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중학교 사회과 교사 이모(34)씨는 10월부터 출근 전 한 시간씩 전날 저녁뉴스부터 조간신문을 꼼꼼히 확인하고 있다. 수업시간마다 “탄핵과 하야의 차이가 무엇이냐”, “대통령이 하야하면 우리나라는 어떻게 되는 것이냐”는 등 ‘최순실 사태’ 관련 질문이 쏟아지기 때문이다. 사회 현안에 대한 구체적인 질문도 이어진다. 이씨는 “최근 수행평가 과제로 ‘자유민주주의를 해치는 사례’를 내라고 했더니 모든 아이들이 최순실에 대한 이야기를 써냈다”고 말했다.
‘최순실 게이트’ 여파로 중·고교 교실마다 ‘정치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교내에 ‘박근혜 대통령 하야’와 같은 대자보를 붙이거나 친구들을 모아 토요일마다 서울 광화문 일대 집회에 직접 참여하는 학생도 많다. 소셜 미디어 계정에 정치 현안 뉴스를 공유하는 것은 기본이고, 현 정부와 기득권에 대해 비판하는 동영상을 제작해 유튜브 등에 올리는 학생들도 있다. 최순실 사태를 속속들이 모르면 ‘왕따’를 당한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경기도의 한 예고에서 미술을 전공하는 김모(18)양은 “요즘엔 학교와 학원에서도 여럿이 모이면 휴대폰으로 뉴스 기사를 본다”고 했다. 김 양은 “얼마 전 학교에 시국선언문이 붙었는데 반 친구와 대자보를 사진으로 찍어 휴대폰 배경화면으로 설정했다”며 “전엔 가고싶은 대학의 교표나 아이돌 사진을 배경으로 했는데 요즘엔 ‘최순실 패러디’나 ‘민주주의’에 관한 멋진 글귀들을 배경으로 해둔다”고 했다.
서울 중구의 한 고등학교에 다니는 이모(18)양도 “세월호 사건 이후로 정치에 관심을 가진 것이 처음”이라며 “그때는 선생님들이 ‘너무 마음 쓰지 말고 공부나 열심히 하라’고 하셨는데 지금은 선생님들도 수업 도중 조는 친구들에게 ‘니가 정유라야?’라는 농담을 하시는 등 우리의 마음에 공감을 해주시는 것 같다”고 했다. 지난 17일 대입 수능시험을 마치고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집회를 연 고3 학생들은 “공부만 열심히 하면 성공하는 줄 알았는데, 정유라씨는 공부 열심히 했느냐”며 울분을 터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