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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대환영한 애플 ‘귀국세’ 40조 납부 약속…속내는?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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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1.19 05:00


법인세율을 대폭 낮춰 미국 기업들의 국내 투자를 이끌어내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세제 개편이 효과를 보는 것일까. 글로벌 정보기술( IT ) 업체 애플이 17일(현지시간) 이른바 ‘귀국세’로 불리는 해외 보유 현금 대상 세금 380억달러(약 40조원)를 내고, 향후 5년간 300억달러(약 32조원)를 미국 내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고 AP 통신 등이 전했다.

애플은 해외에서 발생한 수익을 미국으로 돌려놓는 데 비용이 많이 든다며 법인세 관련 법이 개정되기 전까지는 수익 송환을 거부해왔다. 애플은 2690억달러(약 288조원) 사내유보금의 거의 대부분인 94%를 해외에 두고 있다. 애플의 이번 발표로 트럼프 정부가 역외 회사로 수익을 돌리며 세금 납부를 피해 온 기업들을 압박하기는 한결 수월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내 정책으로 애플 같은 기업들이 미국에 어마어마한 돈을 되돌려줄 것이라고 약속했다”면서 “애플이 세금감면에 따라와주는 것을 보니 기쁘다”고 썼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 CEO )도 이날 낸 성명에서 “우리의 성공을 가능하게 만들어준 사람들과 나라에 보답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깊이 느끼고 있었다”고 응답했다.

도널드 트럼프 트위터

애플은 이번 투자계획으로 일자리 2만개가 새로 생길 것으로 예상했다. 본사가 있는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외 다른 지역에 새 사옥을 짓겠다고 밝혔다. 제조업 일자리 창출 기금 투자액도 10억달러에서 50억달러로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켄터키주와 텍사스주에서는 이미 관련 프로젝트가 진행중이라고 설명했다. 애플은 미국 경제에 3500억달러를 기여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애플이 트럼프 정부 기대대로 미국에 많은 돈을 풀지는 미지수다. 애플은 해외 보유 현금이 2523억달러로 미국 내 기업 중 가장 많은데 이 금액 중 얼마큼 미국으로 들여올지는 밝히지 않았다. 아이폰 제조공장 건설 계획 등도 없었다. 비교적 소액인 300억달러 국내 투자로 생색을 내고 절세 이득만 취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정부의 세제개편안에 따라 기업들이 귀국세를 낼 경우 세율은 1회에 한해 15.5%가 적용된다. 현행 21% 법인세율보다도 낮다. 애플은 이전 세제 적용 때와 비교해 430억달러(약 46조원)를 절세했다.

영업이익에 비해 세금을 적게 낸다는 비난을 피해가려는 행보로도 풀이된다. 존 매케인 미 공화당 상원의원 등은 애플이 영업이익의 채 1%도 안 되는 낮은 세금을 내 국민들을 분노하게 하고 있다면서, 역외 조세도피처를 이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매우 의심스럽다고 지적해왔다. 유럽연합( EU ) 재무장관들은 애플이 법인세를 적게 징수하는 아일랜드에 유럽지사 본부를 두는 방식으로 높은 세금을 피해간다고 비판한다. 지난해 11월 공개된 조세회피처 파일 ‘파라다이스페이퍼’는 애플이 아일랜드의 세금규제 강화 움직임을 피해 자회사 2곳을 EU 규제가 미치지 않는 영국 왕실령 저지섬으로 옮겼다고 주장했다.

애플이 기업가치를 재고하려는 전략적 판단에 따라 움직였다는 해석도 나온다. 애플은 자사주 매입, 주주 배당금 지급으로 970억달러 빚을 떠안고 있다. 일부 투자자들은 애플이 추가로 자사주를 매입하거나 배당금을 지급하더라도 비난받지 않을 여지를 만들어냈다고 보고 있다. 보통 자사주 매입, 배당금 지급은 호재로 받아들여져 주가가 뛴다. 팀 쿡은 이날 애플의 모바일 운영체제( iOS ) 업데이트 버전에서 아이폰 성능 조절 기능을 끌 수 있는 선택권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애플 주가는 이날 하루에만 1.7% 뛰었다.

<박효재 기자 mann 616@ kyunghyang . 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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