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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모스는 LG의 메시아가 될 수 있을까?

  • 작성자: 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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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 226
  • 2020.05.25
일단 은혜로웠던 어제의 홈런부터 감상하시죠(...)

0. 지난 겨울 LG 트윈스가 장고 끝에 고른 외국인 타자 로베르토 라모스가 좋은 시즌 스타트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영입 당시 스탯들을 뜯어보면서 이 친구가 성공한다면 어떻게 성공할테지 혹은 실패한다면 어떻게 망할지 딱 보이는 타입이라고 생각했는데, 다행히 지금까지는 전자의 모습이 더 많이 보여주고 있네요. 시즌 끝까지 이런 모습을 유지할 수 있다면, 페타지니 이후 끔찍했던 LG 외국인 타자 잔혹사를 끊어줄 메시아가 될 수 있을겁니다.


1. 먼저 미국 시절 라모스의 타격을 보면 특이한 부분이 몇군데 있습니다.
작년에 라모스가 AAA에 올라오면서 가장 크게 변한 스탯은 타구의 방향이였습니다.
AA까지 당겨치는 비율이 높았던 라모스인데 AAA에 올라오는 과정에서 누군가의 조언을 들은건지 자신이 깨달은건지 모르겠지만, 밀어치는 비율이 상당히 상승합니다.(18년 27%->19년 34.8%)
이 접근이 효과적이였는지 라모스는 승격하면 다소 적응기가 필요했는데-물론 시즌 중 승격과 오프시즌 승격의 차이도 있습니다-AAA에서는 바로 손 꼽힐만한 성적을 뽑아내게 됩니다.
고무적인건 타격 방향의 변화를 만들어내면서도 장타 비율은 줄어들지 않았다는 점이죠.
이 부분이 라모스가 가진 첫번째 강점-이라고 쓰고 LG팬의 첫번째 행복회로라고 읽는-이였습니다.
그리고 이 경향은 올시즌에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사실 올시즌은 정확히 표현하면 타구가 좌측이나 우측으로만 보내고 있다고 표현하는게 더 정확하겠네요.(좌 31.9% 중 18.2% 우 48.9%)

2. 라모스가 가진 두번째 강점은 땅볼보다 공을 띄우는 경우(라인 드라이브 타구 비율%+플라이볼 비율%)가 두배 이상이고, 띄운 타구의 경우 25% 정도 홈런으로 이어진다는 점이였는데요.
KBO 리그에서 일반인이 접근 불가능한 스탯들을 제외하고는 지난 3년간 마이너리그에서 찍은 스탯과 비슷하게 기록이 되고 있습니다.
플라이볼 비율이 대략 40%, 땅볼 비율이 약 15% 정도입니다. 아마도 나머지 타구들이 라인 드라이브 타구겠죠.
어쨌든 이렇게 마이너 커리어와 비슷한 타구 비율을 보여주면서 플라이볼 대비 홈런 비율도 약 25%로 거의 비슷하게 보이는 중입니다.
이 숫자들을 해석해보면 지난해 AAA에서 좋은 성적을 만들어준 어퍼 스윙 기반의 접근법이 잘 유지 되어있다는 뜻이겠죠.
라모스가 유강남보다 살짝 빠른 발임에도 불구하고 유강남보다 병살타가 압도적으로 적은 이유도 이런 타구 비율을 보이는 타자라는 점이 작용한 결과입니다.

땅볼 비율이 절반으로 떨어져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는 타석에서의 접근법이 한단계 더 발전한 것이 아닐까?라는 가설보다는 시즌 초에 워낙에 타격감이 좋아서 아직까지 땅볼 비율이 확 줄었다는 해석이 보다 합리적이라고 보여집니다.
가능성은 낮지만 만약 이 타구 비율을 시즌 끝까지 유지할 수 있다?
그러면 빠따 한정으로는 KBO 역대 최강의 시즌 중 하나를 논할 때 20라모스는 절대 빠져서는 안 될겁니다.

개인적으로 후술할 약점들이 더 크게 터지지 않는 상태라면 땅볼 비율이 커리어 평균으로 회귀한다고 해도 역대급 시즌이 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봅니다.

3. 라모스는 사실 강점과 약점이 확실한 타입이긴 합니다.
가장 크게 약점을 보이는 구질은 예상대로 좌투수의 바깥쪽으로 흘러가는 슬라이더입니다.
지난주에 만난 최채흥이 앞으로 라모스를 상대할 좌투수들에게 공략법의 좋은 예와 안 좋은 예를 잘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몸쪽 하이 패스트볼로 카운트를 잡은 다음에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슬라이더로 헛스윙 혹은 범타 유도가 비단 라모스뿐만 아니라 좌타 슬러거 공략법의 교과서라고 봐도 무방하고, 사실 이 약점은 라모스가 언제까지 LG에서 뛸 지 모르겠지만 떠나는 그 순간까지 고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라모스가 보여준 긍정적인 부분은 저 카운트를 잡는 과정에서 실투 하나만 나와도 응징을 한다는 점이죠.
실제로 두번의 타석에서 최채흥에게 가로 막혔지만 세번째 타석에서는 최채흥의 실투 하나를 놓치지 않고 홈런으로 연결 시켜버렸죠.

개인적으로 타자고 투수고 뚜렷한 약점이 있다고 해서 성공하지 못한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성공의 여부는 약점의 유무보다 상대가 자신의 약점을 공략하다 실수할 때를 놓치지 않는다에 달려있다고 보는데, 라모스는 지금까지 이 부분에서는 합격점을 줄만합니다.

그 무섭던 에릭 테임즈를 가장 잘 막았던 팀은 LG였는데 테임즈가 보인 딱 하나의 약점은 커브였고, LG는 전통적으로 커브를 잘 구사하는 투수가 많은 팀이였죠.
테임즈가 뛰던 14~16 이 시기는 커브를 잘 던지는 투수가 지금보다 더 많은 편이였고요.
실제로 LG 투수들 중에서도 커브 잘 못 던지는 투수들은 여지없이 두들겨 맞았...

잠깐 딴 데로 샜는데 다시 돌아와서 라모스 입장에서 KBO 리그에서 뛰는건 본인의 이런 약점을 잘 가려줄 수 있다는 강점이 있습니다.
먼저, 리그에 괜찮은 좌완 투수가 몇 없고, 그나마도 몇명은 미국으로 돌아가거나 떠났죠.
거기다가 어퍼 스윙 특성상 약점을 보일 수 밖에 없는 하이 패스트볼에 관해서는 KBO 리그 특유의 스트라이크 존이 라모스의 적응을 돕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KBO 리그는 어째서인지 누운 담배갑 모양의 스트라이크존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투수들로 하여금 하이 패스트볼을 던지는데 굉장한 부담감을 줍니다.
여기에 라모스가 타격 방식의 변화를 주면서도 흔들리지 않았던 선구안이 겹쳐지면서 상대 투수에게 하이 패스트볼에 대한 부담감을 더 가중시켜준게 지금까지의 라모스 성적으로 연결되었죠.
여기에 더해 삼진 비율이 낮아진건 아무래도 KBO리그가 AAA보다 상대적으로 구속이 느린 리그인 점도 작용하지 않았나 싶어요.
빠르고 높이 날아오는 패스트볼이 좌투수의 슬라이더와 함께 최대 약점인 선수였는데, 덜 빠르고 덜 높이 날아오는 패스트볼을 상대하고, 슬라이더를 잘 던지는 좌투수가 적은 리그로 와서 컨택률이 높아져 자연스레 삼진 비율이 줄어든게 아닐까 추측됩니다.

제가 투수 입장에서 생각해봐도 몸쪽 하이 패스트볼을 던져야 잡을 수 있다는 걸 알아도 볼은 거르고 조금만 몰리면 넘겨버리는 타자 상대로 하이 패스트볼을 던지는건 쉬운 일은 아닐 것 같긴 합니다.

시즌이 가면 갈수록 좌투수에 대한 약점은 조금 조금씩 더 보일 것 같다는 생각은 듭니다만, 이게 페게로 수준의 좌상바는 아닐 걸로 예측되고, 우투수는 상대가 리그 에이스급이라고 한들 어느 정도 대처가 될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4. 라모스가 작년에 기록한 .390의 높은 babip도 라모스가 불안한 이유로 꼽히긴 했는데 개인적으로 이 부분은 그닥 신경 쓰이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라모스는 커리어 내내 babip이 타율과 비교해 고유의 우위를 점하고 있던 타자였기 때문이죠.
물론 작년에 보인 타율보다 9푼 높은 babip은 라모스 커리어 중에서도 높은 편이긴 했지만, 작년 라모스는 앞서도 언급했듯이 타격 방식에 큰 변화를 준 해고, 그로 인해 약간의 운이 더해져 찍은 수치라고 해석했거든요.

영입 당시부터 언급했지만 로베르토 라모스의 성공 여부는 앞으로 LG의 외국인 타자 선발에 큰 영향을 줄 영입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LG가 외국인 타자 영입과 비교해보면 파워를 제외한 거의 모든 부분에서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죠.
항상 메이저에서 어느 정도 실적 있는 타자를 우선시했고, 그 과정에서 모든 숫자가 선수가 하락세를 타고 있음을 알려주는 선수를 픽하고, 나이와 직전해 몸상태에도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그 결과가 아시다시피....

라모스는 이 모든 경우와 달랐습니다.
일단 메이저는 커녕 AAA도 딱 한 해 뛰어본 타자고, 나이도 굉장히 어립니다. 올시즌이 끝나도 여전히 만 25세에 불과하거든요.
거기다가 마이너 시절 내내 DL도 거의 가본 적이 없는 튼튼한 몸뚱아리에 커리어도 계속 상승곡선을 그리는 타자를 영입했습니다.

물론 라모스 영입이 결정되기 전까지 먼저 접촉했던 걸로 추측되는 후보들을 보면 메이저 경력 있는 타자를 찾아 헤멨던 것 같긴 합니다만, 어쨋든 영입된건 라모스고 이 친구가 성공한다면 앞으로도 스카우트팀이 성공 확률이 높은 외국인 타자를 고르는 법을 깨우치게 될 것 같습니다.
마치 허프 이후 연달아 윌슨, 켈리 뽑아오던 것처럼 나름의 깨달음을 얻게 되지 않을까 기대도 되고 말이죠.

5. 결론부터 말하면 3주차까지 보여준 모습을 보면 히메네스처럼 조금 성공했다고 리그 같잖게 보고 유흥에 심취하거나 이재학을 만난 이후 체인지업을 아예 구분을 못하던 조쉬 벨의 케이스-라모스의 경우 양현종 만난 이후 슬라이더가 아예 구분이 안 된다든가-가 되지 않는 이상 제목이기도 한 질문에 대한 대답은 yes라고 적고 싶습니다.

물론 메시아의 기준이 매우 낮기는 합니다.
저는 wRC+ 130만 쳐줘도 메시아라고 생각하며 무조건 재계약을 외칠 생각이였거든요.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을 보면 이 기준을 조금은 더 올려도 되지 않을까 싶네요.
한 150 정도?로 말이죠

6. 라모스가 이 페이스로 시즌을 마친다면 LG팬들은 해야할 일이 있습니다. 매일 3번씩 세인트루이스 방향으로 절하시면 됩니다. 카디널스가 라모스 앞에 있던 영입 후보들을 모두 수납해주신 것도 모자라 양현종과 함께 라모스 담당 일진이 될 확률이 상당히 높았던 김광현까지 데려가주셨으니 말이죠 크크크크

이번주 LG는 한화(대전)-기아(광주)를 연달아 만납니다.
내일 선발은 윌슨-채드벨입니다.

내일도 뵐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세줄 요약
1. 라모스 지금 수준은 아니더라도 LG의 기대치는 채우는 시즌이 될 것 같다.
2. 약점도 분명하고 타팀들도 다 알았을테지만 여러 사정으로 작년 페게로 마냥 후벼파이진 않을 것 같다.
3. 이 글은 어제 마지막 타석에 병살타를 쳤어도 내용에 큰 변화는 없었을겁니다. 아마도? 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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