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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은 왜 이럴까?] 신의 목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나요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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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 1157
  • 2018.01.21
15세기 초 프랑스 동쪽의 한 시골 마을에 평범한 소녀가 살았습니다. 1425년, 13세의 소녀 잔 다르크는 어느 날 들판에서 신의 목소리를 듣습니다. 한참동안 고민하던 그녀는 계시에 따라 고통받던 프랑스를 구하기로 결심합니다. 16세에 프랑스 군의 최고 사령관에 오른 소녀 잔 다르크는, 잉글랜드 군을 상대로 연전연승을 거듭하며 기나긴 백년전쟁을 승리로 이끌게 됩니다.

Eug ne Romain Thirion (1876). 미카엘 천사로부터 계시를 받는 잔다르크, 노트르담 교회 소장. - wikimeda ( cc ) 제공




오른손잡이 인간

인간은 오른손잡이입니다. 물론 왼손잡이가 들으면 서운할 말이지만, 인간의 대부분은 오른손으로 글을 쓰고 밥을 먹습니다. 인종과 문화를 초월한 인류 보편의 현상입니다. 어려서부터 오른손으로 숟가락질하도록 훈련받았기 때문일까요? 숟가락이나 포크, 젓가락은 사용하지도 않는 수렵채집사회도, 오른손잡이가 절대 대세입니다. 오른손으로 펜을 잡아야, 왼쪽부터 글을 채워 나갈 수 있기 때문일까요? 문자 언어가 없는 부족도, 오른쪽부터 글을 쓰는 문화에서도 사람들은 주로 오른손을 씁니다.

인간과 가장 가까운 침팬지는 어떨까요? 침팬지는 약한 오른손잡이 경향이 있지만, 개체 간의 차이가 훨씬 큽니다. 오른손을 선호하는 침팬지가 조금 많지만, 거의 양손을 자유자재로 사용합니다. 다른 동물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오른손만 편애하는 (혹은 혹사하는) 동물은 인간이 유일합니다.

Armin K� belbeck (2008). 왼손잡이가 드문 것은 필기가 불편하기 때문이 아니다. 인류 진화의 비밀은 오른손잡이 경향과 관련되는지도 모른다. - wikimedia ( cc ) 제공

뇌 편측화와 대뇌의 발달

인간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대뇌화입니다. 뇌가 커졌다는 것이죠. 똑똑하다고 알려진 돌고래나 침팬지, 코끼리도 뇌가 크지만, 인간에 비하면 아주 조그만 편입니다. 인류가 진화해 온 수백만 동안 시작된 일인데, 점점 가속화되어 약 100만 년 전부터는 뇌가 정말 쑥쑥 커졌습니다.

그런데 뇌가 마냥 무한정 커질 수는 없는 일입니다. 꼬불꼬불 주름을 만들고, 더 빽빽하게 뇌를 채워 넣었습니다. 그래도 부족해지자 좌우의 뇌를 비틀기 시작했습니다. 이를 야코브레비안 토크( yakovlevian torque )라고 하죠. 오른쪽 전두엽과 왼쪽 측두엽 및 후두엽이 좀더 부풀면서, 뇌는 약간 휘어진 모양이 되었습니다. 양쪽 뇌에 서로 다른 기능을 담당시킨 것이죠.

왼쪽과 오른쪽의 폐나 콩팥이 다른 일을 하지는 않습니다. 간이나 췌장 같은 편측성 장기도 있지만, 이는 원래 긴 위장관에 딸려 있던 기관이 좁은 복강 내에서 이러저리 꼬이며 각각 왼쪽과 오른쪽에 놓이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뇌는 양측성 장기임에도 불구하고 좌우의 기능이 다릅니다.

baik (2017). 대뇌 비틀림 ( yakovlevian torque . 오른쪽 전두엽과 왼쪽 후두엽이 반대편에 비해서 더 발달되면서 비틀려 있다. 이러한 대뇌 비틀림 현상은 인간에게만 관찰되는 독특한 현상이다. - pixabay 제공

옥스포드 대학교의 정신과 의사 티모시 존 크로우는 아주 흥미로운 주장을 합니다. 약 2300만년 전에 350만개의 염기 배열이 X 염색체에서 Y 염색체로 넘어왔다는 것이죠. 넘어오는 과정에서 Y 염색체의 짧은 팔 중간 부분에 뒤집혀서 붙습니다. 그런데 Xq 21.3 / Yp 11.1로 추정되는 X 염색체와 Y 염색체의 동형 유전자가 뇌 발달을 비대칭적으로 유발했다고 주장합니다.

이를 인류의 뇌 편측화 현상이라고 합니다.

언어의 탄생과 환청

뇌 편측화가 자연선택에 의한 것인지 혹은 유전자부동에 의한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유전자 이동 사건이 당장 어떤 이익을 준 것은 아니기 때문에, 처음부터 자연선택된 것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어쨌든 이런 변화는 아주 흥미로운 현상을 유발합니다. 좌우의 뇌가 역할을 나누기 시작한 것이죠.

왼쪽 뇌는 언어를 담당합니다. 다른 사람의 말을 이해하고(베르니케 영역), 말을 만들어 냅니다(브로카 영역). 뇌졸중 등으로 좌측 뇌가 손상되면, 언어를 이해하거나 발화하지 못하게 됩니다. 반대로 오른쪽 뇌는 정서를 느끼는 역할을 합니다. 오른쪽 뇌가 손상되면 대화를 나누는 데 별 지장이 없지만, 상대의 말에 어떤 감정이 담겨 있는지 이해하지 못합니다.

뇌는 귀에 들린 타인의 말을 이해하기 위해서, 일단 뇌의 각 부분으로 해당 정보를 전달합니다. 동시에 상대의 말에 응답하기 위해서 자신의 생각을 언어로 만들어야 합니다. 음성 언어를 자유자재로 사용하려면, 자신의 생각을 상대로부터 들은 말과 구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 두 가지 정보가 서로 섞이면 자신의 생각과 남의 생각이 뒤엉켜버리게 되죠. 인간은 좌우의 뇌에게 각자 다른 일을 나누어 주는 방법으로 이 문제를 해결한 것입니다.



그런데 만약 어떤 이유로 인해서, 이 두 가지 과업이 잘 분리되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요? 자신의 생각이 소리로 들리거나, 말하지 않고도 상대가 내 마음을 읽는다고 착각하게 됩니다. 네. 환청이죠.

물론 위대한 종교 지도자가 들은 신의 음성을 고작 뇌의 이상에 따른 환청으로 격하시키려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신의 메시지가 가진 위대함은 그 내용의 신성함에 있는 것이지, 그 전달방법의 신비로움에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현대 주류 종교에서는 신의 직접적인 계시를 그다지 강조하지 않습니다. 보수적인 종교에서는 아주 엄격한 기준을 통과해야 환청이나 방언을 공식적 은사로 인정하죠.

일시적인 환청은 일반인도 가끔 경험하는 현상입니다. 신의 계시라고 흥분하거나 혹은 조현병의 증상이라고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생생한 환청이 들린다면, 일단 정신과 의사를 만나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 필자소개

박한선 .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신경인류학자. 인류의 신체와 정신, 질병에 대한 의학적, 인류학적 의미를 공부했다. 현재 동화약품 연구개발본부에서 심신을 치유하는 좋은 약을 개발하며, 서울대 인류학과에서 신경인류학 논문을 쓰고 있다. ‘행복의 역습’, ‘여성의 진화’를 옮겼고, ‘재난과 정신건강’, ‘토닥토닥 정신과 사용설명서’ 등을 썼다.

[박한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신경인류학자 parkhanson @ gmail . 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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