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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에게 젠더이슈는 ‘제로섬 게임’이 됐을까?

  • 인생은한방
  • 조회 551
  • 2022.06.30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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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에 부정적인 청년 남성들

설문조사에서는 일단 청년 남성 응답자군이 젠더이슈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경향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나는 페미니즘을 지지한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는 남성보다 여성이 더 차별받고 있다’ ‘우리 사회는 여성 지원 정책 및 예산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여성도 군대에 갈 필요가 있다’ 문장에 대한 공감도를 물었다. ‘매우 반대’부터 ‘매우 동의’까지 1~5점을 표기하는 방식이다. 그 결과 모든 문항에서 남성 응답자는 젊을수록 부정적 태도를 드러냈다. 여성 응답자가 나이가 많을수록 부정적 태도를 드러낸 것과 반대다.

20·30대 청년 응답자 답변을 구체적으로 따져보면, 페미니즘 지지에 동의한다는 응답 비율이 남성은 5.5%에 불과했지만 여성은 40.3%에 달해 7배 이상 차이가 났다. 여성 차별이 존재한다는 응답 비율도 남성은 12.4%였지만, 여성은 69.6%로 50%포인트 이상 차이가 났다. 청년층에서 남성과 여성의 젠더이슈에 대한 인식 차이가 매우 크게 나타난 반면, 40·50·60대 응답자군에서는 성별에 따른 페미니즘 인식 차이가 상대적으로 적었다.

청년 응답자 답변을 학력별로 세분화해 보면, 지방사립대에서 교육받은 청년 남성의 90.9%가 페미니즘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고등학교 졸업 이하·전문대·지방사립대·지방국립대·서울 4년제·대학원 중 지방사립대 청년 남성이 페미니즘에 가장 부정적인 태도를 드러냈다. 반면 서울 4년제 대학에서 교육받은 청년 여성은 54.1%가 페미니즘을 지지한다고 답해 긍정 답변이 가장 많았다.

청년 남성들, 젠더 이슈에 ‘부정적’
“페미 지지” 응답 여성, 남성의 약 8배


이 같은 조사 결과는 2011·2012년 한국종합사회조사(KGSS) 중 젠더이슈 관련 질문을 결합해 페미니즘 지지도로 재구성했을 때 남성과 여성 모두 젊을수록 페미니즘에 우호적이었던 것과 다르다. 당시 조사에서는 ‘여성의 자유와 권리는 제한돼 있다’는 질문에 대해서도 청년 남성과 중장년 남성 답변이 비슷하게 나타나, 청년 남성이 더욱 여성 차별에 둔감한 경향은 관찰되지 않았다.

한편 설문조사에서는 페미니즘을 지지하는 청년 여성 응답자군에서 레즈비언을 지지하는 만큼 게이·트랜스젠더를 지지하지는 않는 현상을 포착했다. 페미니즘 지지도에 따라 ‘레즈비언·게이·트랜스젠더는 권리를 보호받아야 할 사회적 약자’라는 문장에 얼마나 공감하는지를 물었다. 전체적으로 청년 여성의 긍정 답변 비율이 청년 남성보다 높았지만, 청년 여성 응답자군 내에서 페미니즘 지지도가 높을수록 레즈비언을 지지하는 정도와 게이·트랜스젠더를 지지하는 정도의 차이가 컸다.

응답 비율로 따져보면, 페미니즘을 지지하는 청년 여성 응답자군의 61.5%는 레즈비언이 사회적 약자라고 답변한 반면, 게이에 대해서는 40.3%만 그렇다고 했다. 페미니즘을 지지하는 40대 이상 여성 응답자군에서는 같은 질문에 대해 각각 40.3%, 35.4%가 그렇다고 답변했다. 레즈비언과 게이가 사회적 약자라는 절대적인 인식 정도는 페미니즘을 지지하는 청년 여성층에서 약간 높지만, 같은 성소수자임에도 불구하고 게이가 레즈비언보다 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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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 교수는 청년 남성들이 제시하는 논리는 페미니즘을 거부하는 백래시보다는 포스트 페미니즘에 가깝다는 분석도 했다. 엄 교수는 “포스트 페미니즘은 기존의 페미니즘을 연루시키고 의제들을 가져온다는 점에서 단순한 백래시가 아니다. (특정 집단이) 여초이니까 남성이 30% 들어와야 된다는 식으로 페미니즘을 전유하는 것”이라며 “남성과 여성이 자신의 파이를 놓고 누가 더 많이 가져갈 것이냐는 방식으로만 평등을 상상하지 않고, 그것을 넘어설 수 있는 전환이 필요하다”고 했다. 청년 남성들의 젠더이슈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페미니즘에 대한 공격과 반발로 정의하는 데서 나아가 더 세밀한 원인 분석과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대목이다.

김보명 이화여대 여성학과 교수는 “청년세대 안에서 교육·노동에서의 경쟁이 치열하고 촘촘해지는 한편 세대 간 계층 이동의 가능성은 낮아지거나 오히려 하향 이동성을 보이는 가운데 여성채용목표제 같은 정책적 개입이 ‘페미니즘은 불공정’이라는 오인된 인식을 낳게 한 것 아닌가 싶다”고 했다. 김 교수는 “20대 여성들의 페미니즘 실천이 시작된 배경은 젠더폭력에 대한 처벌 문제나 노동시장·가족관계에서의 변화 양상과 같은 정치경제적 문제들이 있지만 인터넷이나 정치권의 젠더갈등 담론 구도는 공정 프레임으로 집중된다”며 “이것이 젠더관계를 개인 여성과 개인 남성 사이의 갈등과 대립으로 파편화하는 효과를 갖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http://naver.me/xPQoiEO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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