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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만명 앓아도 치료약 없다···'황제병→서민병' 통풍 딜레마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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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4.25 18:42

모르긴 몰라도 ' 물이 최고! "



통풍으로 부은 발(오른쪽)과 정상적인 발. 통증염증반응 등으로 인해 바람만 닿아도 극심한 고통을 느끼게 된다.


통풍 환자 4년새 40% 늘어

우리나라에서만 ‘43만953명(2018년 기준)’이 앓고 있지만, 제대로 된 치료약이 없는 병이 있다.
‘바람만 닿아도 엄청난 통증을 느낀다’는 통풍(痛風)이 그렇다. 통풍은 잦은 육류 섭취와 과음ㆍ과식 등으로 관절 부위 등에 요산이 쌓여 염증 반응과 통증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25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보건의료 빅데이터 개방시스템에 따르면 2014년 30만8725명이던 국내 통풍 환자 수는 지난해 43만953명으로 4년 사이 39.6%가 늘었다. 이는 병원 처방 등을 받아 통계에 잡히는 환자 수다. 실제 환자는 이보다 두 배 이상 많을 것으로 제약 업계는 보고 있다. 기름진 음식을 자주 즐기는 상류층 사람이 걸린다는 의미로 황제병ㆍ귀족병 등의 별칭이 붙었던 통풍이지만, 서구화된 식습관 등으로 최근엔 '서민 질환'이 됐다.

식습관이 주된 원인인 만큼 통풍은 나이에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또 한 번 발병하면 고혈압이나 당뇨병처럼 완치도 어렵다.

2025년 글로벌 9조6000억원대...제약업계 블루오션 부상


글로벌 통풍 치료제 시장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그랜드 뷰 리서치( Grand View Research )'는 현재 3조원 선인 글로벌 통풍 치료약 시장 규모는 오는 2025년 쯤엔 83억 달러(약 9조6000억원) 대로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 @ joongang.co.kr


부작용 우려로 치료약 개발 어려워

문제는 통풍 환자는 꾸준히 늘지만, 마땅한 치료약은 없다는 점이다. 통풍약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우선 통풍의 원인이 되는 요산의 배출을 돕는 약이 있다. 통풍 환자의 90%는 요산이 소변 등으로 잘 빠져 나가지 않는 ‘배출 저하형’ 환자다. 나머지 10%는 요산이 일반인보다 많이 생기는 요산 ‘과다 생성형’ 통풍을 앓고 있다.

현재 ‘페북소스타트’나 ‘알로푸리놀’ 등 '과다 생성형' 환자를 위한 치료제는 있지만, 환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배출 저하형' 환자에는 이렇다할 치료약이 없다. 대신 상대적으로 약효가 짧은 ‘요산분해 효소제’등이 사용된다. 그나마 '페북소스타트'란 치료약은 최근 안전성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통풍약 개발 어렵지만, 한국·일본업체들 두각

시장성이 충분함에도 그간 제대로 된 통풍 치료약이 없었던 건 그 위험성이 높아서였다. '배출 저하형' 환자 치료제는 신장에 과부하를 주는 부작용이 있어 약을 만들어 내기가 쉽지 않았다. 신장 뿐 아니라 알러지나 심혈관계 질환을 초래하는 경우도 많았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현재 글로벌 제약사들이 개발 중인 10여 가지 통풍 치료물질 중 '레보토피소팜' 등 4가지가 부작용에 따른 안전성 부족 등의 이유로 개발이 중단됐다.

그나마 정체 상태인 통풍 치료약 개발 경쟁에서 선두권에 있는 건 한국 업체들이다. JW 중외제약이 개발 중인 통풍 치료제 ‘ URC 102(코드명)은 최근 국내 10개 대형병원과 손을 잡고 160여 명의 통풍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실험을 하는 임상후기 2상에 돌입했다. 임상후기 2상은 최적 투약량을 측정하기 위한 임상이다. URC 102는 요산이 몸 속에 쌓이는 배출 저하형 통풍을 호전시키는 신약후보 물질이다.

LG 화학의 'LC 350189'는 요산 생성에 관여하는 단백질의 작용을 억제한다. 현재 임상 2상을 준비 중이다. LG 화학은 올 하반기 미국 보스톤에 있는 자사의 바이오 관련 연구시설(글로벌 이노베이션 센터)에서 임상 2상을 진행한다는 목표다.

일본 제약사인 후지는 'FYU- 981'을 개발해 일본 현지에서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박찬희 JW 중외제약 신약연구센터장은 " URC 102는 2020년까지 임상 후기2상을 마무리하고 이후 3상을 진행한다는 목표"라며 "보다 빠른 상업화를 위해 글로벌 제약사와 손을 잡고 '라이선스 아웃(자사가 보유한 기술·물질·특허 등의 권리를 타사와 공유)'하는 등 다양한 개발 전략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이수기 기자 retalia @ 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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