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제도가 성적지상주의 부추겨

약속된 플레이로 득점 방식 몰입

대회 위주의 이기는 축구만 배워

유소년 시기 잠재력 향상은 뒷전

어릴 때부터 즐기며 기술 익혀야

“우리도 순수한 축구를 보고 싶다.”

전 K리그 감독 출신인 한 축구인의 일갈이다.

한국 축구 행정을 관통하는 키워드가 ‘인맥’과 ‘파벌’이란 건 공공연한 사실이다.

더 큰 문제는 특정 ‘파벌’에 편입되기 위해 입시 위주로 이뤄지는 축구 교육이 유소년 축구의 발전을 저해하는 것이다.

한국축구의 백년대계를 위해 이 악순환을 뿌리 뽑아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도 한국팀의 고질인 선수 부족 문제는 여전했다.

신태용(48) 감독도 대회 도중 “권창훈(24·디종), 김민재(22·전북) 등 부상으로 오지 못한 선수들이 내 머릿속에 많이 남아 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선수 수급에 차질을 빚자 전략도 통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그나마 붙박이 주전 선수들조차 ‘자격 미달’ 논란이 불거졌다.

중앙 수비수 장현수(27·FC 도쿄)는 멕시코와의 조별리그 2차전서 성급한 슬라이딩 태클을 하다 핸드볼 파울을 범해 선제 페널티킥 실점의 빌미를 내줬다.

이에 이영표 KBS 해설위원은 “이 경기를 어린 선수들도 볼 텐데, 축구의 기본에선 태클을 하지 않아야 하는 장면이다”라며 일침을 가했다.

전문가들은 유소년 시기 기본기를 제대로 익히지 못하는 이유가 ‘대회 위주의 평가제도’에 있다고 강조했다.

전 축구감독인 박경훈 전주대 교수는 “현행 유소년 축구는 성적 내는 것에만 관심이 있다. 우리 아이들은 이기는 축구를 배우지 기술 연마에 투자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일례로 서울 소재 한 대학의 2018년도 체육특기자 전형을 보면 △전국대회서 우승을 한 팀 소속 △전국대회 개인상 수상자 △청소년 또는 국가대표 경력자 등에게 만점을 부여했다.

 성적 지상주의와 파벌을 부추기는 입시제도 탓에 어린 선수들조차 인맥을 좇아 명문대를 찾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유소년 감독 역시 선수들의 잠재력을 끌어올리기보다는 약속된 플레이로 득점하는 방식에 몰입할 수밖에 없다.

한국 축구가 지향해야 할 모범사례로 북유럽의 신흥 강자 아이슬란드가 꼽힌다.

아이슬란드 축구협회는 2000년대부터 정부와 협업해 24개의 사계절 구장과 7개의 실내 축구장을 마련하고, 전국에 150개 소규모 훈련시설도 보급했다.

실내 구장에서 축구를 배우기 시작한 ‘인도어 키즈(indoor kids)’는 인구가 고작 34만명에 불과한 아이슬란드가 월드컵에서 강팀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던 원동력이 됐다.

김대길 해설위원은 “어릴 때부터 성적 스트레스 없이 축구를 즐기면서 기술을 익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체질을 바꾸기 위해선 10∼15년 장기 플랜으로 유소년 육성 방법을 찾는 것이 급선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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