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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이상 지속가능한 체제가 아닌 자본주의

  • 정경사
  • 조회 19293
  • 2015.08.04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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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인본주의자들에 따르면, 역사란 우리 인간이 스스로 소외로부터 해방되어가는 과정인 동시에 인간으로서 가진 조건을 실현해 가는 과정이다. 그런데 이 과정은 끝없는 도정이다. 우리가 어떤 구체적 소외로부터 해방된다고 곧 인간소의 자체로부터 해방되는 것이 아니며 우리는 다시 새로운 소외의 문제에 당면하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우리는 바로 그러한 끝없는 미완성의 역사를 살고 있다. 1인당 우리는 바로 그러한 끝없는 미완성의 역사를 살고 있다. 1인당 국민소득이 4천달러에 이른 사실이 말해 주듯이 과거 그렇게도 갈망했던 일, 굶주림에서 벗어나고 헐벗음에서 해방되었을 뿐 아니라 고층빌딩에 파묻히다 못해 우리가 만든 자동차의 홍수에 떠밀려날 듯 싶은 남대문, 그리고 우리 상품을 산적한채 인천항을 떠나는 혹선들이 보여 주듯이 그동안 우리 경제사회는 경이로운 발전을 이루었지만, 이에 만족하지 않고 우리는 “또다른 문제”를 시대적 당면과제로 발전시켜 가고 있는 것이다.

 

 오늘 우리가 당면해 있는 문제들은 과거의 발전이 부산물로 가져 온 문제들이다. 그러나 이들은 우리사회가 발전을 통해 예전에 가지고 있었던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했다면 제기되지 않을 문제들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우리가 앞으로 해결해 가야 할 문제들로 현재 인식하고 있는 과제들을 우리사회의 발전이 가져 온 이른바 발전적 문제들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자본주의 체제의 기본 원리는 각 개인이 스스로의 행복을 추구하는 최선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신념에 근거를 두고 있다. 그것은 개인의 행복이 외부로부터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의 주관적인 판단과 노력에 의하여 결정된다는 믿음과, 또 개인은 바람직한 생활을 영위해 나가는 데에 필요한 정신적, 물질적인 수단을 획득할 수 있는 능력을 소유하고 있다는 믿음에 근거를 두고 있다. 따라서 자본주의 사회의 자유 경제체제는 모든 개인에게 자유스러운 경제활동을 최대한으로 보장하는 것을 기본 이념으로 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이념에 기반하는 순수한 자유경제체제는 하나의 이론적 모형에 불과하고 현실적으로는 많은 문제점들을 안고 있다.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문제점으로는, 우선 부와 소득 분배의 불공평을 지적할 수 있다. 자본주의 경제 제도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사유재산 제도는 인간에게 이윤 추구에 대한 강렬한 충동을 제공하고, 경제를 움직이는 동력이 되지만, 그것이 지나치면 여러 문제를 일으키는데, 분배의 불공평성이 그 단적인 예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는 부와 소득의 불공평성 문제를 구분하여 살펴보아야 한다. 부는 다른 말로 자산이라고 할 수 있는데, 불공평의 문제는 바로 자산 격차의 문제를 말하는 것이다. 소득은 개개인의 능력과 창의력에 바탕을 둔 노력의 대가인 반면, 자산은 물론 이런 요소도 포함하지만, 부의 세습에 관계된 상속과 그 자산을 바탕으로 한 불로소득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따라서 사회 구성원들에게 심각한 불평등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제발전의 걸림돌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가 보통 절대 평등보다는 상대적 평등을 평등의 기본 원칙으로 삼기 때문에 소득분배의 불평등성에 대해서는 일정 정도 용인될 수 있다고 볼 수 있으나, 장애자나 노인 등에게는 이런 상대적인 기회 평등만으로는 안 될 것이다. 

 

둘째, 실업과 인플레이션이 번갈아 일어나며 경제가 불안정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마르크스 경제학자들은 이를 시장의 무정부성에서 기인한다고 보았다. 실업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면 인플레이션 문제가 발생하고 인플레이션 문제에 신경 쓰다 보면 실업문제가 발생하는 등 경기변동 문제에 있어서 이 두 골치 아픈 문제가 경기대책의 선택문제에 대한 여러 경제학파들의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실업의 문제는 자신의 노동력을 팔아 그 대가로 살아가는 대다수 근로계층의 생존문제와도 연관되어 있고, 인플레이션 문제는 앞서 얘기한 자산을 많이 가진 계층과 그렇지 못한 계층의 불평등의 심화를 가져와 결국 사회 안정의 가장 위협적인 존재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마르크스 경제학자들이 말한 자본주의 몰락은 바로 여기에 근거를 두고 있으며, 따라서 이 문제는 자본주의의 가장 민감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셋째, 환경파괴의 문제를 들 수 있다. 이는 공업화의 문제로 파악할 수 있으나 자본주의적 생산의 비계획성과 지나친 이윤추구에 직접적인 원인이 있다는 점에서 자본주의 체제가 안고 있는 필연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즉 공업화과정이 공익성과 장기적 전망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단기적 사익에 기초하여 이루어지며, 그것이 무분별한 개발을 초래하고 급기야 심각한 환경문제를 일으키는 것이다. 최근 문제되고 있는 수질 오염, 배기 가스의 증가로 인한 오존층의 파괴, 생태계의 파괴와 변질 등은 모두 자본주의의 비계획성과 경쟁적 이윤추구의 산물인 것이며, 이제 그것이 인간의 생존 자체를 위협하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넷째, 인간 소외의 문제를 들 수 있다. 소외란 인간이 필요에 의해서 만든 산물에 인간이 역으로 지배를 당하는 상태를 말하는 것이다. 즉 인간의 필요에 의해서 상품을 생산했지만, 역으로 그것이 인간의 모든 생활을 지배 조정하게 된 현실을 뜻한다. 인간이 생산물의 주인이 되는 것이 아니라 역으로 그 지배를 받는 과정이 바로 오늘날 자본주의가 안고 있는 인간소외의 문제인 것이다. 돈과 상품 역시 인간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지만, 그것이 역으로 인간의 모든 생활을 지배하게 되어, 돈을 위해서 부친을 살해한다거나, 인신매매를 서슴지 않는 반인륜적 행위를 연출하게 하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기계와 상품의 노예가 되어 인간성을 상실하고 기계의 부품과도 같은 존재가 된 것이다. 

 

다섯째, 사익과 공익이 대립되는 경우가 나타난다는 점이다. 극도의 이윤추구는 공공의 복지와 행복을 증진시키는 것이 아니라, 역으로 공익을 저해하고, 심지어 공동체적 기반마저 혼란시킬 수 있다 .자본주의가 공익과 사익이 배치되는 특징을 갖지만, 그것을 합리적으로 조정할 자체 능력을 갖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분명한 한계를 갖고 있다. 

 

이상의 다섯가지 자본주의의 대표적인 문제점을 살펴보았는데 여기서 주지해야할 점은 이들이 서로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맞물려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점들은 현실 자본주의의 문제점과 정확히 일치하는 것은 아니고, 어느 정도의 차이를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자본주의는 벌써 수백년 간 지구 상의 지배적인 경제체제로 존속하여 왔다. 나아가 최근 들어 사회주의 체제가 대거 몰락하고, 또 서구 사회민주주의도 후퇴를 보이면서, 부의 사회화와 사회적 재분배를 요구하는 사회정의의 주장은 약화되고,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가치가 더욱 널리 인정받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자본주의는 전적으로 부정의한 체제라고 매도할 수는 없지만, 많은 모순과 문제점, 부정의한 측면을 지니고 있는 체제라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자본주의는 기본적으로 그것이 재산이든 재능이든 인간의 차이를 긍정하는 체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즉 불평등을 긍정하고, 개인들의 자유를 중시하는 체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재산의 불평등을 긍정한다는 점에서는 비판의 여지가 크지만 재능의 불평등에 대한 긍정과 자유의 존중이라는 자유주의의 주장은 타당한 면도 있을 것이다. 또한, 자본주의는 바로 이러한 개인의 노력과 성과를 중시하고, 그에 따라서 재화와 사회적 지위를 귀속시키는 데에 장점이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요컨대, 자본주의는 개인의 자질과 능력에 따라 자신의 선택으로 모든 것을 결정하도록 하며, 이 과정에서 많은 부적응자를 양성해 낼 수 있는 제도이다.  

 

자본주의가 얼마나 비극적이며 또 얼마나 무서운지 우리는 체험을 통하여 알고 있으며,   나아가 이는 종종 공정한 룰이 사라진 사기와 협잡 그리고 폭력으로 변질되곤 한다. 특히, 사회적 약자, 즉 가난한 이들과 무능력한 이들은 삶의 절망과 인격적 무기력에 빠지곤 한다. 

 

자본주의는 인권보다는 재산이 중심이 되는 사회이고, 자본주의이지, 인본주의가 아니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부는 자본의 논리, 재산권의 논리대로 냉정하게 움직이며, 인간적 필요와 도덕적 요청에는 냉담하다. 그리하여 한 쪽에서는 천문학적인 부가 창출되고 또 쌓여가는데, 다른 한 쪽에서는 여전히 적빈과 기아가 넘쳐나고 있다.  또한 자본주의는 이기적 경쟁심을 부추키며, 공공성을 염두에 두고, 이타주의적인 양보를 생각하다가는, 전략적으로 사고하며 자신의 이익에 민첩한 이들에게 뒤쳐지게 되고, 나아가 그 인격과 정신을 다치기도 한다. 그리고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가진 것이 적은 이들은 경쟁에서 낙오되어, 사회의 주변으로 밀려나기 십상이다. 그들은 더 이상 정당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한낱 부담스러운 피부양인, 나아가 잉여인간으로 전락하고, 그들의 울분과 박탈감은 때로는 사회에 대한 무자비한 폭력으로 표출되기도 한다. 

 

자본주의 부정의적 측면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또, 인간의 존엄과 부합하기 위하여는 공정한 규칙이 지켜져야 하며, 사람들이 규칙을 보고 경쟁하도록 하여야지 상대방을 보고 경쟁하도록 하면 안될 것이다. 또한,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 재산과 재능의 특권은 상대화되어야 하며, 재산과 재능은 개인의 영역을 넘는 사회의 공동의 자산이라는 측면을 강조해야 한다. 재산과 재능을 많이 가진 이는 그에 대한 개인적 지배권을 강조하기보다 그 사회적 책임성에 주목하여야 할 것입니다. 자원의 효율적 활용의 방안을 개인적 이익의 극대화라는 측면에서 구할 것이 아니라, 개인의 의무의 충실한 이행이라는 측면에서 구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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