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든 돌이켜 보면 그때 팬심은 약간 로망에 푹 빠져 있었다고 봐야할 성싶다. 한국 선수가 유럽에서 뛰는 사례가 굉장히
희박했던 그 시절, 국가의 명예를 걸고 세계 최고 선수들과 경쟁하는 모습을 보이길 바라는 이들이 정말이지 많았다. 그리고
대다수가 그런 분위기에 휩쓸렸다. 아마 마치 만화에서나 볼 법한 그런 풍경을 실제로 볼 수 있는 기회이기에 더 그랬을
듯하다.
이 상황을 해결할 때 늘 나오던 표현이 ‘대승적 차원’이었다. 도대체 그 대승적 차원이라는 게 무엇을 말하는지를
모르겠으나, 현실적인 측면에서 구단이 취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었다. 명목상의 이적료를 어느 정도 취할 수 있을
뿐, 원치 않게 에이스를 떠나보내는 경우가 허다했다. 이성적인 논의 없이 그저 선수만 웃고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는
뜻이다.
때문에 선수들은 자신의 미래를 결정할 때 더욱 신중해야 하며, 한번 서명한 계약서 내용을 성실히 지키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조금 거칠게 표현하자면, 일단 계약을 통해 이용할 수 있는 건 이용하고 상황이 주어지면 그때 적당히 대처하면
된다는 식으로 생각했다간 이처럼 발목 잡히는 사태가 거듭될 수밖에 없다는 걸 알아야 한다. 적당히 혹은 어물쩡,
임시변통적인 수습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게 지금의 팬심이다. 팬들은 이제 무작정 감정적으로 반응을 하지 않는다. 팬들은
똑똑해졌다는 걸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