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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2018년 올해의 외국영화 Best 20 (간단평 포함)

  • 폭스바겐세일
  • 조회 1992
  • 2018.12.16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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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런 자격이나 권위는 없지만
영화 감상을 무척 즐기고 사랑한다는 이유로,
"2018년 올해의 외국영화 Best 20"을
선정해 보았습니다.


작년에는 국내외 영화를 망라해서
Best 20을 선정했지만,
올해는 나누어서 선정하기로 했습니다.
그만큼 작품성이 뛰어난 영화들이 많았네요.

'올해'에서 올해의 기준은 개봉 시점입니다.
2017년 12월 20일을 시작점으로
2018년 12월 12일까지 개봉된 영화가 대상입니다.
영화제에서만 선보인 영화들은 제외했습니다.
이 기준으로 올해 관람한 외국영화들을 세어보니
대략 150편 정도이더군요.


순위 선정은 당연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느낌과 판단에 의한 것이므로
그 선정에 못마땅하신 점이 있다 할 지라도
너그럽게 넘겨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순위는 역순으로 감독을 명시하고
간단평을 첨가하겠습니다.
간단평은 편의상 경어를 생략하며
20위~11위는 다소 짧게,
10위~1위는 조금 길게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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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위) [더 포스트] (스티븐 스필버그)

[스파이 브릿지]와 함께 스필버그의 이 영화는
여러 장르의 음악을 기웃기웃 전전하다
제자리로 돌아와 바흐의 음악을 듣는 듯한
기분을 들게한다. 악기는 물론 톰 행크스.
언론은 국민을 섬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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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위) [코코] (리 언크리치)

언젠가는 망각된다 할 지라도
누군가는 기억하고 있다는 것의 소중함.
죽는다는 것은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 살아가는 것임을...
삶과 죽음을, 이승과 저승을 이어주는,
음악이라는 이름의 황홀한 연결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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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위) [린 온 피트] (앤드류 헤이)

한 소년의 어른으로의 성장을, 아니
너무 빨리 어른이 될 것을 강요받은 아이에겐
소년성의 회복이 오히려 성장일 수 있음을,
영화는 근심과 응원의 눈으로,
위엄과 품격의 심장으로 담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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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위) [아직 끝나지 않았다] (자비에 르그랑)

본격적인 폭력이 점화되는 시점으로 진입해
폭력이 점층법의 단계를 밟아 진화해서
마침내 폭발하는 시점까지.
배경음악이나 앵글상의 기교를 배제하고
피해자인 소년의 불안한 얼굴에 집중함으로써
가정내 폭력이 작동하는 메커니즘을 고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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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위) [레이디 버드] (그레타 거윅)

머물러야 했던 때는 몰랐던 것들,
떠나보니 알겠네. 바보처럼...
냉정하게 떠나보냈건만
돌아서자마자 흐르는 눈물. 바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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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위)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 (크리스토퍼 맥쿼리)

147분의 러닝타임을 가지고 노는 완급 조절,
스마트한 작전과 끈끈한 팀웍,
얼굴에 뚜렷이 드러나는 주름살을 압도하는
한 배우의 성실성과 열정.
그러나 무엇보다...
보는 이들의 심장박동을 최고조로 끌어올리는,
에단 헌트의 그 숭고한 전력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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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위) [보헤미안 랩소디] (브라이언 싱어)

33년의 세월을 거슬러 그 공간으로 날아간
한 마리 새가 된 채
웸블리 스타디움을 자유자재로 날면서
그 날 그 장소에서 그들과 함께 하나가 되는,
그 황홀한 착시...
그 새의 온 몸에 소름이 돋고
그 새의 눈에서는 뜨거운 눈물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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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위) [보리 vs 매켄로] (야누스 메츠)

플래시백이 어지럽게 교차할 수 밖에 없었을
영화의 구성은 예상 외로 침착하고 정교하며
슬로우모션의 쓰임새도 매우 만족스럽다.
신파적 요소를 최대한 자제하면서도
끝내 길어올리는 뭉클한 감동 한 바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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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위) [플로리다 프로젝트] (션 베이커)

소수자들이 겪는 궁핍과 고난에 대해 감독은
가벼운 동정의 시선도
무책임한 희망의 시선도 거둔다.
가진 자들의 추악한 탐욕이
없는 자들의 삶에서 무지개마저 빼앗을 수 있음을
이 영화는 묵묵한 근심으로 고발할 뿐.
쓰러졌음에도 다시 자라는 나무처럼...
무니야, 포기하거나 좌절하지 말고 다시 일어서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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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위) [어느 가족] (고레에다 히로카즈)

사회가 방치한 상처를 서로 핥아주고
세상의 냉기를 서로의 온기로 극복하며...
가족을 온전한 가족으로 묶어주는 것은
피가 아니라 구성원들 간의 서사이다.
그 서사가 환상임이 드러나 현실을 부술 때도
쇼타는 아무도 몰래 내뱉는다. '아빠...'
결국 그들이 훔친 건
물질이 아니라 시간이 아니었을까.
함께 할 수 있었던 그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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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위)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루카 구아다니노)

프레스토의 속도로 찾아와
라르고의 속도로 머무는 첫사랑.
첫사랑이란 이름의 지진은
전진과 여진을 동반한 채
한 사람의 영혼을 뒤흔들어 놓지만
그 과정을 견뎌야 어른으로 성장하고 성숙한다는,
첫사랑의 아이러니를 절묘하게 풀어낸다.
사랑에 빠진 시간 뿐만 아니라
사랑에 빠지기 두렵고 조심스러워
낭비되는 시간까지를 섬세하게 살피며.
내 이름으로 불러보는 너라는 첫사랑,
네 이름으로 불리기를 바라는 나라는 첫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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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위) [인 디 아일] (토머스 스터버)

끝없이 반복되는 지겨운 일상,
가끔은 무의미하게 느껴지는 노동,
때로는 영혼을 엄습해오는 무서운 고독...
그러나 창고형 마트라는 일터에는 바다가 있고
그들의 귀에는 파도소리가 들리니,
통로 여기저기 섬처럼 산재하던 사람들은
그 파도를 타고 다른 섬에 가닿고 싶다.
허우적거릴 수도 가라앉을 수도 있겠지만
언젠가는 도착할 수 있으리란 막연한 희망으로...
이미지와 소리, 노래가 참으로 아름답게 섞이며
영화는 그렇게 그렇게 시(詩)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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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위) [셰이프 오브 워터] (기예르모 델 토로)

1층의 극장에서 흘러나온 불빛이
엘라이자의 침실로 스며들어
엘라이자의 잠을 깨우는 전반부를 지나,
엘라이자와 생명체가 사랑을 나누는 욕실에서
흘러넘쳐 바닥으로 스며들어 떨어진 물은
극장에서 잠들어있던 한 관객의 얼굴로 떨어져
그의 잠을 깨운다.
빛에서 물로 이어지는 각성의 연쇄적 고리가
아직도 온갖 편견 속에
타인과 타인의 사랑을 함부로 재단하는,
엄혹한 세상의 몽매한 자들에게 깨달음을 주기를...
물의 모양이
물을 담는 그릇의 모양에 따라 달라지듯,
사랑의 모양도
사랑을 담는 그릇의 모양에 따라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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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위) [쓰리 빌보드] (마틴 맥도나)

마땅히 밀드레드의 분노의 대상이 되야 할
강간살인범이 모습조차 드러내지 않는 상황에서
불완전한 인간들의 불완전한 응징과 복수가
또 다른 응징과 복수를 야기하는 아이러니는
씁쓸하고도 허무하다.
밀드레드의 분노는
무능하고 부정의한 공권력을 향한 것이 아니라
불합리하고 불가해한 삶에서
자신을 지탱하기 위한 수단으로도 읽힌다.
혐오와 증오의 악순환을 끊어낸 것은
결국 공감과 연대,
공감과 연대의 근원은
진정한 반성과 진정한 용서였음을...
프란시스 맥도먼드와 샘 록웰의 연기 배틀은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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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위) [퍼스트맨] (데이미언 셔젤)

아무도 이룬 적이 없는 꿈도 있다.
목숨을 걸어야 이루어지는 꿈도 있다.
불가능이 가능을 훨씬 앞서는 꿈도 있다.
남들이 비웃고 손가락질하는 꿈도 있다.
얻는 것보다 더 많은 걸
잃어야 하는 꿈도 있다.
소중한 사람들과 멀어지게 될 꿈도 있다.
끝끝내 기어이 마침내 실현돼도
기쁨보다 허무가 더 큰 꿈도 있다.
그래도 누군가는 그 꿈을 꾸며
누군가는 그 꿈을 향해 달려간다.
그리고 역사는 그들에 의해 만들어진다.
그리하여...
우리는 그들을 "퍼스트맨"이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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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위) [킬링 디어] (요르고스 란티모스)

시종일관 날카롭고 비범하다.
그리스의 이피게네이아 신화를 모티브로 했지만
점점 틈을 벌리며 그 신화를 재해석한다.
결국 다루고자 한 것은
삶, 종교, 권력의 본질에 대한 철학적 사유.
무조건적인 복종과 숭배를 요구하는 신(神)은
죄와 벌의 균형을 말하며
아무런 대응도 할 수 없는 무력한 인간에게
선택의 딜레마를 강요한다.
그 딜레마 속에서 대속(代贖)의 대상을 찾으며
비굴하게 무너지는 인간군상...
라스 폰 트리에의 [안티크라이스트]에
견주고 싶을 정도로 심오하며 염세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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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위) [너는 여기에 없었다] (린 램지)

'You Were Never Really Here.'의 의미란?
폭력과 공포의 피해자가 됨으로써
평생의 트라우마에 시달리게 될
그 끔찍한 시공간에
니나가 존재했음을 강하게 부정함으로써
니나의 영혼을 구원하고 싶었을 조의 바람.
또는 완전한 역(逆)으로,
그 끔찍한 시공간에
조가 존재했음을 강하게 부정함으로써
조의 영혼을 구원하고 싶었을 니나의 바람.
'너'를 '신(神)'으로 읽는다면,
인간들의 삶에서 그들이 어쩔 수 없이 직면하는
불행과 고통의 현장을 외면하는
신에 대한 원망과 한탄...
아... 호아킨 피닉스...
이제 그에게서는 점점 신(神)의 모습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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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위) [패터슨] (짐 자무쉬)

영화가 끝나는 순간
온 몸에 찬 물 한 양동이를 쏟아부은 듯한
찌릿찌릿한 통찰이 찾아온다.
평범한 일상과 묵묵한 노동을 예술로 승화시킨,
굳이 읽힐 필요도, 굳이 팔 필요도 없는,
아름다운 시를 써나가던 패터슨의 깨달음.
시는 여전히 씌어져야 한다는...
Would you rather be a fish?
패터슨은 한 마리 물고기가 되어
패터슨시의 그레이트 폴스를,
약간의 변주와 함께 지겹게 반복될 시간을
시라는 지느러미로 유영할 것임을...
오랫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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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위) [팬텀 스레드] (폴 토마스 앤더슨)

스릴러, 심지어 공포영화의 장르까지를 넘나들며
게다가 적절한 유머와 냉소까지 잊지 않고 그려낸,
레이놀즈와 알마의 기막히고 전쟁같은 사랑은
수많은 사랑 영화들 중에서 단연 돋보인다.
그야말로 천의무봉(天衣無縫)!
폴 토마스 앤더슨의 촬영과 편집의 솜씨에
바느질 자국 따위는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다니엘 데이 루이스.
오스카를 세 번이나 수상한 그의 마지막 선택이
이 작품임은 실로 의미심장하다.
하필이면 힘든 산등성이를 골라
한 걸음 한 걸음을 옮기던 그는
이제 그 자신이 하나의 산(山)이 되었다.
레이놀즈와 알마의 사랑은
결코 저주받은 것이 아님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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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위) [로마] (알폰소 쿠아론)

롱테이크의 장인으로 불리던 감독은
엠마누엘 루베즈키의 도움 없이
직접 카메라를 잡고
수평의 패닝과 트래킹만으로
최대한 기교를 덜어내지만 정교함은 잃지 않는다.
일상의 소리들을 입체화시키는 기적,
눈 앞에 펼쳐지는 흑백의 건조한 화면,
그 화면에 색감을 채우는 건 오롯이 관객의 몫이다.
자식을 키운 어머니들에 대한 한없는 애정과 경의,
삶의 온갖 시련, 시대의 격랑 속에서도
존엄성을 지켜낸 인간들에 대한 깊은 신뢰,
이야기와 인물을 엮는 세심한 문법...
아이들을 구해내고는 비로소
하나의 프레임 속에 들어와 부둥켜안는 사람들,
세 번의 비행기,
영화관 좌석을 자석으로 만드는 엔딩....
[칠드런 오브 맨]과 [그래비티]를 다시 넘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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