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축구연맹(FIFA) 고위 관계자들의 부패 스캔들의 여파가 '2002 한일월드컵'의 한국 대표팀 경기에도 번지고 있다.
'2002 한일월드컵'에서 한국에 패해 탈락한 이탈리아와 스페인 언론이 심판의 고의적인 편파 판정 의혹을 다시 제기했다.
스페인 스포츠지 '마르카'는 28일자 인터넷판 뉴스를 통해 보석금을 내고 풀려난 잭 워너 전 FIFA 부회장이 '2002 한일월드컵' 편파 판정의 중심에 있었다고 보도했다.
보 도에 따르면 워너 전 부회장은 한국과 스페인의 8강전 경기에 이집트 출신 주심 알 간두르를 직접 배정했다. 이 경기의 부심은 워너 전 부회장과 같은 국적인 트리니다드토바고 출신의 마이클 라구나스였다. '마르카'는 부심 라구나스가 스페인이 기록한 두 골을 고의적인 오심으로 취소했다고 주장했다.
이탈리아 신문 '코리에레델로스포르트'도 29일자 인터넷판 뉴스를 통해 이탈리아 선수 두 명이 퇴장 당한 한국과 16강전 경기에 고의적인 오심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한국과 이탈리아의 경기를 이끈 바이런 모레노 주심이 이후 마약 사범으로 구속되었으며, 이번 FIFA 부패 스캔들에 연루된 이들이 현 FIFA 스캔들의 중심에 있다며 편파 판정 의혹을 제기했다.
'코리에레델로스포르트'는 FIFA가 개최국이 최대한 좋은 성적을 거둬야 흥행에 도움이 된다는 정책을 갖고 있는데다, 당시 정몽준 FIFA 부회장의 영향력으로 인해 한국 대표팀에 유리한 판정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 탈리아 정치인 라파엘 라누치는 "한일월드컵에서 우리가 제기한 의혹이 이번 사건을 통해 사실이라는 것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워너 전 부회장이 당시 TV 중계권 수익 및 티켓 수입 등에 영향력이 큰 인물로 2002 한일월드컵 판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고 설명했다.
워너 전 부회장은 2008년 FIFA 고위 관계자에게 1,000만 달러(약 111억원) 상당의 뇌물을 받은 혐의를 비롯해 8개 죄목으로 체포됐다. 2010 남아공월드컵 개최 지원, 2022 카타르월드컵 개최 관련 뇌물 배분 등 월드컵과 관련된 부패 스캔들의 중심에 있다. 2011년 뇌물 관련 의혹을 받자 스스로 부회장직에서 물러난 바 있다. 더불어 이번 스캔들로 직무 정지 처분을 당한 제프리 웹 FIFA 부회장도 2002 한일월드컵 당시부터 활동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워너 전 부회장은 트리니다드토바고에서 수사 당국에 자진출두했으나 하루 만에 탈진을 호소하며 보석금 39만 5000달러(약 4억원)를 내고 풀려난 상태다.
스페인과 이탈리아 언론의 주장은 아직까지 구체적 증거가 드러나지 않은 의혹 제기 수준이다. 2002 한일월드컵 당시 부패가 저질러졌는지 여부에 대해선 수사 당국의 입장 표명이 없는 상황이다.
솔직히 이탈리아, 스페인전은 당시에도 말이 많았죠. 만약 입장이 바뀌었다면 국내에서도 들고 일어났을 것입니다. 문제는 비리야 윗선에서 저질렀고, 그걸 알턱이 없는 선수들은 정말 열심히 최선을 다했죠.
혹여나 부정이 밝혀지드라도 열심히 최선을 다한 선수들의 노력까지 퇴색되지 않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