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수진 기자] 여의도 정가에 최근 연설문 다시보기 열풍을 일으킨 인물들이 있습니다.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 그리고 정의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조성주 후보입니다. 유 원내대표는 지난 8일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발표한 사퇴회견문과 더불어 지난 4월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다시금 화제입니다. 조 후보는 정의당 대표 경선 출마선언문이 정가 안팎에서 극찬을 받고 있습니다.
▶“따뜻한 보수” 강조한 劉 교섭단체 대표연설=“15년 전 제가 보수당에 입당한 것은 제가 꿈꾸는 보수를 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꿈꾸는 보수는 정의롭고 공정하며, 진실되고 책임지며, 따뜻한 공동체의 건설을 위해 땀흘려 노력하는 보수입니다.”
“여와 야, 보수와 진보의 새로운 변화를 보면서 ‘진영의 창조적 파괴’라는 꿈을 가집니다. 진영을 벗어나 우리 정치도 공감과 공존의 영역을 넓히자는 꿈을 현실로 만들고 싶습니다.”
유 원내대표의 지난 4월 교섭단체 대표연설에 담긴 글 귀입니다. 본인의 정치적 소망을 담담히 드러냈던 연설은 당시에도 파장이 적지 않았습니다. 야당에서 이례적으로 성명을 통해 “우리나라 보수가 나아갈 길을 보여준 명연설”이라고 극찬했을 정도입니다.
내용도 파격이었습니다. 복지분야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증세 없는 복지’를 허구라고 평가하며 중부담 중복지를 제시했고, 법인세 인상과 부자증세의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지를 보였습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추진, 보수와 진보 진영의 창조적 파괴, 진영을 벗어난 합의 정치 등 다소 그동안 여당의 주장과는 거리가 있었습니다.
유 원내대표는 지난 8일 사퇴 기자회견에서 이 연설을 다시 언급했습니다.
“‘고통받는 국민의 편에 서서 용감한 개혁을 하겠다. 제가 꿈꾸는 따뜻한 보수, 정의로운 보수의 길로 가겠다. 진영을 넘어 미래를 위한 합의의 정치를 하겠다’고 했던 약속도 아직 지키지 못했습니다. 더 이상 원내대표가 아니어도 더 절실한 마음으로 그 꿈을 이루기 위한 길로 계속 가겠습니다.”
▶진보정치 2세대의 돌직구 “진보여 미래와 싸우자”=유승민 원내대표가 따뜻한 보수론으로 보수의 새로운 미래를 제안했다면 조 후보는 진보의 미래를 외치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민주화운동과 노동운동 같은 앞선 세대의 경험이 아닙니다.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노동운동 밖의 노동에 대한 경험과 대안 부족이야말로 지금 진보정치에게 가장 절박한 문제가 아닙니까? 지금 우리로부터 전환이 시작되지 않는다면 다음 세대에게 정치는 없을 것입니다.”
“우리가 이루어낸 성과에 안주하고 서로 다투는 사이에 민주주의의 광장은 좁아졌고, 우리가 보호해야 할 시민들은 광장 밖으로 쫓겨나고 있습니다. 2세대 진보정치는 그 광장 밖의 사람들의 삶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정의당은 박근혜 대통령과 싸우는 정당이 아닙니다. 정의당은 새누리당이나 새정치민주연합과 싸우는 정당이 아닙니다. 정의당은 미래와 싸워야 합니다. 오늘의 이 폭력적이고 불평등한 체제가 강요하는 미래를 바꾸는 것이야 말로 우리의 목표입니다. 새로운 시선으로 다른 미래를 개척합시다.”
조 후보의 출마선언문을 두고 한 야권 관계자는 “우물에 갇힌 진보에 짱돌을 던졌다”고 평가했습니다. 안병진 경희사이버대교수는 한 신문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가뭄에 단비와 같다”고 극찬하기도 했습니다.
보수당의 원내대표와 진보당의 뉴페이스, 교집합이 전혀 없을 것 같은 이 두 사람이 같은 시기에 주목 받는 이유는 바로 ‘제3의 길’입니다. “따뜻한 보수”와 “광장을 넘어선 진보”, 각자의 세상에서 기존의 틀을 깨려는 두 사람의 행보가 정치에 실망하고 냉소적이던 대중에게 우리 정치도 변화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한 것은 아닐까요.
보수 신문에서 가장 관심을 가지는 두 정치인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