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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에드먼턴

  • 작성자: 깐쇼새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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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 255
  • 2020.06.15
0. 2000년대 들어서 한국은 U-18 세계 청소년 야구 대회에서 3번의 우승을 차지합니다.
이 중 두번이 캐나다 에드먼턴이고, 한번은 쿠바에서 우승을 했죠.
2008년 에드먼턴 대회가 현재까지 마지막 우승입니다.
작년에 홈에서 열린 대회에서 11년만에 우승에 도전했지만 3위를 차지했습니다.
그리고 작년 대회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 선수들이 지금 1군에 데뷔해서 자리 잡고 있죠.
kt의 소형준, LG의 이민호, 삼성의 허윤동, 김지찬등이 대표적이죠.
작년 대표팀 3학년 선수들은 한명 빼고 다 지명 받아서 프로에 입단했고, 2명의 2학년 선수들은 올해 1차지명이 유력합니다.
한명은 덕수고의 장재영, 한명은 대구 상원고의 이승현이거든요.
장재영은 미국 안 가면 키움행 직행 열차 탑승이고, 이승현은 삼성이 벌써 유니폼 만들어놨을 것으로 보입니다.

첫번째 에드먼턴 대회 참가 멤버는 바로 전설의 82년생들입니다.
이 대회 클린업은 무려 김태균-추신수-이대호로 어마어마했죠.
이외에도 정근우도 있었고, 투수 쪽으로 프로 무대에서 성공했다고 말할만한건 이동현밖에 없긴 했는데, 이대호나 추신수나 당시 투수로 기량을 뽐냈고, 추신수 같은 경우 '신설포' 조 마우어의 고교시절 공식 대회 2삼진 중 하나를 이 대회에서 잡아냅니다.
에이스는 추신수였던 그 전설의 대표팀이고, 한국 국가 대표의 국제 무대 호성적을 이끈 황금 세대의 주축들을 낳았던 2002년 청소년 대표팀입니다.

그 다음 우승은 2006년 쿠바였습니다.
김광현-양현종 좌완 원투펀치를 주축으로 짠물 야구했던 팀인데 김광현은 예선 마지막 경기부터 결승전까지 모두 승리 투수가 되며 사실상 김광현을 갈아서 우승한 대회기도 합니다.
이종운 감독-그 델동님 맞습니다-의 첫번째 세계 대회 우승이기도 했고요.
대표팀 멤버 중 지금까지 프로로 족적을 남기고 있는 선수는 저 둘과 이천웅, 이용찬, 김선빈입니다.
김선빈은 2학년으로는 유일하게 승선해서 우승 멤버가 되었죠.
그리고 안타깝게 지병으로 세상을 떠난 故 이두환 선수도 이 대회의 멤버였습니다.

사실 이 두 대표팀은 아마 선수들 포지션 분배 잘해서 데리고 가서 실적을 낸 평범한(?) 케이스입니다.

이 두 팀과 달리 지금부터 언급할 2008년 대표팀은 뽑을 때부터 아마 야구계를 술렁거리게 만들었고, 우승으로 마무리 지을 때까지 계속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그 이유를 지금부터 적어보려고 합니다.

1. 2008년 고교 무대에는 좋은 유격수들이 많이 쏟아져나왔습니다.
이들 중 특출났던 4,5명을 묶어 4대 유격수 혹은 5대 유격수라고 불렀죠.
왜 4,5명이냐면 한명은 사실상 1학년때 이후 팀사정상 유격수 수비 이닝보다 투수 겸 4번타자한 게 더 많았거든요.

경북고의 김상수, 광주일고의 허경민, 서울고의 안치홍, 충암고의 이학주를 묶어부르는 팬들도 있었고,
여기에 1학년때 주전 유격수로 팀의 중추 역할을 하다 노히트노런도 해봤던 에이스-최성훈, 그 최성훈 맞아요-졸업, 차기 에이스로 손 꼽혔던 동기-최원제-의 전학 이후 강제로 에이스가 된 경기고의 오지환까지 5명을 묶어부르는 팬들도 있었죠.
이외에도 대구고의 정주현이나 광주 동성고의 문선재등 유독 좋은 센터 내야수들이 많이 나왔던 해입니다.

여튼 이런 와중에 2008년 세계 청소년 대회가 다가왔고, 파격적인 선발을 보여줍니다.
유격수가 야수의 정점이다, 라며 앞서 언급한 5명의 유격수 중 4명을 싸그리 다 뽑아버린거죠.
안 뽑힌 1명은 이학주인데, 선발 당시 이미 미국 진출을 확정지어서 배제됐다고 보는게 학계의 정설입니다.
이학주 미국 안 갔으면 유격수 4명에 유격수 가능한 투수 1명이 대표팀에 승선했을 지도 모릅니다.

이외에도 개성고의 박동원 대신 경남고의 김재민이 뽑힌 것도 감독 입김-이종운 감독이 경남고 감독이기도 해서-이라는 소리도 나왔고, 타당한 의견이긴 했는데, 저 충격적인 내야수 선발에 파묻혔습니다.
그마저도 김재민이 연습 경기 도중 부상을 당해 대회때 거의 나오지 못해서 백업 포수로 선발 됐던 김재윤(現 kt 투수)이 거의 다 뛰었는데, 김재윤은 이 대회의 좋은 모습을 발판 삼아 메이저리그 무대에 도전하게 됩니다.

외야수는 딸랑 3명 뽑아갔는데 그 중 2명이 지금 두산의 주전 외야수입니다. 박건우와 정수빈이죠.
박건우는 대회 기준 1년전 대통령배 결승에서의 송구 에러 이후 외야수로 전향했습니다.
이형종이 눈물 흘린 그 경기 맞습니다(...)

투수쪽은 두산팬들이 이종운하면 이가 갈리게 만든 이유가 된 덕수고의 성영훈이 에이스였고, 경남고의 박민규, 부산고의 오병일이 그 뒤를 받쳤습니다.
부천고의 장영석과 오지환이 내야와 마운드를 오가기도 했죠.

이런 와중에 팀에서 7번 달고 있던 김상수, 박건우, 허경민은 7번을 차지하기 위해 가위바위보를 하기도 했고 승자는 허경민이였습니다.

2. 이런 유격수 위주의 발탁에는 이종운 감독의 나름의 구상이 있었습니다.
사실 이학주까지 저 5명은 스타일이 확고했거든요.
탄탄한 수비가 장점인 허경민, 김상수(이 친구는 여기에 압도적인 주루툴까지), 타격은 2학년때부터 전국구였던 안치홍, 성적은 안치홍보다 떨어지지만 툴가이 재질을 마음껏 뽐내던 우투좌타 이학주, 오지환(둘 사이에서는 이학주가 조금 더 높은 평가를 받았고, 미국 진출 안 했다면 LG 1차지명은 이학주였다는 썰이 있었습니다.)
당시 기준 수비에서 제일 높은 평가를 받던건 허경민과 김상수인데 김상수가 활용도가 높으니 유틸, 허경민이 주전 유격수가 된거죠.
김상수는 내외야를 종횡무진했고, 대회 중반부터는 톱타자로 타선을 이끕니다.

그럼 남은건 안치홍과 오지환이죠.
안치홍은 2루수, 오지환은 지명타자 겸 투수 겸 4번타자 겸 주장을 맡게 됩니다.

대회 직전 연습 경기서 부상으로 사실상 대회 아웃이 된 주전 포수, 주최측의 삽질로 현지 공항서 발이 묶이는 등 선발때부터 이래저래 말이 많이 나왔던 대표팀은 멕시코와의 첫 경기로 대회를 시작하게 됩니다.

3. 첫 경기 멕시코 전은 2점을 선취하며 앞서 나가다, 선발 정성철이 난조에 빠졌고, 감독은 소방수로 지명타자로 출전하고 있던 오지환을 마운드에 세웁니다.
그리고 오지환은 2.2이닝 동안 4실점(2자책)을 기록하며 역전을 허용했는데, 7회초에 역전 3타점 적시타이자 결승타를 때려내며 팀을 나락에 빠트렸다 구해내며 승리로 대회를 시작합니다. 승리투수와 결승타를 모두 차지한 오지배 그 자체(...)

예선 2차전은 호주전이였는데 성영훈의 슈퍼 캐리와 장영석과 박건우의 홈런을 앞세워 무난하게 승리합니다.
성영훈은 8.2이닝 무자책을 기록합니다.

3차전은 네덜란드전, 앞선 2경기에서 부진했던 김상수가 1번타자로 나와 사구로 출루한 다음 현란한 플레이로 상대 배터리의 멘탈을 파괴 시키며 낙승을 거둡니다. 김상수는 4타수 3안타 3타점 2득점을 기록했고, 대표팀은 8강 진출을 확정합니다.

4차전은 조별 최약체 러시아전이였는데 17-2 무난한 낙승을 거둡니다. 부상중이였던 김재민까지 대타로 쓰는 여유로운 게임이였습니다.

5차전은 미국과의 1,2위 결정전이였는데, 장영석의 호투에도 불구하고 4-3으로 패배하며  조2위가 됩니다.

4승 1패, 생각보다 손 쉽게 8강에 진출했지만 미국전을 패배하며 8강에서 대만을 만나게 됩니다.

4. 토너먼트에 돌입한 대표팀은 8강에서 천관위를 앞세운 대만을 상대했고, 이종운 감독의 선택은 이틀 전까지 몸살로 몸도 제대로 못 가누던 성영훈이였습니다.
천관위를 상대로 고전할 것으로 예상 됐던 타선은 끈질기게 천관위를 상대했고 성영훈도 타자들의 활약에 역투로 화답을 하며 승리를 따냈지만 이종운 감독의 성영훈 갈기는 참-_-

성영훈을 갈아서 진출한 4강전에서는 야시엘 푸이그를 앞세운 쿠바 대표팀을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박민규를 선발로 내세운 한국은 힘든 경기가 될 줄 알았지만, 왠걸 박민규는 기대 이상의 피칭으로 쿠바 타선을 꽁꽁 봉쇄해버렸고, 타선은 꾸준히 점수를 뽑으며 박민규를 지원 사격합니다. 박민규는 무사사구 완투승을 기록했고 6-1로 승리하며 결승에 진출, 미국과의 리턴 매치를 치르게 됩니다.

결승전에서 이종운 감독의 선택은 여전히 제 컨디션이 아닌 성영훈이였고-_-4강전에서 손가락 골절을 당한 정수빈도 선발 출장 시키는 무식한 짓거리를 자행합니다. 팽팽한 투수전으로 예상 되었고, 제 컨디션이 아니였던 성영훈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였던 게임은 뚜껑을 여니 예상과 다르게 진행됩니다.
2회초 2사 3루에서 오지환이 결승타가 되는 중전 안타를 치며 선취점을 뽑았고, 2-0으로 앞서가던 5회초에는 정주현이 무사 1,3루에서 적시타, 이어지는 찬스에서는 안치홍이 싹쓸이 3루타를 치고 장영석의 플라이때 홈까지 밟으며 6-0으로 달아납니다.
그 사이 마운드에서는 성영훈의 그야말로 역투가 펼쳐지고 있었는데, 결국 9탈삼진을 곁들인 완봉승으로 세계대회 2연패를 완성하게 됩니다.

선발 당시 논란을 '야구는 유격수가 잘해!'라고 일축해버렸는데 진짜 이를 입증한 대회였죠.
실제로 02년이나 06년보다 가장 수월하게 우승하기도 했습니다.

5. 이 당시 선수들은 대회 전에 있었던 1차지명서 김상수, 성영훈, 오병일, 오지환이 뽑혔고, 나머지 선수들도 대회 직후 있었던 2차지명서 대부분 지명 받아 프로에 입단합니다.(김재윤 미국 진출, 류기훈 두산에 지명됐지만 대학 진학, 홍영현 미지명 후 대학 진학)

그리고 뽑을 때부터 말이 많았던 저 4명의 유격수들의 입단 이후 행적을 대충 정리해보면 이렇습니다.

김상수(삼성 라이온즈 1차지명)
전무후무한 정규리그 5연패, 통합 4연패를 이룩한 삼성 왕조의 수비 시스템의 핵심, 이학주 입단 이후 2루수로 전향해 청소년 대표팀 시절 돌격대장 모습도 잘 보이는 중

안치홍(기아 타이거즈 2차 1라 지명, 전체 1순위)
전학 때문에 1차지명 대상자가 아니였고, 2차 전체 1순위로 기아에 입단해, 2루로 자리 잡아 역대 최초 고졸 신인 미스터 올스타 겸 역대 최연소 미스터 올스타가 되었고, 입단하자마자 한국시리즈 우승을 하며 동기들 중 제일 먼저 반지를 끼는데 성공, 이후 하나 더 추가

오지환(LG 트윈스 1차지명)
에이스 최성훈의 졸업과 최원제의 전학 이후 1학년 때 이후 유격수를 거의 경험하지 못해 당시 감독이였던 재박량이 전지훈련서 펑고 쳐보고 투수 시키고 싶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투수로도 성영훈 다음 티어급은 되었으니 더더욱 투수하는게 맞지 않냐?라는 의견을 1년차때부터 퓨처스를 터뜨려버리며-수비로 팀을 터뜨리기도 하고-2년차부터 LG 트윈스의 주전 유격수가 되서 LG 투수들과 팬들의 눈물을 제물로 삼아 오지배 시절을 거쳐 현재는 어디 내놔도 부끄럽지 않은 수비 최강 공격 나쁘지 않은 준수한 유격수가 됨(물론 안 맞을 때보면 저 지명 수비놈 소리 나오는건 덤) 그리고 네명 중 유일하게 반지가 없.................

허경민(두산 베어스 2차 1라 지명, 전체 7순위)
동기들과 다르게 소속팀의 두터운 1군 뎁쓰 탓에 패스트 아미 빌드를 택했고, 전역 이후 두산의 주전 3루수로 자리 잡음, 야구 명문 광주일고에서 1학년때부터 주전 유격수를 할 정도로 수비 하나는 정평이 나있었는데, 어쩌다보니 방망이 준수하고 수비 쩌는 3루수가 된걸 보면 두산의 뎁쓰를 상대적으로 잘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여담이지만 아마 야구에서 1학년이 주전 유격수를 본다는건, 신생팀이 아니고서야 그 자체로 수비력에 관해서는 보증 수표를 받았다고 생각해도 무방합니다. 왠만한 기량 차이 아니고서야, 프로 지명과 진학을 염두에 두며 고학년을 쓸 수 밖에 없거든요. 그런데 허경민은 다른 야구부도 아니고 그 광주일고에서 1학년때부터 주전 유격수를 차지하며, 2학년때 대통령배 우승도 해보고, 3학년때는 여기를 봐도 유격수 저기를 봐도  유격수였던 08년 청소년 대표팀에서도 주전 유격수를 하게 됩니다.

이렇게 파란만장했던 08년 에드먼턴 팀은 성영훈이라는 아픔을 남기긴 했지만 대체로 잘 성장해서 골짜기 세대에서는 거의 유일하게 각 팀의 주축으로 자리 잡는데 성공합니다.

워 이렇게 길게 쓸 생각은 없었는데 엄청 길어졌네요.
긴 글 읽으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세줄요약

1. 야구는 유격수가 잘해!
2. 근데 저 유격수 중 지금 프로팀 주전 유격수는 딱 한명-_-
3. 근데 그 놈이 당시엔 가장 수비 못하던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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