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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병은 부끄러운 것이다

  • 칫솔
  • 조회 1861
  • 2017.07.18 08:30

의병은 부끄러운 것이다

최범 
디자인 평론가

우리는 임진왜란 때 나라를 지킨 의병과 그들의 국난극복 의지를 높이 칭송하지만, 사실 의병은 자랑스러운 것이 아니라 부끄러운 것이다. 그들은 나라를 지키고자 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목숨과 재산을 지키고자 한 것이었으며, 자신의 목숨과 재산을, 나라가 아니라 자신이 직접 지킬 수밖에 없었던 그들의 운명은 비참한 것일지언정 영광스러운 것이 될 수 없다. 의병은 국가와 국방의 실패를 의미할 뿐이다.

외적을 물리치고 난 뒤 그들의 창끝은 나랏님에게로 향했어야 한다. 하지만 그들은 나랏님의 치하 한 마디에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고, 다음 난리가 날 때까지 개돼지처럼 죽어라고 일을 하며 살아가야 했다. 신화는 거짓이면서 동시에 진실인데, 의병의 신화가 감추는 것과 드러내는 것도 결국 이런 것이 아니겠는가.

민중이 직접 나라를 지킬 것이 아니라 나라가 나라를 지키도록 해야 한다. 민중의 진정한 잘못은 나라를 지키지 못한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런 나라를 만들지 못한 것에 있다. 그러므로 맨몸으로 외적을 막아낸 의병보다는, 국가라는 시스템을 통해 자신들을 지켜낸 국민이 몇 십배, 몇 백배 더 위대하고 훌륭한 것이다. 그러므로 의병은 우리 역사의 부끄러운 부분이다. 더이상 의병을 미화하는 신화를 재생산해서는 안된다.

민중의 평화는 난리와 난리 사이에만 잠시 존재할 뿐이며, 그 거짓된 평화 속에서 그들은 개돼지로 살아갈 뿐이다. 민중의 귀에 말발굽 소리가 들리면 때는 이미 늦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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