이라도 안개가 걷히면 하산하려 했지만, 안개는 더욱 더 짙어질 뿐, 낮이 되어도 어슴푸레할 뿐이다.


트럼프 치는 것도 질리기 시작하고, 슬슬 이야깃거리도 떨어져 간다.


날이 저물자 빨리 불을 끄고 일찍 잠을 청했다.


텐트 안이 안개 때문에 축축해져, 텐트 안의 강한 습기 때문에 불쾌감만 높아진다.


잠자리에 누운지 몇 시간 지나지 않아,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났다.


가장 먼저 눈치 챈 B가 옆에서 자던 나를 깨웠다.


[아까 전부터 발소리가 들려. 여우가 아닌 거 같아...]


다들 깨어 있던 것인지, 다들 몸을 일으켜 귀를 기울인다.


무겁고 느릿느릿한 발소리가 들린다.


저벅.


저벅.


때때로 습기 찬 콧김 소리가 들려온다.


다들 숨을 죽인 채, 말 없이 바깥 모습을 상상만 하고 있다.


불곰인가...


텐트 주변을 따라 빙글빙글 발소리가 돈다.


아무래도 한 마리 뿐인 듯 하다.


심한 짐승 냄새가 코를 찌른다.


다들 누구부터랄 것 없이 텐트 가운데에 모여, 서로 몸을 붙인다.


그 사이 곰은 텐트에 코를 붙이고 열심히 냄새를 맡기 시작한다.


냄새를 맡고는 텐트 주변을 돌고, 또 다시 냄새를 맡는다.


다들 공포에 질려 숨죽여 덜덜 떨면서, 서로 몸을 의지하고 옴짝달싹 않는다.


하지만 잠시 뒤, 전원이 몸을 크게 움직여야 했다.


곰이 쿵쿵 텐트에 온 몸을 던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텐트 천이 안으로 크게 밀려들어오며, 곰의 형태를 만든다.


어떻게든 거기 닿지 않으려 몸을 움츠린다.


곰이 마음만 먹으면 텐트 따윈 종이조각만도 못하다.


터져나오려는 비명을 어떻게든 참으며, 마구 흔들리는 텐트 안에서 견딘다.


곰은 5분 정도 계속 텐트에 부딪히더니, 또 한동안 텐트 주변을 빙글빙글 걷는다.


다시 부딪히고, 걷는다.


E는 이미 울고 있었다.


나도 울 것만 같았다.


새벽녘까지 그것이 반복되다가, 갑자기 조용해졌다.


긴장이 풀려서인지, 다들 잠시 잠을 청했다.




닷새째.


새가 우는 소리에 눈을 떴지만, 아직 안개는 개이지 않았는데 어슴푸레하다.


불곰의 냄새는 아직 지워지지 않았다.


어디선가, 아니, 텐트 바로 옆에서 살펴보고 있는 걸까.


다들 잠자코 앉아 있을 뿐이다.


몇시간이고 침묵만 이어진다.


오후가 되자 다시 발소리가 들려온다.


한동안 걸어다니더니 다시 사라진다.


저녁 무렵, D가 용기를 내 텐트 문을 살짝 열어 바깥 모습을 살핀다.


[안개가 개기 시작했어.]


희미하게 햇볕이 들어, 안개가 갤 조짐이 보였다.


바로 산에서 내려가야 한다는 의견과, 내일까지 기다려보자는 의견이 나뉘었다.


하지만 아직 곰이 근처에 있을지도 모르는데다, 지금부터 하산을 시작하면 걷는 사이 밤이 되어 버린다.


제대로 쉴 수도 없는, 등산로 중간에서 노숙을 해야하는 것이다.


게다가 아직 완전히 안개가 걷힌 것도 아니다.


악천후에 밤이라는 악조건까지 겹친 상황에서 섣불리 움직이는 것은 사고의 지름길일 뿐이다.


회장으로서 도저히 하산을 허가할 수 없었다.


물론 나조차 공포에 질려 있었으니, 냉정한 판단이었을지는...


여하튼, 그렇게 해가 졌다.


아무도 말을 꺼내지 않는다.


단순한 공포 때문만이 아니라, 아까 서로의 생각이 대립했던 것이 원인이겠지.


그날 밤도 곰은 텐트 주변을 빙빙 돌다가, 종종 몸을 던져 부딪혀 왔다.


아무도 잠을 자지 않는다.




엿새째.


어제 오후 잠깐 안개가 갰던 것이 거짓말이었던 것 마냥, 안개가 짙다.


아침에 일어나서도 다들 아무 말이 없다.


혹여나 냄새 때문에 곰을 자극할까봐 아무 것도 먹지 못한다.


하지만 오늘은 아침부터 주변이 무척 조용하다.


곰의 냄새도 옅어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몇시간 뒤, C가 [밖에 나갈래.] 라고 말했다.


다들 반대했지만, [바깥 상황을 확인만 할게. 곰도 지금은 주변에 없는 것 같잖아.] 라며 C는 끈질기게 허가를 요구했다.


금방 돌아오는 것을 조건으로, 나는 그것을 허락했다.


C가 안개 속으로 들어간 후, B는 나를 비난했지만, 갑자기 입을 다물었다.


잠시 뒤 발소리가 들린다.


C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던 우리는 텐트 문을 열려 했지만, 바로 손을 멈췄다.


짐승 냄새가 난다...


D가 가냘픈 목소리로 [C는?] 하고 묻는다.


곰의 콧김이 어제부터 훨씬 격하다.


곧바로 몸을 부딪혀 온다.


우리는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며, 서로 몸을 의지한다.


한동안 텐트 주변을 맴돌다, 곰이 주저 앉았는지 발소리는 사라졌지만 냄새는 변함 없이 지독하다.


그 날 내내 곰의 냄새는 사라지지 않았고, 우리는 움직이지 않았다.


C는 돌아오지 않는다.


습격당한걸까.




...여기서부터 조금씩, 일기의 필적이 흐트러지기 시작한다.


한자도 쉬운 것을 빼면 점차 히라가나의 비중이 커진다.




이레째.


오늘도 안개가 진하다.


배라도 채우러 간 건지, 곰의 낌새가 사라졌다.


한동안 다들 말이 없었지만, E가 [산에서 내려갈래.] 라고 말했다.


수면 부족 때문에 눈에는 핏발이 섰고, 목소리는 히스테리에 가득 차 있다.


설득을 해봤지만, 듣지도 않고, E는 [내려가면 구조를 요청할게. 기다리고 있어.] 라고 말하고 짐을 가지고 안개 속으로 사라졌다.


다섯 명이서 출발했는데, 이젠 나와 B, D 셋 뿐이다.


곰이 나타나지 않는 사이 냄새가 나지 않는 칼로리 메이트로 배를 채운다.


대화는 없다.


시간이 흐른다.


오후가 되어 밖을 봤지만 안개는 그대로다.


저녁 무렵, 곰이 왔다.


중앙에 모여 앉아, 곰의 충돌을 어떻게든 견딘다.


습도가 높아 붙어있는 사이 땀이 엄청나게 흐르지만, 다들 벌벌 떨며 그저 소리를 내지 않으려만 했다.


E는 산을 내려갔을까.




여드레째.


안개는 그대로다.


아침이 되자 곰의 낌새가 사라져 있었다.


아무도 [하산하자.] 는 말은 꺼내지 않는다.


그간 밀려 있던 일기를 쓰며 마음을 달랜다.


이 일기를 가지고 무사히 돌아가고 싶다.


오후 2시경, B가 미쳤다.


처음에는 웃기 시작하더니, 새된 목소리로 소리를 지르고는 웃으며 빈 손으로 텐트를 뛰쳐나갔다.


안개 속으로 사라지는 그를 잡지 못한 채, 한동안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그것도 금새 사라져간다.


D가 천천히 텐트 입구를 닫고, [가 버렸네.] 라고 말했다.


오랜만에 D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 밤도 곰이 왔다.


우리는 둘이서 몸을 맞대고, 아침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아흐레째.


오늘도, 안개가 짙다.


곰은 한동안 주변에 있는 것 같았지만 낮이 되자 어딘가로 가버렸다.


텐트 중앙에 붙어서, 잠시 눈을 붙인다.


몹시 조용하다.


저녁에 곰의 발소리 때문에 깼다.


곰이 부딪힐 때마다 울고 싶지만, 어떻게든 참았다.


집에 가고 싶다.


곰은 왜 우리를 공격하지 않는걸까.




열흘째.


오늘도안개가짙다


오후에,D가일어나조용히밖으로나갔다


말리지않았다


안개가걷히지않는다


곰은 밤 늦게 왔다.


미쳐버릴것같다




열하루째.


오늘도


안개가


짙다


곰은


있다




열이틀째.


오늘도 안개가 진하다.




이들은 사전에 등산 계획을 경찰에 제출했었기에, 이상 사태가 일어났다는 것은 곧 알려졌다.


하지만 보기 드문 악천후 때문에 경찰의 수색도 차일피일 미뤄질 뿐이었다.


안개가 걷히고 발견된 것은 아무도 없는 텐트와 마구 흐트러진 짐, 그리고 일기.




맨 처음 텐트에서 나왔던 C는, 텐트에서 50m 정도 떨어진 곳에서 사체로 발견되었다.


목에 치명상을 입어서 즉사한 듯 했다.


그 다음으로 텐트를 나섰던 E는, 등산로 도중의 벼랑에서 실족해 떨어져 사체로 발견되었다.




B는 1km 정도 떨어진 곳에서 곰에서 잡아 먹힌 끔찍한 모습으로 발견되었다.


D는 등산 루트 도중에 있던 벼랑 밑에서 사체로 발견되었다.


A는 아직도 행방불명이다.

 

 


 

<이 칼럼 및 기사는 커뮤니티 쓰레빠닷컴에서 선정된 회원들이 직접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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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황제님의 댓글

  • 쓰레빠  황제
  • SNS 보내기
  • 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
0

목도리님의 댓글

  • 쓰레빠  목도리
  • SNS 보내기
  • 2.7m라니.....
0

회는멸치님의 댓글

  • 쓰레빠  회는멸치
  • SNS 보내기
  • 은근히 재밌네요
0

ttotton님의 댓글

  • 쓰레빠  ttotton
  • SNS 보내기
  • 2.7m???
0

미친개님의 댓글

  • 쓰레빠  미친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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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7m란 말은 몸길이를 말하는겁니다. 작아보이던 동물들도 두발로 서면 엄청나게 커져요.
0

뛰뛰빠뽀님의 댓글

  • 쓰레빠  뛰뛰빠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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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런내용 무섭고 재밌.... ㄷㄷㄷㄷ
0

아이엔지님의 댓글

  • 쓰레빠  아이엔지
  • SNS 보내기
  • 겁나 무섭네..
0

수틀린다님의 댓글

  • 쓰레빠  수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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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키문카무이가 모티브인가??
0

saveCARD님의 댓글

  • 쓰레빠  saveC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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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정도까진 아니었지만 예전에 읽었던건데 다시봐도 흥미있군요..
0

그것이알고싶다님의 댓글

  • 쓰레빠  그것이알고싶다
  • SNS 보내기
  • 귀신이 안나오는데도 무섭네
0

나루배님의 댓글

  • 쓰레빠  나루배
  • SNS 보내기
  • 실제로 홋카이도에는 불곰이 횡행합니다.
0

kawnl님의 댓글

  • 쓰레빠  kawn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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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런 이야기 좋음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0

psyplay님의 댓글

  • 쓰레빠  psyplay
  • SNS 보내기
  • 잘봤어요 ㅎㄷㄷ 하네요
0

얏흥님의 댓글

  • 쓰레빠  얏흥
  • SNS 보내기
  • 곰이 피맛을 봐버렸네
0

ghzl님의 댓글

  • 쓰레빠  ghzl
  • SNS 보내기
  • 실버 만화가 탄생한 배경??
0

꽃보다청소기님의 댓글

  • 쓰레빠  꽃보다청소기
  • SNS 보내기
  • 하다하다 이제 곰도 무섭네요ㅎㄷㄷ
0

피터패닉님의 댓글

  • 쓰레빠  피터패닉
  • SNS 보내기
  • 산케베츠 이야기는 본거지만 아래 이야기는 처음이네요. 귀신보다 이런게 더 오싹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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