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필 전 국무총리는 25일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로 대국민사과까지 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부적절이고 적절이고 그런 말보다, 대통령이 그렇게 힘이 빠지면 나라가 결딴난다"며 "나는 그게 걱정이다. 대통령 좀 도와달라"고 말했다.
김 전 총리는 이날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과 회동한 뒤 취재진과 만나 박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를 "들어봤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김 전 총리는 "(박 대통령에게) 당최 전에 안 보이는 게 보이더라"며 "전에는 소신에 찬 태도였는데 힘이 좀 빠졌다"고 설명했다.
내각제 개헌론자인 그는 최근의 개헌 논의엔 "나 그것(내각제) 떠들다 정계에서 쫓겨난 놈"이라면서도 "사실 제도가 한국은 대통령 중심제가 맞지 않는다. 그렇다면 그것(내각제)밖에 없는데 빨리들 잘 준비들을 하고 진지하게 이 나라가 어떤 제도를 갖고 걸어가야 장래가 열리나 하는 것부터 잘 선택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 전 총리는 회동에서 독일식 내각책임제를 가장 선호한다고 했고, 이같은 차원에서 안 전 대표가 중대선거구제로 선거제를 고쳐야 한다고 말한 것에 "아주 잘한 것이다. 반드시 독일식 내각제가 좋다"고 했다고 박 위원장은 전했다.
김 전 총리는 이번이 개헌 타이밍이냐는 질문엔 "일찍이 없었던 개헌 분위기가 지금 조성되지 않느냐"며 "잘 생각하고 이 기회를 놓치지 말고, 5000만명이 행복한 생활을 할 수 있는 내일을 만들어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김 전 총리는 안 전 대표가 대통령감이냐는 질문엔 "막 조여서 얘기하면 곤란하다"며 "그래도 현 정당을 이끄는 책임자로서는 참 괜찮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즉답을 피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안 전 대표 간 연대론이 거론되는 것에는 "반 총장은 와 봐야 안다"고 했고, '연대가 쉽지 않은가'란 질문엔 "국내에 여러 가지가 들떠서 왔다갔다하고 어렵다. 그분이고 저분이고 어렵다"고 했다.
박 위원장은 이와 관련 "(김 전 총리가) '반 총장이 유엔에서 이제 할 일이 끝났기 때문에 귀국을 하더라도 지금 생각한 대로는 어려울 수도 있다' 이 정도 말씀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김 전 총리는 이날 회동에 대해서는 "가슴만 뎁혔다(데웠다)"고 했다.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재차 묻자 그는 "안녕하십시오, 그랬다"고만 했다.
또한 안 전 대표와 박 위원장이 회동 뒤 전한 바에 따르면, 김 전 총리는 "지금 한국 상황이 정말 걱정이다. 정말 이런 시국에 기대와 희망을 걸 곳은 국민의당이다. 중심 잡고 제대로 잘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다당제도 반드시 필요하다. 나는 3당을 만들어 실패했지만 이제 국민의당이 희망이 돼 독일식 내각제가 도입되면 반드시 힘을 받을 것"이라며 "안 전 대표에게 많은 기대를 갖고 있으니 똑똑히 잘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특히 그는 "나도 멀리서나마 안 전 대표가 성공할 수 있도록, 무슨 큰 도움이 되겠느냐만 잘 돕겠다"고 했고, 박 위원장에게도 "김대중 대통령을 모시듯 안 전 대표를 잘 도와줘야 한다"고 했다.
박 위원장은 이와 관련 "굉장히 감동어린 충고를 많이 해주셨다"며 "총재님(김 전 총리)이 준 충고로 안 전 대표나 저나 꼭 성공해 총재님이 그리고 바라는 일을 해야겠다는 각오도 생겼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