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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스쿨 교육 받으면 하는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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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10.14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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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3시 시작한 6~7교시는 ‘소시오드라마’(sociodrama) 시간이었다. 소시오드라마는 사회적 문제를 주제로 감독(의사·교사)이 극의 틀을 정해주면 연기자인 환자나 학생이 자발적으로 연기를 하는 즉흥극이다. 임상심리학 전공자인 남부보호관찰소 이태준 계장이 나왔다. 이 계장은 수강생들에게 동그랗게 앉아 달라고 했다. 24명 전체의 얼굴을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먼저 성구매사범의 재판을 재연하기 위해 주연인 성구매자 역을 뽑자고 했다. 당연히 누구도 주연을 맡으려 하지 않았다. 결국 제비뽑기를 했는데 하필이면 지각으로 경고를 받았던 20번이 걸렸다. 침울해 보이는 그가 과연 주연을 잘 소화할 수 있을까, 걱정스러웠다.


판사를 맡은 성구매자가 20번 구매자에게 “왜 안마시술소에 가서 성구매를 했냐”고 추궁했다. 구매자는 “기러기 아빠라서 충동을 이기지 못해 갔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판사’는 구매자 아내 역을 맡은 짧은 머리의 20대 후반에게 “남편 진술을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다. ‘아내’는 “무조건 이혼하겠다”고 대답해 좌중을 술렁이게 했다.


이어 체포 상황을 재연했다. 자신의 역에 몰입하며 잠시 활기가 흘렀던 강의실 안이 조용해졌다. 수강생 모두 체포돼 경찰서 유치장에 갇히는 모습을 연상했을 것이다. 안마시술소를 상징하는 빨간 보자기 위에 구매자와 ‘피해자’(성매매 여성)가 마주 앉았다. 분홍색 보자기를 뒤집어쓴 두 사람을 경찰이 연행하고선 수갑 대신 보라색 보자기로 손을 묶었다.


진행자는 구매자를 유혹하는 ‘욕망’ 역을 맡았던 세 사람에게 “구매자를 절대 못 나오도록 꽉 안으라”고 주문했다. 구매자에게는 “성매매를 안 하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이를 끊고 나오라”고 했다. 그러나 깡마른 20번 수강생은 3명이 만든 인간사슬을 쉽게 끊어내지 못했다. 보는 사람이 답답할 정도였다. 분홍색 보자기 속에서 장어처럼 퍼덕이던 그가 3분여 만에 마침내 인간사슬을 뚫고 나오자 박수가 터졌다. 보자기를 벗은 20번이 이날 처음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연극이 끝난 뒤 수강생들은 다시 동그랗게 모여앉았다. 감흥이 남아 있어서인지 목소리는 상기됐고 미소를 띠는 사람도 있었다. “수업에 대해 별 기대 안 했는데 느낀 게 많았다”는 이야기가 적지 않았다. 한 명이 “오늘 수업 내용을 새겨서 다시는 이런 곳에 안 오겠다”고 말하자 웃음도 터졌다. 진행자의 제안으로 모두 일어서서 손을 맞잡고 구호를 외쳤다. “다시는 만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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