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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빼달란 112 신고에 살해 위협 신고 늦은 경찰

  • TV조선사절하오
  • 조회 2874
  • 2016.04.03 16:28

#. 지난달 충남의 한 병원에 입원해 있는 A씨는 하루 종일 짜증이 났다. 병실 맞은 편에 가게가 개업을 했나보다. 스피커에 노래를 크게 틀어놓고 행인들의 발걸음을 잡으려 한다. 편히 쉬질 못하겠네. 참다참다 못한 A씨는 휴대전화를 꺼내들었다.

 

1일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 112종합상황실에서 경찰들이 시민들의 신고전화를 받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1일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 112종합상황실에서 경찰들이 시민들의 신고전화를 받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혹시 따라하실까봐 싶어 걱정은 되지만 여쭤봅니다. A씨라면 누구에게 전화를 걸었을까요? A씨의 휴대전화에는 '112'가 찍혔습니다. 이날 경찰 인근에 있던 순찰차 한 대를 현장으로 보내 민원을 처리했다고 합니다.

경찰은 '민중의 지팡이'니까 그럴 수 있죠. 그럼 하나 더 여쭙겠습니다. A씨가 입원한 병원 인근에서 누군가에게 쫓기는 여성이 있어 112 신고가 들어왔다면 어땠을까요? 관할 지구대 순찰차가 A씨의 민원 같은 업무를 해결하고 있었다면? 상황을 가정해본 질문이지만 실제로 가능한 일이라고 합니다. 

지난해 6월 "남편이 술에 취해 칼을 들고 딸을 죽이겠다 위협한다"는 신고에도 경찰은 신고 접수 9분이 지나서야 현장을 찾았다고 합니다. 가장 가까운 관할 지구대의 순찰차는 "가게 앞에 주차된 차 때문에 오토바이를 들여놓을 수 없다"는 민원성 신고를 해결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주차된 차를 치우는데 소모한 9분. 자칫 하면 '큰일'이 나고도 남을 시간이었습니다.

인원과 차량 등 인프라가 풍족하다면 경찰이 사소한 일까지 해결해 주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경찰청에서 지난달 한 설문조사를 살펴보면 112 신고 이유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 중 24.9%가 '생활불편을 해결하기 위해'라고 답했다고 합니다. 각종 범죄 말고도 경찰을 찾는 손길이 많다는 뜻이겠죠.

사정이 이렇고 인력과 차량은 제한돼 있다 보니, 긴급출동신고와 비긴급출동신고 시 현장에 도착까지 걸리는 시간은 비슷한 수준이라고 합니다. 112 신고 경험이 있는 시민 10명 중 4명 이상이 가장 큰 불만 사항으로 '지연도착'을 꼽았습니다. 경찰의 딜레마가 느껴지네요.

경찰은 이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 과감히 버릴 건 버리기로 했습니다. 신고자의 생명과 신체에 위험이 없는 민원·상담성 신고에는 원칙적으로 출동하지 않겠다고 합니다. 범죄신고도 신고자에게 당장 해가 없다면 약속을 정하고 당일 근무시간 내에 찾아가기로 했답니다. 대신 긴급신고에 집중하겠다는 것입니다.

어찌보면 당연한 얘기입니다. 사실 이전에도 경찰은 112 신고 접수 시 긴급과 비긴급, 비출동으로 나눠 대응해 왔습니다. 이번 발표는 이 대응방식을 세분화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경찰이 굳이 '하던 일 더 잘 해보겠다'고 밝힌 것은 현장의 애로사항 때문일 것 같습니다. "차를 빼달라"거나 "문을 열어달라", "층간소음이 심하다"는 식의 (신체와 생명에는) 급하지 않은 신고에도 경찰이 직접 오지 않으면 거세게 항의하시는 분들이 종종 있다는 게 현장 경찰들의 하소연입니다. 지난해 접수된 112신고 1910만 건의 11.3%만이 긴급신고였지만, 나머지 비긴급신고에도 '성실히' 응해줘야한다는 것이죠.

경찰은 "비긴급신고로 분류돼 출동이 늦어지더라도 긴급신고를 우선 처리하기 위한 부득이 한 조치로 이해해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또 112는 긴급전화라는 점을 다시 한 번 떠올려달라고도 합니다. 

경찰이 본연의 업무를 지체하거나 다른 기관에 떠넘긴다면 당연히 그에 맞는 질타를 받아야 할 것입니다. 다만 '남의 중병보다 자기의 감기가 더 아프다'고만 생각하지 말고 긴급한 상황에 순찰차를 양보하는 여유를 가져보면 어떨지 싶습니다. 언젠간 나에게 진짜 '중병'이 닥칠 수도 있으니까요.

 

 

 

 

물론 신고는 다 소중합니다.

 

그래도 행여나 차막 신고가 먼저라도, 이후 신고가 더 큰 신고라면(살해, 특수 등)

 

좀 돌라와서 늦었을지라도 이해하는 미덕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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