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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은 흔한 일…'노인 50분 폭행' 당시 좀 더 시끄러웠을 뿐"

  • 스트라우스
  • 조회 918
  • 2023.03.18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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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유민주 기자 = "여기서 싸움은 워낙 흔한 일이야, 여긴 24시간 술병을 달고 살고 있는 사람이 많아요."

성인 한명이 서면 꽉차는 폭 1.5m가량의 고시원 복도. 18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에 있는 이 고시원 복도에서 만난 입주자 A씨는 지난 주말 60대 입주자 B씨가 무차별 폭행을 당해 숨진 사건 현장 모퉁이를 가리키며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고시원은 가까이 붙어 살아도 누가 해코지할까봐 서로 신경 안 쓴다. 한번 말을 걸면 나중에 술 먹고 아는 체하면서 찾아와서 시비 붙고 싸움나는 걸 많이 봤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11일 오전 1시쯤 이 고시원 입주자 2명은 복도에서 약 50분간 B씨를 폭행했다. '폭 1.5m 가량의 복도'를 지나가던 자신들과 부딪혔다는 이유에서다.

B씨는 왕래하는 가족이 없는 무연고 기초생활수급자였다. 그의 이웃 대부분도 이곳 고시원 외엔 터를 잡기 어려운 저소득층이었다.

비슷한 처지의 이들이 모인 이곳에선 폭력과 시비, 소음은 일상이었고 사건 당일은 평소보다 조금 더 시끄러운 새벽일 뿐이었다.

'50분 폭행'이 이어지는 동안 고시원 방안에 있던 다른 입주자 중 누구도 제지하거나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

◇ 신고 할까 말까 '고민'…"나도 당할까 두려워"

피해자는 결국 폭행 시작 약 7시간이 지난 오전 8시 방을 보러 온 C씨의 신고로 병원에 옮겨졌다. 그러나 B씨는 외상성 뇌출혈 등으로 끝내 숨졌다.

신고자 C씨는 찜찜한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그는 "사실 고시원 옮기려고 알아보다가 지인 소개받고 왔는데 신고를 할까봐 잠깐 망설였다"며 "이제 갈 곳도 없는데 혹시 이 일로 엮겨 또 다른 곳으로 가야할까봐 겁이 났다"고 말했다.

이어 "고시원을 많이 다녀봐서 알지만 옆방에 살아도 요즘 세상에 말 거는 사람이 없다"며 "여기 사람들도 괜히 보복당하거나 해코지 당할까봐 그때 신고를 안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같은 고시원에 1년 정도 장기 투숙 중인 60대 D씨는 "잡혀간 사람들은 술 먹으면 인사불성 되는 걸로 소문난 사람들"이라며 "이른 아침 화장실에서 그 사람들을 언뜻 본 적 있는데 피가 흥건한 손을 씻고 있어서 또 어디서 술먹고 넘어져서 다친줄 알았다"고 말했다.

이곳 고시원 방 가격은 월 25만~30만원이다. 복도마다 1평 남짓한 방이 10개 정도 다닥다닥 붙어 있고 복도는 여러갈래로 나눠져 있다.

D씨는 오래 전 설계된 고시원이라 방음이 사실상 안 돼 소음 피해가 심각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어린시절 아버지의 주사(酒邪)로 트라우마가 생겼다는 그는 "밤에 술 먹은 사람들 옆방에 들어오면 시끄러워서 잠을 못자고 신경이 하루종일 예민해진다"고 털어놨다.

이어 "게다가 여기 벽은 다 나무라서 옆방 코고는 소리까지 들릴 정도로 너무 잘 들린다"고 말했다.

D씨는 "고시원 어딜가나 술 먹고 싸우고 시비거는 일이 흔하기 때문에 이번일로 여길 떠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 같다"며 "아마 다시 그날 밤으로 돌아가도 다들 절대 신고 안 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고시원에는 적막함이 감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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