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벤투 감독을 기억하는 팬들은 의외로 많았다. 특히 머리가 백발로 향하는 남자 팬들이 '벤투'라는 이름에 반응했다.
브루노 마네이네 씨는 "한국에서 여기까지 축구를 보러 왔는가"라고 물은 뒤 이어진 대화에서 벤투 감독이 한국 대표팀을
맡고 있다고 하자 깜짝 놀라며 "중국에 있다고 들었는데 언제 한국 대표팀을 맡았는가"라고 반문했다.
소통의 문이 열리자 여기저기서 아는 척이 쏟아졌다. 에드가 만쏘우라는 팬은 "벤투 감독은 현역 시절 부지런했다. 우리
포르투갈 사람들을 보고 여유롭고 행동 양식이 다소 느리다고 하는데 벤투는 절대 그렇지 않았다. 한국은 벤투의 부지런
함을 잘 활용해야 한다. 수비형 미드필더라서 더 부지런했다. 그는 현역 시절부터 야망이 있는 친구였다"고 회상했다.
다른 것보다 벤투 감독에 대해 포르투갈어로 '암비시오소(Ambicioso)'라고 말하는 팬들이 많았다. 포르투갈어는 워낙 어
려워 유창한 지인에게 물어보니 '야망이 있는'이라는 뜻이었다. 한국에서 이 야망을 잘 활용해야 한다는 조언도 잊지 않았
다.
경기장 안전 관리 팀장인 마르코 자델 씨는 "벤투와 한국은 꽤 잘 섞였다고 본다. 한국은 월드컵에서 11명 모두가 표범처
럼 뛰어다니지 않았는가. 독일을 이긴 것은 대단했다. 벤투의 섬세함이 한국에 섞이면 상당히 재밌을 것 같다. 호날두가
있을 때 포르투갈과 한 번 월드컵에서 만났으면 좋겠다. 호날두를 막을 수 있는지 보게"라고 말했다.
주앙 파울로 알메이다 포르투갈 올림픽위원회(POC) 부회장은 "벤투가 한국 대표팀을 맡았다니 놀라운 소식이다. 언제 부
임했고 데뷔전을 치렀는가"라고 물었다. "코스타리카와 칠레를 상대로 1승 1무를 기록했고 내주 우루과이, 파나마와 경기
를 치른다"고 전해주자 "신기하고 흥미로운 소식이다"며 잠깐 흥분했다.
물론 금방 흥미를 잃은 알메이다 부회장은 "개인적으로는 벤투 감독을 싫어했다. 왜냐하면 벤피카에서 뛰다가 스포르팅에
갔기 때문이다. 나는 벤피카 팬이다. 벤피카가 포르투갈이나 리스본 내에서는 스포르팅에 비해 훨씬 큰 구단이다. 스포르팅
은 요즘 FC포르투나 SC브라가에도 밀린다"고 주장한 뒤 "그래도 (한국에서) 잘해주기를 바란다"며 웃었다.
스포르팅에서 벤투 감독에 대한 흔적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워낙 많은 인물이 스포르팅을 거쳐 갔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다시 포르투갈과 스포르팅, 벤피카 팬들의 뇌리에 박히기에 한국 대표팀은 꽤 매력이 있다는 것을 재확인했다. 이제 남은
것은 벤투 감독하기 나름이다.
이날 스포르팅은 마리티무를 2-0으로 이기고 4위로 올라섰다. 5일 열린 UEL 2차전 보르스클라(우크라이나) 원정에서도
종료 직전 극적인 골로 2-1로 이기고 아스널(잉글랜드)에 이어 2위가 됐다. 자델 씨는 조이뉴스24에 이메일을 보내 "스포
르팅이 보르스클라전에서 절망 앞까지 갔다가 살아왔다. 벤투 감독도 스포르팅에서 그런 경험이 있다. 한국에서 좋은 모습
을 보여주고 돌아왔으면 한다. 스포르팅 사람은 절대 위기에서 물러서지 않기 때문이다"고 행운을 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