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관이 누구보다 투철하다는 김 대표가 국군의 날 기념식에 불참하고 고향에서 열리는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에 가지 않을 정도의 결기를 보이는듯 하더니 언제 그랬냐는듯 고개를 숙인 것이다.
청와대를 상대로 대거리를 제대로 벌일 것으로 관측됐으나, 결국 맞짱 한번 뜨지 못하고 물러선 것이다.
왜 박근혜 대통령 앞에만 서면 왜소해지는 것일까.
첫째, 김 대표는 대통령과 맞짱을 뜰 수 있는 야당 대표가 아닌 집권 여당의 대표다. 여당 대표가 사사건건 대통령에 맞섰다간 권력투쟁을 벌인다는 비판의 덤터기를 쓸 수밖에 없다. 당 지지자들과 내부로부터 심한 견제는 대통령이 아닌 당 대표에게로 돌아온다.
둘째, 박 대통령과 김 대표는 지지 기반에서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박 대통령은 현재 50%안팎의 국정수행 지지율을 갖고 있는데 반해 대선 주자로서의 김 대표 지지율은 10%대 중반이다. 김 대표가 박 대통령을 뛰어넘기에는 지역적 지지 기반이나 지지층이 빈약하다. 따라서 김 대표가 당 대표와 차기 권력을 포기하지 않는 한 박 대통령에 대들 수 없다.
셋째, 김 대표는 자신의 정치적 자산 확보를 박 대통령의 지지세에 기대는 형국이다. 박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자들을 끌어들이지 않고서는 새누리당의 후보도, 대선 고지도 점령할 수 없다는 나름의 정치적 계산을 하고 있다.
넷째, 새누리당 의원들은 생리상 권력자의 눈에 벗어나 제 목소리를 내는 정치인들이 아니다. 심지어는 권력자를 두려워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똑똑히 지켜본 '학습 효과'도 있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을 혼외 아들 문제로 내치는가 하면 자신의 정치를 한다며 유승민 전 원내대표를 퇴진시킨 것을 목도해서다.
다섯째, 김 대표는 정치적 역량 측면에서 볼 때 박 대통령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 김 대표가 ‘정치 5단’이라면 박 대통령은 '정치 9단'이라는 3김(김영삼, 김대중, 김종필)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여섯째, 김 대표는 개인적으로 박 대통령으로부터 인정을 받고 싶어하는 단계를 넘어 일종의 사랑(정치인으로서의 평가)을 받고 싶어하는 모습이다. 때론 정서적인 접근을 하는 김 대표가 언제나 냉정한 박 대통령에게 지는 것은 당연하다. 이성과 감정의 대립 결과는 뻔하다.
일곱째, 6개월 앞둔 총선 승리가 날아간다는 부담이 김 대표의 머리를 지끈거리게 했다고 한다. 김 대표가 박 대통령과 싸울 경우 유리한 선거 판세가 확 바뀌어버릴 것이라는 우려가 김 대표의 발목을 잡았다. 여권 분열은 공멸이라는 인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