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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컨택트'에 대한 짧은 생각들

  • 작성자: 꿍쾅
  • 조회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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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02.16
극장에서 컨택트를 보고 왔습니다.

오랜만에 정말 괜찮은 영화를 본 것 같아서 기분이 너무 좋아지더군요.

생각할꺼리가 많은 영화다 보니, 몇 가지 지점에 대해서 가볍게 끄적여보고자 합니다.



1. 언어는 사고를 지배한다.

'언어를 사고를 지배하며, 사물에 대한 지각까지 결정 짓는다.'

아마도 컨택트는 언어철학 그 중에서도 언어결정론에 매우 영향을 받은 것처럼 보였습니다.

여러 분들의 후기를 보니 이러한 개념에 대해 생소하신 분이 많은데, 이해를 돕기 위한 재밌는 사례가 존재합니다.

바로 '무지개'죠.

무지개는 각 문화권에 따라 무지개가 가지고 있는 색깔의 종류가 다르고 갯수마저 다릅니다.

이러한 각 문화권의 무지개에 대한 언어의 정의에 따라

똑같은 무지개를 보더라도 대한민국의 저는 일곱 빛깔의 무지개를 볼 것이고, 다른 문화권의 누군가는 3가지 빛깔의 무지개를 보겠죠.

이렇게 언어는 같은 사물을 보더라도 어떻게 인지할 것인지 결정짓습니다.

감독은 바로 이러한 아이디어를 '시간'이란 개념으로 확장시키게 됩니다.

(물론 이 지점은 과한 지점이 존재하기는 합니다. 하지만 이건 마치 슈퍼맨이 하늘을 나는데 이유를 묻지 않는 것처럼, 어느정도의 극적허용으로 봐야한다고 생각합니다.)


2. 시간이란 개념이 사라진다면?

펜타포드 족의 언어는 표의언어이며, 제일 중요한 지점은 '그들의 언어는 순환구조를 그리며, 시제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즉 펜타포드 족의 언어로 바라보는 세상 속에서는 시간의 개념이 없기 때문에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 그리고 내일의 나가 단절된 존재가 아니라 연결된 존재이며

이는 더욱 나아가서 갓 태어난 나부터 죽음 직전의 나까지 분절되지 않은 하나의 존재가 되게 됩니다.

따라서 영화 속에서 미래의 기억을 추억하는 건, 초능력이 아니라, 그냥 숨쉬듯이 당연한 것이 됩니다. 

지금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 지 생각을 할때, 다들 초능력없이 잘 알고 계시잖아요.

사실 추억이란 단어도 맞지 않습니다. 그냥 연결된 동일한 존재가 되는 겁니다.

시간축이란 개념이 없기 때문에 언제나 동시간에 수많은 경험을 하고 있는 '나'가 되는 것입니다.


3. 그렇다면 그들은 불멸의 존재가 아닐까?

이 시점에 영화 속에 등장하는 두 존재의 죽음에 대해 되짚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펜타포드의 '애봇'과 바로 주인공의 딸이죠.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겪은 동료 펜타포드와 주인공의 반응은 죽음에 대한 격렬한 감정보다는, 순응 혹은 수긍으로 나타났다고 생각합니다.

(외계인의 감정 표현 자체가 없었다고 반박하실지는 모르겠지만, 동료의 죽음에도 반격하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저는 동료의 죽음을 받아들인다고 생각했습니다.)

(주인공의 딸의 죽음에 대한 수긍은 마지막 '우리 아이 만들까?'라는 질문의 대답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왜 사랑하는 이의 죽음에 대해 분노하고 슬퍼할까요?

이는 아마도 사랑하는 존재와 더 이상 함께할 수 없고, 더 이상 볼 수 없음에 대한 감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언어가 가지고 있는 세계관에서 시간은 직선으로 흐르고 언젠가 끝이 납니다.

이런 세계관 속에서 죽음은 종언이기 때문에 사랑하는 이를 영원히 상실할 수 밖에 없고, 분노와 슬픔은 자연스러운 반응이죠.

하지만 시간의 개념이 사라진 원형 구조를 가진 펜타포드의 언어 속에서 죽음, 그저 겪게된 하나의 사건에 불과합니다.

물론 앞으로 더 많은 시간을 공유할 수 없음에 대한 슬픔은 있겠지만

A가 죽기 이전의 나와 A가 죽은 이후의 나의 구별이 없기 때문에, A와의 영원한 이별을 의미하지는 않죠.

간단히 생각하시면, 주인공은 언제든 딸이 죽기 전의 어느 순간이든 언제든 돌아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펜타포드의 언어 속에서 시간을 인지한 '존재들은' 공간적으로는 제한될 지 언정 불멸의 존재가 아닐까 싶습니다.



4. 왜 남편의 직업은 이론 물리학자인가? - 개연성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수많은 분들이 이 영화를 보고 너무 말도 안된다라고 비판하시는 것 같은데요.

저는 이 지점에 대한 답을 감독이 남편의 직업에 숨겨놓았다고 생각합니다.

영화 내내 남편은 이론물리학자라고 등장하지만, 이론 물리학자로써의 역할은 나타나지도 않습니다. (분수계산은 굳이 이론물리학을 안해도.....)

그렇다면 왜 감독은 남편을 이론 물리학자로 설정했을까요?

여기서 이론 물리학의 시간의 개념에 대해 집중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문과생이라 잘 모르지만, 이론 물리학에서 시간이란 상대적인 존재이며, 무엇보다도 '불가역' 거스를 수 없는 개념으로 알고 있습니다.

더 빠르거나 느리게 갈지언정, 되돌아 갈 수는 없는 것이 이론 물리학의 시간인거죠.

영화에서 주인공이의 대화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주인공의 능력(?)을 이야기하면서, 남편과 불화가 생기며 헤어지게 되었습니다.

아마 남편의 직업을 통해 감독은 남편의 입을 빌려서'나도 알아. 이거 과학적으로 말도 안되는 거야'라고

위트있게 말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싶네요.


5. 인터스텔라의 향기

저는 컨택트를 보면서 인터스텔라의 향기가 난다고 느꼈습니다.

어떤 분은 인터스텔라는 매우 과학적이었지만, 컨택트는 말도 안되는 개소리다라고 비판하신 것 같지만

제가 본 인터스텔라는 마지막 결말은 과학적인 해답이 아닌, 우리의 세계에서 이해할 수도 없는 고차원 존재로 영화의 결말을 넘겨버렸습니다. 

마치 컨택트에서 우리는 상상할 수 있지 이해할 수 없고, 가늠도 할 수 없는 펜타포드의 언어로 사건을 해결 짓듯이

이야기의 플롯(특히 결말을 맺는 지점)이 비슷하지 않은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6. 제목의 아쉬움

영화를 다 보고 알게 된 건 바로 컨택트의 원제가 arrival이라는 사실이었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사실상 외계인과의 접촉은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배경일 뿐

시간의 순환구조 속에서, 시작과 끝이 사라지게 되면서, 모든 순간이 한 순간이 되며, 모든 지점이 출발점이며

곧 모든 지점이 도착지점이 되는 순간이 바로 영화의 핵심이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컨택트라는 제목은 마케팅에는 좀 더 좋았겠지만 조금은 아쉬운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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