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월드컵에서 점유율 축구의 끝이 보인다
작성자: 닉 라이트
작성일: 18-07-03
△스페인은 16강에서 승부차기 끝에 러시아에 패배했다
스페인이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영광을 차지했을 때만 해도, 점유율 축구가 대세였다.
펩 과르디올라의 바르셀로나가 클럽 축구를 지배했을 때, 비센테 델 보스케 역시 티키타카를 사용해 스페인을 2008 유로 우승으로 이끌었다.
점유율 축구가 승리로 향하는 길처럼 평가받았지만, 8년이 지난 지금, 축구의 많은 것이 바뀐 것처럼 보인다. 2018 월드컵이 정말로 점유율 축구 시대의 종말을 고한 것일까?
러시아와의 16강 전에서, 스페인은 79%라는 경이로운 점유율을 기록했고 월드컵 역사상 최초로 단일 경기 1,000개의 패스를 성공한 팀이 되었다. 하지만 정규 시간 내에 월드컵 주최국을 쓰러뜨리지 못하고 승부차기 끝에 패배하고 말았다.
스페인은 이란을 상대로 힘들게 1-0 승리를, 모로코와는 2-2 무승부를 기록하며 이해할 수 없는 그룹 예선을 보냈다. 하지만 점유율을 기반으로 한 대표팀 가운데 이번 월드컵에서 애먹고 있는 팀은 비단 스페인 뿐만이 아니다.
2018 월드컵 평균 점유율(내림차순)
○스페인, 69%, 탈락 / 독일, 65%, 탈락 / 아르헨티나, 61%, 탈락 / 브라질, 57%, 진출
이번 월드컵에서 평균 65%의 높은 점유율로 2순위를 기록한 독일은 심지어 예선을 통과하지도 못했다. 평균 61%를 기록한 아르헨티나는 예선을 간신히 통과하고는, 프랑스를 높은 점유율로 몰아붙였음에도 패배했다.
스페인, 독일, 아르헨티나는 모두 점유율 축구를 보완할 돌파구를 찾는데 실패했다. 단 33%의 점유율로 포르투갈을 이긴 우루과이는 아주 견고하고 조직적인 수비와 효과적인 역습으로 성공을 이어나갔다.
“공을 소유하는 것이 득점 기회로 이어진다는 잘못된 생각이 많습니다,” 우루과이의 감독 오스카 타바레즈가 포르투갈을 상대로 이긴 뒤 말했다. “공을 오래 갖고 있지 않더라도 상대팀을 괴롭힐 수 있는 방법은 많습니다.”
△우루과이는 포르투갈을 상대로 단지 33%의 공 점유율을 가졌다.
타바레즈의 말은 통계와 기록으로도 증명됐다. 지금까지 한 팀이 65% 이상의 점유율을 기록한 경우가 16번 있었다. 하지만 그 중에서 오직 5번 밖에 승리를 챙기지 못했다.
만약 늦은 시간에 골이 터지지 않았다면 승리한 경기는 더 적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스웨덴을 꺾은 토니 크로스의 프리킥이나 코스타 리카를 상대로한 브라질의 극장골 말이다.
이런 상황은 튀니지와 잉글랜드 경기에도 나왔다. 해리 케인이 마지막에 결승골을 넣었는데, 이것이 점유율 기반의 팀이 상대편을 이기는 게 얼마나 힘든 지를 보여준다.
○45% 이하의 점유율을 기록한 팀들의 승률
흥미롭게도, 기록을 살펴보면 이런 상황이 최근 축구 트렌드라는 것을 보인다는 점이다. 2010 월드컵에서 스페인은 패스 위주의 전술로 세계를 지배했다. 당시 토너먼트에서는 45% 이하의 점유율을 기록한 팀들의 승률은 고작 3%였다. 그 수치는 2014 월드컵에서는 25%로 치솟았고 올해는 23%를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트렌드는 클럽 축구에서 더욱 도드라지게 나타난다. 레스터가 이런 트렌드로 2016 EPL 우승을 거머쥐었다. 지난 10년간 레스터 뿐만 아니라 다른 PL팀들 역시 적절한 점유율을 통해 성공을 맛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