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 전설 김병지./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http://www.sporbiz.co.kr/news/photo/201806/243729_192459_1842.jpg)
전설적인 골키퍼 김병지(48)가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에 나설 한국 축구국가대표팀 선수들에게 강한 투쟁심을 주문했다.
1998 프랑스 월드컵과 2002 한일 월드컵 대표팀 출신의 김병지는 10일 본지와 인터뷰에서 “2002년에 비해 요즘 경기들은 뭔가 끈질기다는 느낌이 떨어진다. 대표팀 선수들은 강한 투쟁심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런 현상이 “잘못됐다”고 하진 않았다. 그는 “국내에서 올림픽과 월드컵이 개최되기 전엔 여건이 좋지 않았다. 맨땅에서 축구하고 축구화조차 없던 시절이 있었다”며 “지금은 여건이 좋아지다 보니 동기부여가 조금 떨어질 수 있다는 생각이다. 개인주의 성향도 커졌다. 잘못됐다기보다는 시대적인 흐름이다”고 현실을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헝그리 정신, 동기부여는 뼛속 깊이 있는 것이다. 한일전에서 긴장감이 흐르고 선수들이 투혼을 불사르는 이유는 역사적인 이유 때문이다. 어린 시절 부유하지 않은 선수들도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한 선수들이 많다”고 강조했다.
김병지는 자신이 나섰던 월드컵을 회상했다. 그는 “경기장에서의 압박감은 다른 대회와 차원이 다른 수준이었다”고 혀를 내둘렀다. 그는 “물론 선수마다 성격이 다르다 보니 다르게 느껴질 수는 있다. 나는 그런 분위기를 오히려 좋아했다. 집중력이 더 높아지는 느낌이었다”고 떠올렸다.
![김병지./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http://www.sporbiz.co.kr/news/photo/201806/243729_192460_1932.jpg)
가벼운 질문을 던졌다. 20대로 돌아가 지금의 대표팀에 합류하면 실점을 적게 할 자신이 있느냐고 묻자 그는 “드리블을 하면 안 되겠죠?”라고 웃었다. 김병지는 거스 히딩크(72ㆍ네덜란드) 당시 대표팀 감독 부임 후 2번째 경기였던 2001년 1월 홍콩 칼스버그컵 파라과이전에서 전반 도중 볼을 몰고 하프라인까지 드리블 하다가 상대 선수에게 빼앗겼다. 실점으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히딩크 감독은 화를 냈고 이후 그는 대표팀 주전 골키퍼 자리를 후배 이운재(45)에게 내줘야 했다.
‘후회하지 않느냐’는 말에 김병지는 “내가 공격하는 성향의 골키퍼였다는 것에 대한 후회는 없다. 그 시절엔 호르헤 캄포스(52ㆍ멕시코), 파비앵 바르테즈(47ㆍ프랑스) 등 그런 골키퍼들이 꽤 있었다”고 잘라 말했다.
김병지는 지난 20년간의 한국 축구를 돌아봤다. 그는 “일각에선 한국 축구의 가장 큰 문제로 수비를 지적하지만, 나는 공격과 수비 중 하나를 꼽는다면 오히려 수비가 강점이었다고 생각한다. 역대 대표팀 선수들의 피지컬, 체력적인 부분, 근성 등을 생각하면 그래도 수비에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 축구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두고는 “아시아와 세계 무대에서의 모습이 달랐지만, 골 결정력 부재가 아닌가 싶다”고 언급했다.
‘팀2002’ 회장이기도 한 그는 한일월드컵 멤버들과 최근 대표팀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고 했다. 그는 “월드컵 시즌인데 축구에 대한 관심도가 예전 같지 않다는 말을 나눴다. 그러면서 월드컵 붐업을 위해 우리가 뭘 해야 하는지 고민했다”고 입을 열었다. 당시 4강 신화 원동력과 관련해선 “선수들이 개인의 이기적인 생각들을 다 비웠다. ‘원 팀’이 됐다. 개인적으론 경기에 못 뛰어서 힘들었지만, 팀이 잘하기 위해 맞춰야 할 것은 철저히 지켰다”고 고백했다.
김병지는 “한일 월드컵 때도 상황이 쉽지 않았다. 희망적이지 않았다”면서도 “그렇지만 부상 투혼을 발휘해 가며 다들 열심히 했다. 끝까지 긴장을 놓지 않고 조직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원 팀으로서의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선수들은 AC밀란, 유벤투스 등 세계적인 명문 클럽 선수들과 맞붙어도 주눅들지 않았다. 브라질을 이기기도 했다. 강팀을 만나도 기가 죽지 않았다”며 대표팀 후배들이 강한 정신력을 갖길 바랐다.
끝으로 국민적 응원도 당부했다. 김병지는 “2002년 당시 선수단만 잘해서 된 건 아니었다. 국민까지 붉은색 티셔츠를 입고 하나가 됐다”며 “덕분에 선수들은 자신감이 차 올랐고 상대 선수들은 심리적으로 압박을 받았다. 그것이 경기력이 기대 이상이 된 비결이었다. 그런 모습을 국민이 보여주면 선수들은 더 힘이 날 것이라 본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