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최순실 게이트’ 새 국면
ㆍ최씨, 독에 유령회사 ‘비덱’ 설립
ㆍ자금 전용·탈세 등 의혹 줄줄이…회사 매니저는 정유라 승마 코치
K스포츠재단이 국내 재벌그룹에 올 초 80억원대 투자를 제안한 사업(프로젝트)의 주관사가 비선 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씨(60)와 딸 정유라씨(20)가 대주주인 독일 현지 스포츠마케팅 회사인 것으로 경향신문 취재 결과 확인됐다. K스포츠재단이 재벌들로부터 수백억원으로 추정되는 자금을 지원받아 ‘비선 실세’인 최씨 일가 회사에 운영을 맡기려 한 것이어서 파문이 예상된다.
K스포츠재단 배후에 최씨가 있고 재단이 승마선수인 정씨를 우회 지원하려 했다는 의혹은 앞서 제기됐지만 거액이 소요되는 K스포츠재단의 구체적 사업과 관련해 최씨 회사가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씨 일가가 독일 현지에 스포츠마케팅 회사를 설립, 운영 중인 사실이 확인된 것 역시 처음이다. 이 회사는 최근 독일 현지 3성급 호텔도 인수해 운영 중인 것으로 드러나 자금 출처를 둘러싼 의문이 커지고 있다. 대기업 강제 모금 의혹에서 출발한 K스포츠재단 의혹 사건이 최씨 일가의 해외 재산도피와 탈세, K스포츠재단 등 자금의 불법 전용 문제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국내 4대 그룹 중 하나인 ㄱ그룹 관계자는 17일 “K스포츠재단이 올 초 ‘2020 도쿄 올림픽 비인기 종목 유망주 지원’ 사업에 80억원 투자를 제안하면서 사업 주관사는 독일의 ‘비덱 스포츠 유한책임회사(Widec Sports GmbH)(비덱)’라고 밝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K스포츠재단 측은 비덱이 올림픽 유망주 지원 사업을 맡게 된다는 말만 했을 뿐 구체적 정보는 주지 않았다”면서 “그런데 펜싱이나 배드민턴은 국내 선수들이 이미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종목이라 의아했다”고 덧붙였다.
경향신문이 ‘비덱’의 보고서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이 회사의 주주 명부에는 최순실씨의 개명 후 이름인 최서원씨(Choi, Seo Won)와 최씨 딸 정유라씨(Chung, Yoora) 두 명만 올라 있다.
최씨는 1만7500유로(약 2192만원)의 주식을, 정씨는 7500유로(약 939만원)의 주식을 각각 보유해 모녀가 총 3000여만원의 주식을 보유 중인 것으로 돼 있다. 비덱은 최씨 모녀 소유의 회사인 것이다. 이 기업의 매니저는 크리스티앙 캄플라데인데, 그는 정씨의 현지 승마코치로 확인됐다. 회사는 지난해 7월17일 유한회사로 설립됐다. 회사 주소지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북서쪽으로 40㎞ 떨어진 ‘슈미텐’으로, 정씨의 현지 훈련 장소로 알려진 호프굿 승마장과 23㎞ 떨어져 있다. 비덱은 스포츠마케팅 사업 외에 호텔 사업도 운영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독일 지역신문인 타우누스 차이퉁의 지난 8월24일자 온라인판 기사를 보면 비덱은 지난 6월 기존의 3성짜리 호텔을 매입해 ‘비덱 타우누스 호텔’을 운영하고 있다. 이 호텔의 주소지 역시 비덱 주소지와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