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우즈베키스탄전을 힘겹게 이기는 것을 보고 94년 아시안게임이 떠오르네요.
94년에는 일본 히로시마에서 아시안게임이 열렸습니다.
이해에는 미국 월드컵이 있었고 여기서 우리나라는 상당히 선전을 했었습니다.
스페인과 2-2로 비기고 독일과는 3-2 지기는 했지만 잘싸웠기 때문에 94년 아시안게임에서는 86년이후 처음으로 금메달을 기대해 볼만했었죠.
예선에서는 네팔, 오만, 쿠웨이트를 만나서 가볍게 통과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역시나 쿠웨이트에게 덜미를 잡히면서 조2위로 8강에 진출하게 됩니다.
이렇게 조2위가 되면서 결승에서나 만나야 할 일본을 8강에서 마주치게 됩니다.
일본은 94년 월드컵 아시아 예선에서 이른바 "도하의 비극" (우리에게는 도하의 기적) 으로 출전권을 우리에게 빼앗겼기 때문에 일본도 우리에게 이를 갈고 있었습니다.
이 경기도 할 얘기가 많은 명승부 였지만 어쨌든 극적으로 우리가 이기고 4강에 진출합니다.
이때 4강 상대가 처음으로 아시안게임에 참가한 우즈베키스탄이었습니다.
우즈베키스탄은 소비에트연방이 무너지고 독립한 신생국이었고 옛 소련선수들로 구성되었기 때문에 굉장한 강팀일거라는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던 걸로 기억됩니다.
하지만 막상 경기가 시작되자 우리가 일방적으로 가둬놓고 패는 수준이었죠.
수도 없이 슈팅을 날렸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이럴 때는 상대 골키퍼가 항상 야신모드 더군요.
후반 중반 쯤 되었을 때 우즈베키스탄이 딱 한번 슈팅을 날렸습니다.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평범한 골키퍼 앞으로 굴러가는 땅볼 슛이었죠.
우리의 골키퍼는 여유있게 공을 끌어안으려다... 알을 까고 맙니다.
우즈베키스탄의 단 하나의 슈팅이었고 그 경기에 유일한 골이었습니다.
그렇게 우리의 금메달 꿈을 사라졌습니다...만.. 이게 액땜이 되었는지 이 후 중요한 경기에서 우즈베키스탄에게 지는 일은 거의 없었던 것 같네요..
그리고 그 때 알을 까셨던 골키퍼이 이번 우리팀 골키퍼 코치인 차상광입니다.
94년의 복수를 오늘 한 셈이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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