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위원장이 실질적인 감독 선임보다 중요하게 언급한 건 한국 축구의 철학을 정립하는 일이었다. 김 위원장은 수 개월 동안 지도자, 기술 스태프 등 축구협회 전반과 소통하며 만들었다며 한국 축구의 철학으로 '능동적인 축구'를 제시했다.
축구협회 새 철학, 유소년 육성의 '모범답안'
어려서부터 능동적인 축구를 하게 유도하면서 기술, 신체 통제 능력, 경기 지능을 강화하는 건 더 좋은 선수를 길러내기 위한 기본적인 방법이다. 최근 유소년 육성에 성공한 독일, 벨기에와 전통적 유소년 육성 강국 네덜란드의 공통점이다. 어차피 유소년 선수에게 가르칠 수 있는 건 기술과 지능이지, 체격과 신체능력은 아니다. 체격과 신체능력은 선천적인 요인이 결정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정책적으로 육성할 수 없다.
오히려 체격이 작지만 기술과 지능이 뛰어난 선수들이 있다면 어린 시절 도태되지 않도록 집중 관찰하고 지속적으로 기회를 부여하는 등 '체격의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보완할 필요가 있다.
한국 유소년 축구의 고질적인 문제를 잘 지적했다는 점에서도 축구협회의 철학은 의미가 있다. 한국의 많은 유소년 팀은 김 위원장이 부정적으로 거론한 "리액티브(수동적)"한 축구를 한다. 압도적인 개인 기량을 가진 공격수 한두 명을 스카우트한 초등학교 팀이 있다면, 그 공격수를 제외한 모든 선수들에게는 창의성을 발휘할 기회가 부여되지 않는 학교가 흔하다. 전국대회에서 우승을 휩쓰는 명문 축구부도 이런 전술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유소년 육성에 가장 나쁜 축구 스타일이다. 능동적인 축구를 한국 유소년 축구에 전반적으로 심을 수 있다면 선수들의 지능과 기술이 고르게 향상될 수 있다.
그러나 대표팀 감독 선임 기준이라면?
반면 대표팀 감독의 선발 기준으로 '능동적인 축구를 하는 감독'이어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 건 논란의 여지가 있다. 김 위원장은 "개인기술만 사용하고 네거티브한 축구를 하는 감독도 성적을 낼 수 있다. (그러나) 프로액티브(능동적), 포지티브(긍정적)한 스타일로 성적을 내는 감독이 우선 순위다. 그런 감독이 많다. 스타일이 다른데 굳이 (철학에 맞지 않는 감독을 선임)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철학에 맞는 인물을 고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타국 사례를 보면 유소년 육성은 능동적인 축구 중심으로 하면서도 막상 대표팀은 수동적인 전술을 쓰는 감독에게 맡기는 경우가 많다.
벨기에는 황금 세대를 이끌 첫 지도자로 마르크 빌모츠 전 감독을 골랐다. 빌모츠 감독은 주도적인 축구를 하는 전술가라기보다 카리스마를 중시하는 리더였다.
네덜란드는 21세기 최고 성적인 준우승을 했을 때(2010년)와 4강에 진출했을 때(2014년) 모두 전통과 맞지 않는 수비적인 축구로 성적을 냈다. 오히려 전통적인 토털풋볼을 부활시키려 했던 어설픈 시도는 예선 탈락으로 돌아왔다. 일본 역시 철저한 수비를 우선시한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 16강 진출을 달성했다. 이런 사례는 평소 철학이 능동적인 축구라도 실전에서는 때때로 수동적인 축구를 접목해야 한다는 근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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