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유분들,
안녕하세요, 학우여러분.
학교측의 처리에 관하여 이미 쏟아지고 있는 언론 보도를 통해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네, 학생들을 향해 해준 말은 한 마디도 없지만, 언론을 통해 한 말은 잘 들었습니다.
김병문 서울대 교무처장은 “사표가 제출된 뒤 이틀에 걸쳐 교무처에서 관련 사안을 논의했다. 학생들의 수업권 등을 고려해 사표를 수리하는 게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서울대의 경우 법인화 전에는 수사 중인 교수들이 사표를 제출하면 곧바로 수리할 수 없었지만, 현재는 학교의 재량에 따라 사표수리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666527.html
학생들의 수업권을 고려했다면, 수년 전에 파면이 되었어야 하는데
너무 늦은 거 같아 재량으로 다급히 사표를 수리해주셨는지...?
저희는 사직서 처리 소식을 듣고 분하고 원통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학교 측은 인턴 성추행 사건이 보도되고 학내 여론이 들끓어도,
적극적인 조사조차 시작하지 않았습니다.
인권센터 측에 책임을 떠 넘기며
검찰 측의 조사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고 했던 것이
바로 며칠 전, 아니 몇 시간 전의 일이었죠.
또한, 저희 "피해자 X"가 직접 목소리를 내어 언론의 집중을 받자,
인권센터 측에서는 실명신고가 필수는 아니었는데 오해한 거 같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그런데 갑자기 K교수의 사표를 수리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수많은 학생들이 피해를 호소하는 상황에서 사표를 수리한다니요?
아무런 진상조사도 시작되지 않았습니다.
학교는 세상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렇게 순식간에 사건을 덮어버렸습니다.
"피해자 X"가 기자회견을 열기 직전 보도자료를 배포했다는 점,
그리고 "사직서 수리"라는 표현이 아닌
"관련 절차를 거쳐 면직조치하기로 결정하였다"는 표현을 사용했다는 점은
학교측이 원하는 바가 무엇이었는지 유추하게 합니다.
피해자들은 이번 학교 측의 조치에 두 번, 세 번 상처 입었습니다.
도대체 학교는 누구를 위해 존재합니까?
사회에는 이런 말이 있다고 하더군요.
"돈 내고 다닐 때는 네 맘대로지만, 돈 받고 다닐 때는 네 맘대로 할 수 없다."
그런데 서울대학교는 예외인가 봅니다.
돈 내고 다니는 학생 수십, 수백 명이 아니라,
돈 받고 다니는 한 명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곳.
교무처장님이 말씀하시는 수업권,
저희가 등록금 내고 받은 권리가 이런 것이었다니
오늘에서야 알았습니다.
하지만
여기에서 멈추지 않겠습니다.
2014년 11월 27일
서울대학교 K교수 사건 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
'피해자 X'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