웸블리의 맑은 날, 아름다운 광경이 펼쳐졌다. 바로 지난 시즌 자신의 거취가 불분명했던 아르센 벵거 감독이 FA CUP 트로피를 팬들 앞에서 높이 든 것이다.
그에게 좋은 날이 있었노라고 하면 바로 그 날이었다. 아르센 벵거는 가장 훌륭한 감독이었고 팀을 찬란한 승리의 길로 이끌 수 있고 또다른 우승 트로피와 함께 팬에게 돌아갈 수 있는 감독이었다. 그 때처럼 벵거를 떠나보내기 좋은 날은 없었다.
그리고 이후 행보는 그닥 지혜롭지 못했다. 이렇게 말하긴 싫지만, 나는 그 5월 달을 매우 그리워하고 있다.
지난 시즌은 어두컴컴했고, 변화가 필요했지만 FA CUP 트로피를 보고 너무 많은 사람들이 맛이 가버렸다.
사람들은 스스로 이번엔 다를 것이고, 새로운 영입도 있을 것이며, 새로운 코치진과 '새롭게 변화한' 벵거가 있을 것이라고 스스로를 속였다.
하지만 보시라, 3달이 지났고 지금 아스날은 '예전 그대로(same old)'이며, 수치스러운 대패 이후의 '똑같은 옛날 이야기(same story)' 그대로다.
슬프게도, 우리가 교훈을 얻은 것이 없었고, 영광스러운 이별을 할 기회가 사라졌다는 것을 알기에 우리는 더 좋지 않은 감정을 느끼고 있다.
이제 우리의 모습은 더 멍청해 보일 뿐이고, 더 고통스럽다. 벵거는 똑똑한 사람이다. 그는 아스날 역사상 가장 훌륭한 감독이고 이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우리는 아마도 그가 떠날 때 진심으로 고마워할 것이다. 그는 아스날이라는 구단에게 뿐만 아니라, 영국 축구에서 혁명 그 자체였다.
하지만 축구에서 감성을 논할 수는 없다. 벵거는 과거에 그가 이룬 것돠 미래에 그가 이룩할 수 있는 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계약을 맺었으나 지금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오로지 눈에 띄게 추락하는 구단의 모습만 있을 뿐.
아스날은 먼 옛날 우승도 했었고, 과거에는 우승 후보였었으나, 이제는 우승은 꿈도 꿀 수 없는 수준에(also-rans : 선거에서 1등, 2등 밖에 있는, 당선될 가능성이 거의 없는 후보를 칭하는 영어 표현)에 불과하다.
코칭 스태프는 바뀐게 거의 없고, 이 사람들은 단지 일선에서 물러난 것일 뿐, 구단에서 나가지는 않았다.
옌스 레만이 코치로 임명되었지만, 그는 훈련장을 어슬렁거리기만 할 뿐이다.
이제 누구도 그가 무엇을 하는지 모른다. 우리가 듣기론 선수들이 그를 무서워하고 있다는 것 뿐이었다.
1군 선수단도 거의 비슷하다. 라카제트와 콜라시냐치를 산 것 빼고는. 심지어 이 둘은 리버풀 전에서 선발도 아니었다.
이번 여름은 재앙이 되어가고 있으며, 안필드에서 보여주었던 경기력은 창피할 정도였고 우리는 마치 저번 시즌으로 돌아온 것만 같다.
벵거는 너무 많은 권력을 가지고 있다. 그는 일반적인 감독으로 되돌아야한다.
저번 시즌 이반 가지디스는 변화를 위해 압력을 행사했다. 하지만 그는 변화를 위한 충분한 지지를 받지 못했고 결국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아스날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구단의 모든 사람들이 안다. 하지만 그 들은 그것을 인정하는 걸 두려워하고 벵거는 오히려 그것을 부정하고 있다.
그는 축구와 아스날이라는 구단에 중독되었고, 영광을 위해 절망적으로 몸부림치고 있다.
하지만 그의 명성을 회복하는 대신, 그는 그것을 박살내고 있다.
http://www.mirror.co.uk/sport/football/news/moment-arsene-wenger-should-left-11073677
3줄 요약 :
1. 벵거는 FA컵 우승했을 때가 가장 좋은 사임 타이밍이었다.
2. 아스날은 전혀 달라진 것이 없다. 이제는 우승 후보 취급도 못 받는다.
3. 벵거 자신의 명성을 회복하려고 하면 할수록, 오히려 그 명성은 망가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