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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라도 위법 땐 사임"..출구전략 꺼낸 文대통령

  • 피아니스터
  • 조회 1655
  • 2018.04.13 20:39
서면 입장문 통해 원칙 제시 / "과감한 선택일수록 비난 두려워.. 이번 기회 관행·위법 기준 정해야" / 文 '반개혁 세력의 저항' 인식 피력 / '金 사수' 무게.. 퇴로 수순 시각도 / 민주, 침묵 속 檢·선관위 판단 주시 / 金원장 공식 일정 소화..논란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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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외유성 출장’ 의혹 등을 받는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거취 문제와 관련해 정공법을 택했다. 문 대통령은 13일 서면 입장문을 통해 김 원장의 ‘위법성’ 또는 ‘평균 이하의 도덕성’이 입증될 경우에만 사임하도록 하겠다는 ‘조건부 사임’ 원칙을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와 전격 회동을 가진 자리에서도 홍 대표가 김 원장 임명 철회를 요청했으나 그냥 듣기만 했을 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이 김 원장 사임의 기준을 제시한 것을 놓고서는 ‘김기식 사수’ 표명에 가깝다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김 원장 논란이 확산하는 것을 두고 ‘반개혁 세력의 저항’이라는 인식을 드러낸 대목에서 그런 의지가 읽힌다. 문 대통령은 이날 “이 기회에 인사 때마다 하게 되는 고민을 말씀드리고 싶다”고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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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이 필요한 분야는 과감한 외부 발탁에 대한 욕심이 생기지만 과감한 선택에 대한 비판과 저항이 두렵다는 것이다. ‘금융권 저승사자’라는 별명이 붙은 김 원장에 대한 보수 기득권 세력의 거부감 때문에 논란이 과도하게 커지고 있다는 인식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는 전날 피감기관 16곳을 들여다보니 19·20대 국회의원 중 피감기관 지원으로 해외출장을 간 사례가 167건 있었다는 여당 조사결과를 인용하며 “김 원장이 평균적인 도덕 감각을 밑돌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김 원장을 둘러싼 정치권 반응과 언론 보도에 대해 보고를 받으면서 “김 원장 개인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비슷한 경우 앞으로 어떤 기준을 적용할지가 더 중요하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통상적인 의정활동의 틀 안에서 이뤄진 일이 낙마 사유가 된다면 앞으로 의원 출신들이 입각할 때마다 걸림돌이 될 것”이라며 “문 대통령이 이번 기회에 기준을 확실히 정해야 한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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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서면 메시지를 통해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과거 국회의원 시절 문제되고 있는 행위 중 어느 하나라도 위법이라는 객관적인 판정이 있으면 사임토록 하겠다"며 "피감기관 지원 해외출장이 당시 국회의원들의 관행에 비춰 도덕성에서 평균 이하라고 판단되면 위법이 아니더라도 사임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 트위터

청와대는 전날 김 원장의 후원금 사용 문제 등에 관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유권해석을 구했는데, 이 같은 외부 기관의 객관적 판단을 통해 ‘관행’과 ‘위법’의 경계를 분명히 하겠다는 의미다. 검찰이 야당의 고발장을 접수한 지 사흘 만인 이날 김 원장의 해외 출장을 지원한 우리은행 등에 대해 신속하게 압수수색에 나선 것 역시 불법성에 관한 판단을 가능한 한 빨리 내놓겠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반면 일각에서는 ‘출구전략’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 원장 문제로 정국이 경색되면서 개헌, 국민투표법 개정, 추경예산 편성 등 주요 사안이 걸린 4월 임시국회가 공전을 거듭하자 ‘명분 있는 퇴진’의 길을 터놓은 것이라는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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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가 13일 오전 정세균 국회의장과의 비공개 면담을 마치고 나오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은 일단 문 대통령 입장과 보조를 맞추는 분위기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검찰이 수사하고 있고, 선관위도 보고 있으니 위법한 점이 있으면 그에 따라 처리하겠다는 말씀으로 본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원장 거취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는데, 검찰과 선관위 판단이 나올 때까지 입장을 유보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논란의 당사자인 김 원장은 공식일정을 부지런히 소화하며 ‘마이 웨이’를 유지하고 있으나 표정과 목소리 톤에서는 사퇴 압력에 따른 부담감이 엿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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