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토트넘)의 병역 문제가 이슈로 떠오른 지난 3월, 그의 병역을 면제해줘야 한다며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이뤄질 정도로 모처럼 한국 축구에 등장한 세계적인 공격수를 지키고자 하는 팬심은 뜨거웠다.
반면 최근 2018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 최종 엔트리에 발탁된 오지환(LG)을 향한 야구팬들의 시선은 엇갈린다. 노골적으로 병역 혜택에 집착했다는 비난과 실력으로 정당하게 선발됐는데 무엇이 문제냐는 여론이 팽팽하다.
세계 최고의 리그에서 한국 축구의 위상을 높인 ‘월드 스타’와 그에 비견할 수 없는 ‘일개’ 야구 선수의 차이로 생각하면 간단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한국 축구를 보면 답답할 때도 있지만 참 ‘짠하다’. 그토록 밤잠을 설쳐 응원을 보내지만 세계 수준에 다가서기가 어렵고, 아시안게임에서도 금메달을 장담할 수 없다.
야구에선 언제부턴가 아시안게임이 곧 병역 혜택의 수단처럼 돼 버렸다. 적수라고 해 봐야 일본과 대만인데 일본은 프로 선수가 아닌 아마추어 선발팀을 내보내 대만만 잡으면 무난히 우승이 가능하다.
국가를 대표해 국위 선양을 하는 운동 선수들에게 병역 혜택의 선물이 주어지는 것은 나쁘지 않지만 그 ‘가치’에 대한 평가는 영원한 딜레마다.
같은 야구라도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는 세계 최고의 일본, 쿠바, 미국을 모두 꺾고 기적의 우승을 차지해 누구에게 병역 면제 혜택을 줘도 아깝지 않은 심정이었다.
런던올림픽에서 단 4분을 뛰고 동메달의 일원으로 군 면제를 받은 축구 김기희나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딴 뒤 부상을 안고 뛰었다고 고백해 역풍을 맞았던 나지완(KIA)은 면제 자격 논란에 시달려야 했다.
결국 지금은 다가오는 러시아월드컵에서 우승을 하더라도 병역 혜택을 받을 수는 없다. 세계농구선수권대회에서 미국프로농구(NBA) 드림팀을 꺾고 우승해도 마찬가지다. 신성한 국방의 의무는 우리나라의 성인 남성에겐 예민한 문제다. 그럼에도 군 복무 기간이 전성기 시절과 겹치는 직업의 특수성을 이해해 나라를 빛낸 운동 선수에겐 특혜를 베풀 아량은 얼마든지 있다. 그 방식과 범위가 일반인의 상식에서 동떨어져 있지 않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