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프로농구(NBA) 샌안토니오 스퍼스의 센터 파우 가솔. 파우 가솔 인스타그램
“그녀는 NBA 농구를 지도할 수 있습니다.”
미국프로농구(NBA) 샌안토니오 스퍼스의 베테랑 빅맨 파우 가솔(38)은 지난 11일(현지 시간) 미국의 미디어 플랫폼 더 플레이어즈 트리뷴에 ‘여성 코치에 대한 공개서한’이란 제목의 글을 기고했다.
가솔이 말한 여성 코치는 NBA 첫 여성 유급 코치이자 밀워키 벅스의 새로운 사령탑 후보로 거론되는 베키 해먼(41)이다.
가솔은 “내 부모님에 대해 조금 말해보고 싶다”고 운을 뗐다.
그의 아버지는 간호사였고 어머니는 의사였다.
가솔은 “사람들은 종종 아버지를 의사로, 어머니를 간호사로 착각했다”며 “하지만 나는 37년 간 어머니를 ‘여자’ 의사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내게 어머니는 항상 한 명의 의사였을 뿐이다”고 했다.
해먼 코치는 2014년 8월 샌안토니오에 합류했다.
2015년 여성 최초로 서머리그 감독을 맡아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고 2017년 10월엔 덴버 너기츠와의 시범경기에서 1·2쿼터 감독 대행을 맡아 팀을 지휘했다.
코치 사관학교로 통하는 샌안토니오에서 지도력을 인정받아 밀워키의 신임 감독 후보군에 올라간 상태다.
72년 NBA 역사에서 여성 감독은 한 명도 없었다.
가솔은 “만일 여러분이 높은 수준의 농구를 하는 사람에게 ‘여자 코치는 대학 농구나 WNBA에서 훌륭할 수 있지만 NBA에선 다를 것’이라고 말한다면 당신은 정말 무지(無知 )한 사람으로 보일 것”이라고 했다.
이어 “해먼은 남자 NBA 코치 수준으로 농구를 지도할 수 있다는 게 아니라, 그냥 NBA 농구를 지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건 내가 17년 동안 NBA에 있었기 때문”이라며 “나는 운동 역사상 가장 날카로운 두 사람인 필 잭슨과 그렉 포포비치(현 샌안토니오 감독) 밑에서 경기를 했다”고 덧붙였다.
가솔은 필 잭슨 감독이 LA레이커스를 이끌던 시기에 코비 브라이언트와 함께 뛰며 3년 연속 팀을 파이널로 견인했다.
그 중 두 번은 챔피언 반지를 손에 넣었다.
NBA 첫 여성 코치인 베키 해먼. 베키 헤먼 트위터
NBA에 명문화된 금녀(禁女)의 벽은 없다. 하지만 여자 코치가 남자 선수들을 지도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에 가까웠다.
가솔은 “혹자는 만약 NBA에 여자 감독이 있다면 락커룸에서 어색하지 않겠느냐는 말도 한다”며 “누군가는 이 말을 웃고 넘길 수 있겠지만 저는 이것이 우리에게 얼마나 창피한 일인지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NBA의 금기 사항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최근 피닉스 선즈는 유타 재즈의 코치였던 이고르 코코스코프(47)를 새 감독으로 선임했다.
코코스코프는 세르비아 출신이다. 유럽 출신의 코치가 NBA 감독이 된 건 그가 처음이었다.
스페인 출신인 가솔이 17년 전 드래프트에서 3순위로 지명됐을 때도 회의적인 시각이 팽배했다.
가솔은 “선발된 지 17년이 지났지만 나는 ‘유럽 선수가 3순위라니, 그건 미친 짓이야’라고 말한 사람들의 논평을 아직 기억하고 있다”며 “지금 여러분은 유럽 선수들이 항상 드래프트에서 높은 순위를 차지하는 걸 볼 수 있다”고 했다.
가솔은 “NBA가 더 큰 세상을 반영하기 시작한 건 무척 아름다운 일”이라며 “나는 지금 이 리그의 어느 곳에서나 그 모습을 보고 있고 그건 나를 자부심으로 가득 차게 만든다”고 했다.
그는 “제가 지금 당장 저의 NBA 가족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우리 모두 대단한 일을 계속 하자. 자랑스러워 하자. 그러나 만족하진 말자’라는 것”이라고 했다.
가솔은 NBA가 현실에 안주하는 리그가 아니라고 덧붙였다.
“두고 봅시다. 우리는 이제 막 시작했어요.”
코비 브라이언트는 자신의 트위터에 가솔의 글을 리트윗하며 두 손을 들어 환영하는 이모티콘을 첨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