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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접종이 정파 따질 일인가

  • 인텔리전스
  • 조회 558
  • 2021.06.04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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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에 본사를 둔 화이자사(社)는 코로나 백신 출시를 한 달 앞둔 작년 11월 ‘과학이 이긴다(Science will win)’라고 쓴 큼직한 문구로 건물 외벽을 장식했다. 화이자의 mRNA 백신은 1년도 안 돼 개발됐다. 지금까지 나온 다른 감염병 백신은 개발 기간이 5~30년이었다. 화이자는 ‘과학이 이긴다’ 짧은 문구에 코로나 전투에서 반드시 이기겠다는 결기를 담았을 것이다.

현실은 그 다짐대로 흘러가고 있다. 미국·영국 등 백신 접종 선두국들은 빠른 속도로 안정과 활기를 찾아가고 있다. 마스크를 벗고, 가족 여행을 다니고, 벗들과 어울려 맥주잔을 기울인다. 그제 영국은 17개월 만에 ‘하루 사망자 제로(0)’ 기록을 처음 세웠다. 여기에 더해 “올해 안에 코로나 치료제를 내놓겠다”는 다국적 제약사들의 예고도 있다. 그렇게 되면 전투에 필요한 창과 방패가 모두 갖춰진다. 독성·전파력이 더 강한 코로나 변종(變種)이 나오는 예외적 상황이 아닌 한 인류가 이기는 게임이 돼 가는 양상이다.

지난 2월 26일 전국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처음 접종된 다음 날 조선일보는 ’403일의 기다림, 이제야 희망을 맞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혈전(血栓) 우려가 완전히 가시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백신 접종이 희망이라고 썼다. 그로부터 꼭 석 달 뒤인 지난달 26일 65세 이상 고령층에 대한 백신 접종이 시작됐을 때는 ‘우리도 백신 맞읍시다’ 제안을 독자들에게 드렸다.

정부도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며 백신 접종을 권유하고 있다. 정부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그래서인지 백신 접종 예약을 서두르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 한때 정체 양상을 보이던 백신 접종 예약률이 3일 현재 77%로 급등하고 특히 70~74세 연령대에선 80%를 넘어섰다. 미국이 선물한 얀센 백신은 더 극적이다. 예약 시작 17시간 만에 90만명분이 동났다. 얀센 백신 접종 대상인 30~40대 예비군·민방위 사이에선 “군대 갔다 온 보람을 느낀다”는 말까지 나왔다고 한다.

그런데 조선일보 보도에 대해 딴지를 거는 듯한 얘기들이 들린다. ‘백신 불안을 부추기더니 접종 독려로 선회했다' ‘대선 국면을 앞두고 집단면역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으니까 미리 주도권을 잡으려는 것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모더나 백신을 위탁 생산하기로 해서 백신 불안감을 부추기는 보도를 줄였을 것’이라고 한다.

백신 접종이 본격 시작되기 전에 국민이 우려하는 안전성, 효능 문제를 검증하는 것은 언론의 할 일이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안전성, 효능 논란은 유럽 각국에서 먼저 제기됐다. 혈전 문제가 불거지고, 임상 설계가 미흡했던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각국 정부는 처음엔 접종 제한 대상을 65세 이상으로 잡더니 나중엔 30세 미만 또는 40세 미만으로 정반대로 바꾸는 등 혼선을 빚기도 했다. 그러나 극히 드문 혈전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1초라도 빨리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낫다는 사실이 과학적 연구를 통해 명백해졌다. WHO 같은 국제기구들도 같은 입장이다.

보수 일각에서도 ‘조선일보가 왜 이러나'라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백신을 접종받자고 말하면 문재인 정권을 도와주는 것’이라는 논리다. 그러나 백신은 과학이다. 선진국 국민들은 백신을 맞고 나서 감염 공포에서 속속 벗어나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오히려 독자들에게 더 빨리 백신을 맞자고 제안 드렸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민 안전이 정파나 편가르기에 휘둘릴 수는 없다. 필자는 지난 6개월 코로나 취재 담당 부장으로 일하며 ‘과학이 이긴다’는 말을 받들어왔다. 온 국민이 코로나 공포로부터 벗어날 때까지 과학과 상식을 맨 앞자리에 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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