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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고발? '무제한' 물대포 안 뺏기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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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10.15 10:00
새누리당이 박원순 시장이 국정 감사에서 시위현장에서의 경찰의 소방용수 사용에 대해 허위 진술을 했다며 위증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새누리당 이우현 의원(국토교통위 간사)은 "소방과 경찰이 시위에서 급수 사용을 다 사전 협의했는데도 박 시장이 국감에서 사전 협의도 없이 했다고 허위로 진술했다"며 이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고 한 것이다.

경찰이 사전협조 빠짐없이 이행했다고?

고발 취지만 놓고 보자. 쟁점은 '사전 협조'의 유무 여부다. 경찰은 사전 협조를 빠짐없이 이행해 오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김정우 의원이 옥외 소화전 사용과 관련해 종로경찰서와 종로소방서 간의 공문 내역을 공개한 자료에 의하면 경찰은 살수차의 소방용수 사용이 사회적 논란이 됐던 지난해 4월 이후에도 사전협조 규정을 준수하지 않았다. 

2015년 4월 18일 세월호 1주년문화제 때에는 이틀이 지난 20일이 돼서야 종로소방서에 경찰의 협조공문이 도착했다. 종로소방서가 종로경찰서에 회신을 보낸 건 며칠 뒤인 24일이었다. 경찰이 소화전에서 물을 빼내어 임의로 사용한 지 6일이 지나서야 사용허가가 난 셈이다. 당시 종로소방서는 종로경찰서에 회신을 보내면서 '사전 협조를 이행해 달라'고 당부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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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전허가 불이행 사례 2015년에만 3건 이상
ⓒ 육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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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살수차 물 자체 조달할 수 없나?

그해 4월 24일 열렸던 민주노총 총파업결의대회 당시에도 경찰은 사전협조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 협조공문은 시위 당일에야 소방관서에 도착했다. 일주일 뒤(5월1일)에 개최됐던 노동절집회 때에도 경찰은 집회가 끝난 다음 달(2일) 협조공문을 보냈다. 사전협조가 아니라 사후 통보를 한 셈이다. 

경찰은 살수차에 채울 물을 자체 조달할 수 없는 걸까?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김정우 의원실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경찰은 보유 중인 살수차 19대와 물 보급차를 가동하면 최대 177톤에 달하는 물을 일시에 확보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2013년, 2014년에는 1회 평균 5톤 정도를 썼고, 살수량이 급증한 2015년에도 1회 평균 92톤을 사용했을 뿐이다. 소방용수를 사용하지 않아도 살수차 운용이 가능한 것이다.

텅 빈 살수차를 끌고 나와 소화전 물로만 살수탱크를 채운 경우도 있었다. 지난해 5월 노동절집회 당시 40톤의 물이 살수됐는데 모두 소방용수로만 충당했고, 4월 18일 세월호범국민대회 당시에는 살수량 33톤 중 30톤을 소화전에서 빼내어 사용했다. 소화전 물이 지원되지 않는다면 살수차는 무용지물이라는 경찰의 주장은 엄살에 불과하다는 것을 방증해 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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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 살수 장비 소화전 물 필요 없는데..
ⓒ 육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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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고발? 시위 막는 '무기' 안 뺏기려고...

이런데도 새누리당 측에서는 소화전 물을 꼭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왜 그럴까? 최근 수년간 1회 평균 살수량을 비교해 보면 그 속사정이 뭔지 쉽게 파악할 수 있다. 

2013년에는 1회 평균 살수량이 5.5톤이었고 2014년에도 4.3톤에 지나지 않았다. 이러던 것이 2015년에는 1회 살수량이 93톤으로 폭증한다. 무려 20배 증가한 것이다. 작년 한 해 동안 이전보다 20배나 많은 물을 시위대에게 뿌렸다는 얘기다. 특히 고 백남기씨가 목숨을 잃은 민중총궐기 시위 때는 이전 1회 평균보다 50배 많은 양의 물이 살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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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회 살수량 2015년 20배 증가
ⓒ 육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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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도 시위 진압을 위해 지난해 민중총궐기 때처럼 많은 물대포를 쏠 것이며, 여기에 필요한 많은 양의 물을 '무제한'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는 소화전에 호스를 꽂겠다는 이야기로 들린다.  

고 백남기씨의 경우와 같은 비극이 재발해서는 안 된다. 엄청난 양의 물을 대포처럼 쏘아대며 시위대를 과잉진압하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부득불 소화전 물을 사용해야 한다면 시민들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선에서 그 허용 범위와 기준, 허가 절차 등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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