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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담뱃값, 3500원도, 5500원도 아닌 하필 4500원일까

  • 킨킨
  • 조회 20407
  • 2014.09.12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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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랜만에 기사다운 기사읽어본다. 기자양반 고생하셨소 ^^, 그래 이게 기사지 <- 라는 댓글들이 달리는 SBS 기사

  

기레기, 우라까이가 난무하는 요즘 뉴스 시대에 사람들이 알고 싶은 정보를 잘 전달해서  

 

칭찬 받을 만한 기사라고 생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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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담뱃값 인상이 '사실상 증세'가 아닌 '그냥 증세'인 이유 -


● 정부 금연대책의 핵심, 그 이름 4500원

 정부가 종합 금연 대책을 내놓았습니다. OECD 가운데 최고 수준인 우리 나라의 흡연율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겁니다. 목표 달성 수단으로 담뱃값 즉 가격 정책을 꺼내들었습니다. 절대 세수 확보를 위한 것이 아니라고 두번 세번 강조합니다. 그러면서 담뱃값으로 4500원을 제시했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듭니다. 왜 하필 4500원일까요? 3500원도 아니고 5500원도 아닌 4500원인 이유가 도대체 뭘까요?


 복지부는 지난 2011년 설정한 국민건강증진계획 상 오는 2020년까지 흡연율을 29%로 낮추는 목표가 있다고 말합니다. 외부에 연구용역 시뮬레이션을 맡긴 결과 현재 44%에 달하는 성인 흡연율을 2020년 목표치까지 낮추는데 가장 효과적인 가격이 바로 4500원이라는 결론을 얻었다는게 복지부 설명입니다. 그래서 지금보다 2천원 더 올리겠다는 겁니다. 그럴 듯 하면서도 뭔가 허전하고 찜찜합니다.

 그런데 이 4500원 미스터리 해결의 단초를 제공해주는 연구 보고서가 있습니다. 조세재정연구원에서 지난 6월에 내놓은 <담배과세의 효과와 재정> 이란 보고서입니다. 비교적 최신 보고서인데다 내용도 방대합니다. 더욱 눈길이 가는 점은 조세재정연구원이 바로 복지부와 함께 이번 담뱃세 인상을 추진한 기획재정부 산하의 국책연구기관이라는 사실입니다.

● 정부가 말하지 않는 것, 담뱃값 인상과 세수의 오묘한 관계

 잘 알려진 것처럼 담배 소비를 줄이는데는 담뱃세 인상 즉 '가격 정책'이 가장 효과적입니다. 해외의 사례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담배과세의 효과와 재정> 40p, 최성은, 한국조세재정연구원, 2014.06
 담배가 비싸기로 유명한 영국만 보더라도 1990년대 이후 담배 가격 상승에 담배 소비량이 정확하게 반비례 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독일이나 호주등 다른 나라도 비슷합니다. 우리 나라도 마찬가집니다. 아래 자료를 보시죠. 
  <담배과세의 효과와 재정> 97p, 최성은, 한국조세재정연구원, 2014.06  
 현재 2500원인 우리 나라의 담뱃값을 인상할 경우 담배 소비가 반비례하여 줄어들 것으로 예측되는 추정 데이터입니다. 가격을 올릴수록 담배 소비가 줄고 그에 따라 흡연율도 자연스레 낮아질 것으로 예상할 수 있습니다.


 담뱃값이 오르면 소비는 줄지만 단기적으로 세수는 늘어납니다. 중독성이 강한 담배는 가격이 오르더라도 상대적으로 소비 위축이 적은, 이른바 가격 비탄력적인 상품이기에 그렇습니다. 하지만 가격이 일정 금액 이상을 넘어서면 소비 위축은 가속화 됩니다. 담배가 아무리 중독성이 있어도 너무 비싸면 안 피우거나 못 피우는 상황이 벌어지는 겁니다. 가격을 계속 올린다고 해서 세수가 계속 오르는 것은 아닌 이유입니다. 이러한 경향성에 따라 담배 가격 상승폭에 따른 각각의 추가 세수 규모를 추정해보면 매우 매우 흥미로운 결과가 나옵니다.
 <담배과세의 효과와 재정> 95p, 최성은 조세재정연구원 2014.06  
 담배 가격과 소비량 전망에 따른 추가 세수 추정치입니다. 보시는 것처럼 담배 가격을 2500원에서 조금씩 올리면 세수가 증가하다가 어느 순간 정점을 찍고 줄어들기 시작합니다. 그 정점이 바로 정부가 제시한 가격인 4500원입니다.

 담배에 붙는 세금의 세율을 62%, 70%, 90%로 조금씩 조정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 결과가 나옵니다.

 <담배과세의 효과와 재정> 102p, 최성은, 조세재정연구원 2014.06  
 어떤 경우에도 정확하게 4500원 지점에서 세수가 2조 7천억 원으로 최댓 값이 됩니다. 4500원을 넘어서면 총 세수가 점차 줄어듭니다. 가격이 5500원까지 오르면 3500원일 때보다 담배 1갑에 붙는 세금은 늘지만, 그만큼 담배 소비가 더 줄어 걷히는 세금 총액은 3500원일 때와 비슷해지는 겁니다. 다시 말해 일시적 가격 인상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세수의 최대액은 2조 7천억 원(정부 발표는 2조 8천억 원)이고, 가격 정책을 통해 더 이상의 세수를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는 얘기입니다. 결코 세수 확보가 아닌 국민 건강 증진 차원의 가격인상임을 강조하고 있는 정부의 선택, 즉 4500원은 그래프상 세수가 최대로 확보되는 딱 하나의 지점입니다. 참 공교롭습니다. 정부는 어제 금연대책을 발표하면서 담배 가격이 4500원인 경우 추가 세수는 2조 8천억원이란 팩트만 덜렁 던졌을 뿐, 위의 보고서에 나와있는 것과 같은 가격 인상 폭에 따른 '세수의 추이'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 공교롭고 공교로운 4500원이라는 꼭지점…그리고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담배 가격이 내년에 4500원으로 오른 뒤 계속 고정돼 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내년에 단숨에 담뱃값이 4500원이 되면 당연히 담배가 비싸다 느껴질 겁니다. 그러데 물가는 해마다 오릅니다. 10년 뒤인 2025년에는 4500원이 그다지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이 될 수 있습니다. 담배의 실질 가격과 담뱃세의 '실효세율'이 물가 상승에 따라 낮아지는 겁니다. 이와 관련해 해당 보고서는 이렇게 적고 있습니다.

"비 주기적인 큰 폭의 과세와 가격 인상은 가격 인상 단행시에 흡연율과 흡연량 저감에 가시적으로 효과적일 수 있지만, 이후 담배의 실질가격과 실효세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게 됨에 따른 흡연율 및 흡연량의 반등이 발생할 수 있다. (중략) 물가지수 등과 연동한 지속적 담배가격의 인상은 지속적인 흡연율과 흡연량 저감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측되지만, 우리나라와 같이 현재 담배 가격이 매우 낮은 상태에서는 흡연율 저감효과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있다."<담배과세의 효과와 재정> 92p, 최성은, 조세재정연구원, 2014.06

 해당 보고서의 취지는 지속적인 가격 상승 정책이 이어져야 흡연율을 지속적으로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 말을 바꿔 보면 물가 상승에 대응해 담배의 실효세율을 유지하려면 물가연동에 따라 지속적으로 가격을 올려야 한다는 뜻도 됩니다. 그래야 담배를 통한 세수도 가능한 최대한으로 유지됩니다. 마침 정부도 내년에 담배 가격을 일시에 4500원으로 인상한 뒤 이후에는 물가에 연동해 가격을 올리겠다고밝혔습니다. 다시 한번 참으로 공교롭습니다.
<담배과세의 효과와 재정>, 109p, 최성은, 조세재정연구원, 2014.06
 위의 그래프가 바로 한번에 담뱃값을 4500원으로 끌어올린 뒤, 이후 매년 물가에 연동해 가격을 인상했을 때 총 추가 세수가 어떻게 되는지를 나타내는 추이 그래프입니다. 2015년에 추가 세수 2조 7천억 원이 확보되고 이후 2017년까지 2년 동안 매년 2조 6천억 원이 확보되는 것으로 돼 있습니다. 2조 6천억 원은 담뱃세 인상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추가 세수의 최댓값인 2조 7천억 원 (정부 발표 2조 8천억 원)에 거의 근접한 세수입니다. 2015년부터 3년 동안 다른 증세 없이 서민들 호주머니에서 추가적으로 7조 9천억 원의 추가 세수를 거둬들이는 겁니다.

● 성능(?) 최적화는 PC에서만 쓰이는 표현이 아니라는 불편한 진실


 담배 가격 정책은 크게 두 가지 방식이 있습니다. 일시적 인상과 물가 연동에 따른 인상입니다. 어떤 나라는 전자를 쓰기도 하고 어떤 나라는 후자를 쓰기도 합니다. 이 둘을 섞어서 쓸 수도 있습니다. 어떤 가격 정책을 쓰느냐에 따라 정책 모델은 달라질 수 있고 당연하게도 모델에 따라 세수 총량도 달라집니다. 그런데 이번에 내놓은 담뱃값 인상안은 단기적으로 세수를 극대화하는데 최적화된 모델입니다. 추계 데이터를 토대로 봤을 때 이 보다 많은 세수를 확보할 수 있는 모델이 없다는 얘기입니다. 쉽게 말해 추계에 사용된 흡연율과 담배의 가격 탄력성등 여타 변수가 달라지지 않는 한, 가격 정책을 어떻게 펴더라도 향후 3년 동안 담배 세수로 7조 9천억원 이상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뜻입니다.

 도식적으로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정부의 정책 목표가 오로지 흡연율 낮추기라면 담배 가격을 4500원보다 훨씬 더 올려야 합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담배 가격은 오르면 오를수록 소비가 계속 반비례하여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아예 담배를 끊게 하려면 가격을 9065원까지 큰 폭으로 올려야 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보건복지부 산하 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내놓은 <담배 및 주류의 가격 정책 효과>에 따르면 연령, 소득수준, 자녀 유무등 여러 변수와 상관없이 금연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가격 즉 금연 의사 담배 가격은  9,065원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담뱃값이 9천원이 넘어가면 (실제 금연 성공 여부는 논하기 어렵지만) 흡연자들이 담배를 끊을 것이란 강한 의지를 보였다는 겁니다. 이 보고서는 더 나아가 아래와 같은 우려도 담고 있습니다.

"담배 가격을 인상하기 위해서는 인상의 폭에 대한 검토가 이루어져야 한다. 본 연구에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금연 의사를 보이는 담배 가격은 8,910-9,065원 정도였다. 담배 가격을 인상할 경우 담배 가격 인상에 대한 체감도가 적은 수준의 낮은 담배 가격 인상은 흡연자 뿐 아니라 간접흡연에 노출되어 있는 국민 모두의 건강을 증진시킬 수 있는 방안은 아닐 수 있으며, 다만 세수 확보를 위한 차원으로 국민들에게 오해의 소지를 전달할 우려가 있다."<담배 및 주류의 가격 정책 효과> 120p,고숙자, 보건사회연구원, 2013.08

 정부가 작정하고 담배 가격을 일시적으로 6천원 이상으로 올리면, 담배 소비는 4500원으로 올렸을 때의 -15%보다 두배인 -30% 가까이 매우 큰 폭으로 줄어듭니다. 물론 이럴 경우 위에 언급했던 곡선 그래프대로 추가 세수는 0원이 되지만, 흡연율 억제라는 정부의 정책 목표를 초과 달성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담뱃값 상승에 따른 물가 상승과 서민들의 충격을 더 우선시 한다면 담뱃값 인상 폭은 2000원보다 더 작아져야 합니다. 실제로 정부의 금연대책 발표에 앞서 어제 오전 당정 협의에서 일부 새누리당 의원은 2000원이라는 인상폭이 너무 큰 것 아니냐는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습니다.

 정부의 최종 선택은 작다고 말하기도, 크다고 말하기도 참으로 애매한 4,500원입니다. 그 애매한 선택인 4500원에서 공교롭게도 담뱃세를 통한 추가 세수는 극대화됩니다. 다시 말해 4500원이란 가격인상 폭에 가장 많이 담겨있는 고민은 (정부가 인정을 하건 안하건 간에 결과적으로) 흡연율 억제도, 서민 충격도 아닌 바로 세수 최대화라는 겁니다. OCED 최고 수준인 흡연율을 낮추기 위한 것일 뿐, 세수 확보 목적이 결코 아니라고 여러차례 강조하는 정부의 말이 곧이 그대로 들리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 꼼수 증세가 아닌 진짜 복지를 위한 진짜 증세로

 정부는 이제 솔직해져야 합니다. 명분과 속내가 다른 정책이 순조롭게 추진되기는 어렵습니다. 정부가 정말 흡연율을 우려해 담뱃세를 올리겠다면 4500원보다 더 올린다 해도 국민들은 납득할 겁니다. 그럴 경우 흡연율 억제라는 정책 효과도 더 크게 거둘 수 있을 것입니다.

 홍길동도 아닌데 증세라고 쓰고 증세라고 말하지 못하는 정부 부처의 고충을 풀어줄 칼자루는 결국 청와대가 쥐고 있습니다. 이제는 '증세없는 복지'와 '재정 확대를 통한 경제활성화'라는 신화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복지를 위해 세수 확대가 필요하다면 과감하게 인정하고 대국민 설득을 시작해야 합니다. 정부와 여당은 내년에 복지 예산을 10% 증액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올해 복지 예산이 100조가 넘었으니 최소한 10조원 이상의 추가 세수가 필요합니다. 담뱃세만으로 충당 가능한 금액이 결코 아닙니다. 직접세 즉 진짜 증세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합니다. 한해에 기업들이 감면받는 법인세만 2012년 기준 9조 5천억원에 달합니다. 언제까지 흡연자들 호주머니를 털 수도 없을 뿐 아니라, 간접세 확대는 조세 정의 차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담뱃세 인상과 정공법을 함께 써야합니다. 이도 저도 아닌 꼼수 증세로 진짜 복지는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하현종 기자mesoni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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