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신건웅 기자 = 굳건했던 농심의 라면시장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 여전히 절대 강자지만 판매량이 주춤하면서 점유율이 낮아졌다. 대신 '갓뚜기'라는 별명이 붙은 오뚜기가 영향력을 확대했다.
가격 결정이 농심과 오뚜기의 라면 판매량 흐름을 바꿨다. 농심은 지난해 말 가격을 인상했지만 오뚜기는 10년째 가격을 동결했다. 오뚜기는 '착한 기업' 이미지까지 얻으면서 판매량이 늘고 있다.
업계에서는 변동이 적은 라면시장의 특성상 농심의 시장 지위는 유지되겠지만 점유율은 다소 낮아질 것으로 예측했다. 농심은 주요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여름철 인기 제품 프로모션을 진행하며 점유율 끌어올리기에 나섰다.
◇달라진 라면 판매량…농심, 점유율 50% 아래로
27일 시장조사전문기관 닐슨코리아와 업계에 따르면 농심의 지난 5월 라면 시장 점유율(판매수량 기준)은 49.4%를 기록했다.
농심의 시장점유율이 50% 아래로 낮아진 것은 지난 2012년 이후 5년여 만이다. 당시 '꼬꼬면' 등 하얀 국물 라면 열풍이 불면서 일시적으로 농심의 시장점유율이 50% 아래로 하락했다.
이후 농심은 점유율 50%를 회복했지만 하락 추세다. 2014년 시장점유율은 58.9%에 달했지만 지난해에는 53.9%까지 낮아졌다. 대신 오뚜기 점유율이 18.3%에서 23.2%로 높아졌다. 지난달에는 25.2%까지 상승했다.
판매량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부분은 가격이다. 농심은 지난해 12월 라면 가격을 평균 5.5% 인상했다. 반면 오뚜기는 2008년 라면 가격을 한 차례 인상한 이후 10년째 동결했다. 오뚜기 관계자는 "올해도 가격을 올릴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가격에 민감한 소비자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오뚜기 제품으로 이동한 것이다. 삼양라면도 지난 5월부터 가격을 평균 5.4% 올렸다.
업계 관계자는 "농심과 삼양라면 등이 가격을 인상하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오뚜기 라면에 대한 수요가 늘었다"고 평가했다.
농심이 이렇다 할 신제품을 못 내놓은 것도 아쉬운 점이다. 주력 제품인 신라면이 있지만 새로 내놓은 '보글보글 부대찌개면'과 '콩나물 뚝배기' 등의 성적이 다소 부진했다.
◇갓뚜기 돌풍…라면 판매량도↑ 라면 업계에서는 오뚜기 돌풍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 가격 경쟁력에 기업 이미지 개선 효과로 점유율이 상승 추세다.
오뚜기는 최근 청와대의 기업인 초청에 중견기업 중 유일하게 포함됐다. 재계순위가 100위권 밖인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다. 상속세 납부와 비정규직 채용, 가격 동결 등이 현 정부의 정책 기조와도 일치한다는 평이다.
소비자들은 오뚜기에 대해 갓뚜기라고 별명을 붙였다. 오뚜기 제품을 선호하는 충성 고객들도 늘어났다는 평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식음료 업계에서 오뚜기만큼 이슈 기업이 없다"며 "온라인에서는 오뚜기 제품을 구매하자는 글이 자주 눈에 띈다"고 말했다.
농심도 오뚜기의 돌풍에 대해 인정했다. 농심 관계자는 "기업 이미지와 맞물려 오뚜기 제품에 대한 인기가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좋은 기업이 성공하는 나라가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