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만명, 경기 보려고 '반차 휴가'
BBC "우리는 다시 꿈꾼다" 격려… 해리 케인 "최선 다했는데" 눈물
잉글랜드와 크로아티아의 월드컵 준결승전이 열리기 6시간 전. 잉글랜드 전역은 열기로 들끓었다.
영국 공영방송 BBC에 따르면 직장인 수만 명이 영국 시각으로 오후 7시 열리는 4강전을 보려고 반차 휴가를 냈다. 영국 '데일리 메일'은 "런던 축구 팬 수천 명이 개러스 사우스게이트 대표팀 감독의 트레이드 마크인 조끼를 응원복 삼아 일터로 향했다"고 전했다.
런던 하이드파크엔 1996년 자국에서 열린 유럽축구선수권(유로) 4강전 이후로 22년 만에 가장 큰 모니터(가로 94m, 세로 11m)가 설치됐다. 무작위 추첨으로 당첨된 3만여 명이 아침부터 모여 "집으로 오고 있어. 축구가 집으로 오고 있어!(It's coming home. Football's coming home!)" 노래를 불렀다. 우승컵이 축구의 발원지로 돌아온다는 의미의 잉글랜드 축구 응원가다. 런던 시내 펍(pub·선술집) 곳곳은 오전부터 맥주를 마시는 팬들로 발 디딜 틈 없었다.
전반 5분 만에 잉글랜드 키런 트리피어의 프리킥 선제골이 터지자, 시민들은 허공에 맥주를 뿌리며 자축했다. 하지만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후반 크로아티아의 동점골에 이어 연장 후반 역전골이 터지자 시민들은 믿을 수 없다는 듯 TV 중계 화면을 외면했다. 땅바닥에 드러누워 우는 팬도 많았다.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경기가 끝난 후 "라커룸 분위기가 견디기 힘들었다. 하지만 이런 경험이 앞으로 긍정적 부분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고 애써 위로했다. 이날 두 차례나 결정적 기회를 놓친 주장 해리 케인은 "우리는 최선을 다했다(We worked as hard as we could)"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초상집 분위기 속에서도 영국 언론은 대표팀에 비난보다는 격려를 보내고 있다. 일간지 가디언은 "직전 대회 조별 리그 탈락으로 체면을 구긴 잉글랜드가 러시아에서 축구 종가 자존심을 조금이나마 살렸다"고 했다. 잉글랜드 축구의 전설 게리 리네커(58)는 "미래에 더 좋은 팀이 되기 위한 의미 있는 과정이었다"고 평했다. 영국 BBC는 "결국 집으로 오지 못했다. 하지만 우리는 다시 꿈꾼다(It isn't coming home after all. But we dare to dream again)"는 짧은 평을 남겼다.
http://sports.news.naver.com/wfootball/news/read.nhn?oid=023&aid=00033868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