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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實業), 그리고 허업(虛業)…

  • 홍위원
  • 조회 15846
  • 2015.09.16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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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늦은 시간 잠을 못 이루고 이리저리 채널을 돌리다 티브로드 안양방송 민선시장 6기 특집에 나온 김성제 의왕시장의 인터뷰를 봤다. 인접시와 달리 많은 굵직굵직한 개발사업이 여러 건 진행되고 있는 터라 이해관계자가 많아져 어려움도 클 것이다. 반대세력들이 데모를 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다고 하여 “무슨 이야기를 하나” 찬찬히 들어봤다. 인터뷰 내용 중 민민 갈등에 대한 안타까움, 그리고 정책수행과정의 근본적인 정보 왜곡 등으로 갈등이 부풀어진 것에 대한 아쉬움이 많이 묻어있어 마음이 짠했다.

 

정치를 이해하는 자세…

 

작금의 정치는 과거에 비해 많이 투명해 졌으며, 개인이 사리사욕과 영달을 추구할 수 없고 자칫 욕심을 부렸을 때는 바로 감옥으로 직행할 확률이 너무나 높아져 있다. 오죽하면 “정치인은 감옥소 담장 위를 걷고 있다”는 말이 나왔을까. 조금만 삐끗하면 바로 교도소 앞마당이다. 올해 초, 김종필 전 자민련총재는 90세가 되어서 정치에 대해 회고하며 “정치는 허업(虛業)이다”라고 말했다. 정치원로의 이 말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사업하는 사람은 자기가 씨를 뿌리고 수확을 했을 때 보수를 받지만, 정치인은 엄밀한 의미로 보수를 받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세비는 활동비일 뿐이다. 정치인이 일을 잘하면 본인이 수익을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이 나눠 가진다고 볼 수 있다.


기원전 145년경 한나라 용문에 태어나 사기열전을 쓴 사마천은 친구인 ‘이릉’을 변호하다 궁형을 당하고 평생 남자구실을 못하고 살게 된다. 그는 “이것이 내 죄인가? 정녕 내 죄란 말인가? 몸이 망가져 쓸모가 없게 되었구나” 탄식한다. 그가 사기열전에 묘사한 인물들 대부분은 권력의 정점에 섰으나 끝내는 비참한 최후를 맞는 영웅호걸들이다. 불사이군(不事二君)을 명분으로 수양산에서 굶어죽은 백이, 진시황을 도와 중국을 통일한 이사는 그 아들 조고에게 죽는다. 진나라에 법치의 기초를 닦았던 상앙은 자신이 만든 법에 의해 사지가 찢어지는 형에 처해 진다. 와신상담(臥薪嘗膽) 오의 부차를 승리주역으로 만든 오자서는 말가죽에 싸여 물고기 밥이 되었다. 이렇듯 사기열전의 주제는 ‘정치 허업(虛業)’이다. 그러면 실업(實業)은 무엇인가. “백성은 상대방의 재산이 자신보다 열 배 많으면 몸을 낮추고, 백 배 많으면 두려워하며 천 배 많으면 그의 일을 해주고, 만 배 많으면 그 하인이 된다”는 내용이 사기열전 69편 화식(貨殖)에서 다뤄져 있다. 부자가 되는 데는 정해진 직업이 없고, 재물에는 정해진 주인이 없다고 한다. 재벌급 재물을 얻은 사람은  모두 한 가지 일에 전심한 사람들이라 했다. 현재 김성제 의왕시장의 시정에 대해 주민소환제 절차를 밟겠다며 반대파들이 열을 올리고 있다. 김 시장은 인터뷰에서 이런 일로 너무나 스트레스가 크다며 괴로움을 털어내고 있었지만 민심이 하나 되는 의왕시민이 되면 좋겠다는 바람과 포부는 밝히고 있었다. 김 시장에 대해 의왕시민들 중 과반이상은 ‘시정을 잘 이끈다’고 평가했고 실제로 그런 조사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그런데 현재의 상황에서 반대파들이 현 시장에 대해 자신들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여 주민소환에 필요한 정족서명이라도 받아놓게 되면, 시장은 투표가 종료될 때까지 업무를 중지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중요한 시정은 마비가 된다. 또한 주민소환제로 인한 투표비용 수억 원의 혈세가 공중으로 날아가 버린다.


다시 허업(虛業)인 정치의 세계로 돌아가 보면 정치인은 정작 본인에게는 허무한 것이지만 젊은 날 포부를 세워 고민 끝에 이 길을 선택한다. 이런 분야에 재능이 있고 취향과 욕망이 강한 사람이 있게 마련이다. ‘의왕시 법무타운 건립계획’은 민민갈등을 빚어내고 있지만 향후에 ‘신의 한수’였다는 평가를 받는 ‘웅비 의왕’ 건설의 계기가 될 수 도 있다. 그런들 김 시장도 몇 십 년 후면 ‘정치란 허업이었노라’고 회고하는 노정객으로 돌아 갈 뿐이다. 무슨 커다란 부귀영화가 주어진다고 시민의 가슴을 찢고 그 일을 하겠는가. 인터뷰에서 “왕곡동, 고천동의 희생 위에 의왕시의 발전을 도모 할 마음은 없다”라 했다. 정말 반대파 시민들은 김 시장이 말하는 이 진정성을 믿어 줄 수는 없는 것인가! 개인의 부귀영화를 누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의왕시를 위해 시작한 일들인데 반대파에서는 김 시장이 개인적 영달을 위해 일하고 있는 것처럼 묘사하고 있고, 그렇게 매도하고 있다. 시민들의 가슴을 찢기 위해 시작한 일이 아닐 것이다. 이 일들은 결국 김 시장 개인이 아니라, 시민들에게 남는 혜택이 될 뿐이다.


나이 들어 김종필 총재는 이렇게 말한다. “내가 정치한다고 이리 저리 분주하게 뛰어다녔는데 남는 게 뭐가 있는가? 자식들에게 내가 해 준 것이 무엇이 있는가?”라고, 그리고 “요즘 언론에  등장하여 기대를 한 몸에 모으고 있는 젊고 앳된 정치인 있지요. 그분을 볼 때마다 이런 생각을 해요, 그냥 자기 사업이나 계속하였으면 좋았을 텐데, 저렇게 젊은 날부터 텔레비전이나 신문을 장식하는 일이, 길고 긴 인생살이에서 무엇을 남길 수 있을까!”라고 말했다. 아마도 안철수 의원을 보고 한 이야기 인 것 같다.


사회가 돌파구 없이 서로를 향해 돌을 던지고 있는 때 사회곳곳 실업(實業)전선에서 훈훈한 소식이 많다. 이번 달 17일 이준용 대림산업 명예회장이 자신의 전 재산 2,000억 원 상당금액을 남북통일 나눔 재단에 내놓겠다는 선언을 하여 기분이 좋다. 우리나라 재벌 두산, 효성, 삼성, 롯데 등이 2세들에게 재산을 물려주는 과정에서 어떤 이는 타국을 떠돌다 죽고 어떤 이는 자살까지 했다. 치졸한 재산다툼이다. 젊은이도 이런 기부캠페인에 동참하고 있다.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4년생 박철상군은 주식으로 수백억 원을 벌었고, 장학기금으로 매년 3억7천만 원 이상 쾌척하고 있다.

 

의왕새마을금고(이사장 이병래)가 지역사회에 하는 봉사도 아름답다. 의왕시 포일동, 부곡동 새마을금고건물 몇 개 층을 지역사회 단체에 무상으로 사용 대차하여 주민들이 고마워하고 있다. 현대식건물 한 층이면 임대보증금만 해도 몇 억을 주어야 할 텐데 무상으로 주민들이 이용한다. 또 이렇게 혜택을 받은 단체는 무료 힐링북 카페로 재오픈했다. 심신이 지친 사람들이 쉬면서 힐링할 수 있는 공간으로 주민들을 위한 선행의 선순환이 일어나고 있다. 비록 사적재산이지만 지역사회를 위한 공적 용도로 재창조 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의미도 퇴색시키는 ‘시민사회의 적’들이 생겨질 수 있다. 그런 때에 지역의 건강한 시민단체의 거버넌스는 이런 부패된 집단에게 단호히 퇴출을 명령해야 할 것이다.

 

 

제가 의왕뉴스에 직접 작성했던 글입니다.

쓰레빠님들과 나누고 싶어서 올려봅니다.

http://www.xn--vg1b002a7wcu3a.com/sub_read.html?uid=4313&section=sc12&section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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