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어 넘길 수 없었던 농담 "두산은 감독이 둘이네"
한국시리즈를 준비하면서 두산은 뜻밖의 암초를 만났다. 이강철 수석 코치가 지난달 KT 위즈 감독 제안을 받은 게 시작이었다. 이 코치는 김태균 1루 코치와 김강 2군 타격 코치와 함께 KT로 가겠다는 뜻을 두산 프런트에 전달했다. 두산이 막을 명분은 없었다.
김 감독은 지난해 포스트시즌을 치를 당시 한용덕 수석 코치의 한화 이글스 감독 내정설이 돌아 골치 아팠던 기억을 떠올렸다. 선수단 분위기는 수석 코치 이탈 소식에 어수선해졌고, 3년 연속 우승 도전은 물거품이 됐다.
김 감독은 그때의 뼈아픈 기억을 떠올리며 소문을 확인하려는 이들에게 시달릴 바에 언론에 공개하자고 제안했다. KT는 김 감독의 뜻을 받아들여 이 수석 코치가 감독으로 내정됐다고 발표했다. 김 감독은 선수단 미팅에서 이 수석 코치를 인사시키며 아름다운 이별을 준비했다.
분위기를 단속한다고 했지만 아무렇지 않은 일이 될 수는 없었다. 두산이 한국시리즈 대비 기간 잠실야구장에서 훈련을 하고 있을 때다. 김 감독은 더그아웃에서 취재진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이때 한 야구인이 찾아와 굳이 김 감독에게 "두산은 더그아웃에 감독이 둘이나 있네"라는 농담을 던졌다. 김 감독이 별 반응을 안 보이며 넘어가려 하자 "두산은 이기면 감독이 둘이니 2승이 되나"라는 말까지 웃으며 덧붙였다. 더그아웃에서 웃은 건 그 야구인 뿐이었다. 감독을 비롯해 선수들까지 사적인 자리에서는 이런 식의 농담을 얼마나 더 들을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