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축구협회에 이 일을 하러 올 것이라는 예상을 못 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제안을 받았고, 고민도 많았다. 일에 대해선 자신이 있었는데 국내 축구 환경을 극복할 수 있을까 싶었다. 협회에 들어온 이후 선수 발전, 기술 발전을 위해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내고 추진하는데 있어 국내 환경과 문화 그리고 발전 구조적 어려움도 있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일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얼마나 잘할지 두고 보자는 시선이 있어서 불편함이 없지 않지만 존경은 내가 달라고 해서 받는 것이 아니라 그쪽에서 주어야 하기 때문에 이 위치에 합당한 능력을 검증 받고 나서 존경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축구는 기술이 핵심이다. 그래야 경기가 발전하고, 경기를 통해 사람들의 흥미를 유발시키고, 산업을 키우는 것이다. 기술 발전은 곧 선수가 발전하는 것이다. 최근 FIFA와 AFC도 기술 파트를 상당히 중요시한다. 각종 세미나도 여기에 집중돼있다. 이렇게 중요한 기술 파트의 수장이 바로 테크니컬 디렉터이다. 테크니컬 디렉터는 선수 경험, 지도자 경험, 지도자 강사 경험이 모두 필요한 동시에 기획력, 예측력, 결단력, 인사 능력, 사회성 등 다양한 자질을 골고루 갖춰야 한다. 한 마디로 ‘슈퍼맨’이 돼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더 매력을 느끼게 된 것 같다.
홍콩에서 테크니컬 디렉터를 시작한 것은 2014년부터였다. 당시 연령별 대표팀과 국가대표팀 감독을 겸임하는 상황에서 홍콩축구협회의 영국인 CEO가 나에게 테크니컬 디렉터를 제안했다. 내가 감독을 하면서도 유소년 발전에 관심을 가지고, 각종 제안을 하는 것을 좋게 봐주신 것 같다.
사실 그 때만 해도 테크니컬 디렉터가 뭔지 잘 몰랐다. 그런데 AFC에서 일하고 있던 한 지인이 나에게 ‘앞으로는 테크니컬 디렉터가 대세가 되는 시대가 올 것’이라며 해보기를 권유했다. 그래서 한 번 해보자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게 참 쉽지 않더라. 일을 하면서도 열심히 세미나에 참석하며 공부했다. 내가 만든 구조와 정책을 통해 어린 선수들이 발전하는 모습을 보니 정말 뿌듯했다.
- 피닉스 프로젝트는 결실이 있었나.
물론이다. 특히 골든에이지(9~12세, 대한축구협회의 골든에이지는 12~16세)에 투자를 많이 했다. 골든 에이지 전문 코치를 스페인에서 데려와 아이들을 가르쳤다. 효과가 금방 나타나더라. 처음에는 아이들이 공에 대한 자신감이 없어서 잡으면 생각 없이 빨리 주려고만 했는데 해가 가면서 자신감이 붙는 모습이 보였다. 상황을 인식하고, 공간을 이해하고, 드리블로 상대를 제치고, 상황에 맞는 플레이를 하기 시작했다. 이 연령대 선수들이 자라면 성과가 나올 것이다. 하지만 팀이 좋은 성적을 내는 것보다는 좋은 선수가 나오면 더 좋겠다.
- ‘긍정적이고 능동적인 축구’를 강조하셨는데 유소년 축구에서는 몰라도 당장 남자 A대표팀이 국제 무대에서 경쟁할 때도 이 철학이 마찬가지로 적용될 수 있다고 보는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감독이 추구하는 축구 철학이 매우 중요하다. 선수는 감독의 철학을 따라간다. 물론 지금의 우리 성인 선수들은 어릴 때부터 연령별 맞춤 교육을 받지는 않았지만 유럽에서 능동적인 훈련과 플레잉 스타일을 요구 받고 있다. 잘 모르지만 K리그도 그런 철학을 바탕으로 훈련을 한다고 믿고 싶다. 선수들이 갖고 있는 기량을 봤을 때 충분히 능동적인 축구를 할 수 있다. 신태용 감독도 3월 평가전부터 현재까지 해온 것을 보면 능동적인 축구에 근접해가고 있다고 본다.
- 다시 한번 묻고 싶다. 남자 A대표팀이 국제 무대에서 능동적인 축구를 하면 성적이 날까. 아직까지 여기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있기 때문에 드리는 질문이다.
왜 안 된다고 생각하나. 세계적 레벨로 가려면 상대 실수를 기다리는 축구를 해서는 미래가 없다. 상대의 실수를 유발하고 경기를 지배하고, 능동적인 공격으로 공간을 이해하고 점령하지 않으면 이길 수 없다고 본다. 물론 수동적인 축구로 성공하는 케이스도 많다. 상대의 실수를 기다리고, 역습해서 득점하고, 실점하지 않고 성공할 수 있지만 그 성공은 지속적으로 오래 가기 힘들다. 그리고 발전이 전혀 없다. 나는 발전에 초점을 두고 싶다.
물론 한국 축구는 전통적으로 빠르고 역습에 강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 점을 혼합(Hybrid)할 필요는 있다.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환할 때는 볼 점유보다 카운터어택이 우선순위다. 단 공간이 열려있을 때 그렇다. 그러나 공격, 수비 상황에서는 우리가 공간과 시간을 점령하는 축구를 하고 싶다.
- 유소년 레벨에서도 한국만의 독특한 구조와 문화 때문에 능동적인 축구를 하는데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사실 걱정이 된다. 능동적인 축구를 하려면 적어도 9세 부터는 개인 전술을 익히면서 공간이해, 경기이해에 대한 기초를 다지고 좋은 지도자의 교육 아래에서 내가 생각하고 내가 판단하는 결단력을 갖춘 선수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 10대 후반부터는 피지컬 훈련, 전술 이해 능력을 심화시켜야 하고,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공부하는 선수를 육성한다는 것이 큰 흐름이지만 이 때문에 선수 능력이 하향 평준화됐다.
축구를 시작해서 중학교까지는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고, 기숙사에 따로 떨어져 있지 않고 부모와 함께 지내며 감성을 기르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선수 성장 구조상 고등학교부터는 훈련시간이 많이 늘어나야 하고, 기술 보강훈련, 근력발전, 파워 훈련도 필요하다. 훈련 시간이 늘어난 만큼 휴식시간도 더 필요하다. 그런데 학교 수업을 모두 받으면서 나머지 시간에 이 모든 것을 다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대학교는 말할 것도 없다. 교육부에서도 이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모두를 일률적으로 한 틀에 넣어서는 안 된다. 이젠 체력이나 기술이 아시아에서도 월등하지 않다.
정부 정책의 방향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은 힘들고, 그들을 이해시키는데 시간이 필요하다. 이해시키지 못 하면 우리가 다른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만약 그렇지 않으면 5년 안에 큰 위기를 맞게 될 것이다. 태국, 베트남에 지는 날이 올 수도 있다. 지금부터라도 여러 난관이 있지만 변화를 꾀하지 않으면 안 된다.
- 협회에 있으면서 임기 동안 이것만큼은 꼭 이루고 싶다는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
먼저 국민들이 자부심을 느낄만한 강력한 대표팀을 만들고 싶다. 좋은 지도자와 스태프가 우리의 대표 선수들을 최대한 지원해서 아시아와 세계 무대를 통해 국민들에게 자존감을 드릴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 또한 아까 말했던 선수 발전을 위한 구조, 기술 발전을 위한 구조, 축구 철학의 기본 틀을 만들고 싶다. 임기 안에 이룰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테크니컬 디렉터로서 역할을 수행하려면 최소한 월드컵이 열리는 주기인 4년은 주어져야 한다고 본다. 더 긴 안목으로 구조를 바꾸려면 10년은 주어져야 한다고 본다. 그래야 장기적 전략을 짜고 실행할 수 있다.
글 = 오명철
사진 = 대한축구협회
기사제공 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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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 http://sports.news.naver.com/kfootball/news/read.nhn?oid=490&aid=0000001269
6.1에 나온 축협 자체기사인데 .. 되게웃긴게 이떄 베플들은 적폐취급 안함 .
월드컵 끝나니 귀신같이 네이버에서 적폐행 .
오늘 감독선임관련 인터뷰에서도 능동적인 공격축구를 국축 철학으로 삼고 이에 맞는 감독 선임할꺼라는데 이떄도 능동적인 공격축구 강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