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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찻길 옆 오막살이" 강남 디에이치자이 입주민 한탄, 왜

  • 정찰기
  • 조회 771
  • 2022.01.20 09:23
  • 문서주소 - https://threppa.com/bbs/board.php?bo_table=0202&wr_id=350130
지난 18일 저녁 서울 강남구 디에이치자이개포 아파트 814동의 어느 집. 집안 곳곳에서 '우 윙' 소리가 수시로 들린다. 현관에서 가까운 방에서는 '우 윙' 소리 중간에 '드르륵' 소리도 들린다. 같은 날 방문한 813동의 어느 한 집에서도 같은 소리가 난다. 엘리베이터 바퀴가 레일을 타고 움직일 때 나는 진동소음이 콘크리트 벽을 타고 온 집안으로 퍼지고 있다.

한 입주민은 이 소리를 비행기가 이착륙할 때 나는 소리라고 하고, 다른 입주민은 기차 지나갈 때 나는 소리라고 했다. 많은 입주민이 소음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한 입주민은 "국내 최고 아파트 브랜드라는 현대건설의 '디에이치'와 GS건설의 '자이'가 붙은 아파트인데 여기 입주민 중 상당수는 '기찻길 옆 오막살이'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기차는 밤에는 안 다니지만, 엘리베이터는 시도 때도 없이 다니기 때문에 소음 피해로 치면 기찻길 옆 오막보다 못한 셈"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입주민은 "엘리베이터 소리에 잠에서 깬 아이가 한밤중에 안방으로 달려온 경우도 있다"고 했다.

최근 이 아파트 하자TFT(테스크포스팀)가 임대아파트를 제외한 전체 가구(1690가구)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 중 24%인 412가구가 집안에서 엘리베이터 소음을 인식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 중 262가구는 소음이 심하다고 답했고, 134가구는 매우 심하다고 했다. 입주민들이 잰 소음은 최대 50dB(데시벨)이고, 현대건설에서 측정한 소음은 최대 38dB이다. WHO(세계보건기구) 기준에 따르면 30dB가 수면방해 수준의 소음이다.

엘리베이터야 어느 아파트에나 있는 것인데 최고 인기 아파트 브랜드를 두 개씩이나 단 서울 강남의 신축아파트(2021년 7월 입주)에서 왜 엘리베이터 소음이 이렇게 큰 문제가 될까. 이 아파트 설계도와 엘리베이터 사양을 분석한 전문가들에 따르면 소음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50~60층짜리 초고층 건물에 들어가는 분속 240m짜리 초고속 엘리베이터를 일반 아파트 중 처음으로 썼다. 대형 건설사의 주택사업본부장을 역임한 모 건설사 대표는 "차가 속도를 낼수록 소리가 커지는 것처럼 초고속 엘리베이터도 일반 엘리베이터보다 소리가 크다"고 말했다.

건설사는 이렇게 소리가 큰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면서 단 30㎝ 두께의 일반 콘크리트 벽을 사이에 두고 엘리베이터와 집 안의 방을 붙여 지었다. 익명을 요구한 기술사는 "이런 엘리베이터 설계를 겔러그(1980년대 인기전자오락)형이라고 하는데 공간이 부족할 때 어쩔 수 없이 쓰는 것이고, 이런 설계를 할 때는 이중벽을 설치하거나 최대한 집안과 거리를 두는 식으로 설계하는데 달랑 30㎝짜리 벽만을 두고 바로 붙여 지은 건 굉장히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한 입주민은 이 아파트의 높은 용적률 때문에 건설사가 이렇게 무리한 설계를 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서울시 규제 때문에 아파트 층수를 높일 수는 없고, 주어진 용적률을 단지 안에 다 적용하려면 최대한 아파트를 슬림하게 지어야 하므로 이런 결과가 나왔다는 얘기다. 실제 개포지구 재건축 아파트가 대부분 용적률 250%인데 디에이치자이개포의 용적률은 336%로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높다. 임대아파트 306가구를 짓고 벤처기업 업무공간 등 공공시설을 조성하는 조건으로 용적률 인센티브를 많이 받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입주민은 건설사가 엘리베이터 공사를 서둘러 하면서 벌어진 '부실시공'의 결과일 가능성도 있다고 얘기한다. 시공사인 현대건설 관계자는 "지난해 여름 장마가 유난히 길었던 탓에 골조공사 일정이 두 달가량 미뤄졌고, 이에 따라 엘리베이터 설치 기간이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한 입주민은 "소음을 줄일 방법을 사방으로 알아봤는데 이미 다 지어진 상태이기 때문에 아파트를 헐고 새로 짓지 않는 한 해결책은 없다는 얘기를 듣고 절망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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