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대표팀간의 월드컵 예선전인 이번 12일 경기는 12년 전 열린 올림픽 예선 경기와 성격 자체가 다르다.
일단 슈틸리케호는 지난 6일 수원에서 카타르와의 A조 3차전 경기를 치르고 단 4일 휴식 후 이란 원정에서 나서게 되는 만큼 12년 전 김호곤호처럼 열흘간 고지대에 적응할 시간적 여유를 누릴 여건 자체가 안 됐다.
지난 2004년 올림픽 대표팀은 선수 대다수가 K리그 소속이었고, 이란 원정이 소속팀의 비시즌 기간에 열려 쿤밍 훈련을 떠나 장기 합숙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는 소집 선수 3분의 2가 해외파인 데다 소속팀이 시즌을 진행 중인 현재 슈틸리케호에 해당이 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슈틸리케호는 카타르전을 마친 후인 지난 8일 테헤란에 도착했다.
즉, 한국의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노리는 슈틸리케호가 11일 이란 원정을 앞두고 현지에서 적응 훈련을 할 기간은 단 이틀밖에 되지 않았다. 즉, 슈틸리케호가 고지대에 적응할 기회는 전혀 없었다고 보는 게 정확하다.
심지어 몇몇 스포츠 전문 주치의는 최소 일주일간 고지대 적응 훈련을 할 수 없다면 해수면에 더 가까운 주변 지역에 짧게라도 머무르다가 경기가 열리는 당일에 현장에 입성하는 게 차라리 낫다고 주장한다. 단 2, 3일간의 고지대 적응 훈련은 오히려 악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게 그들의 생각이다.
실제로 스포츠 전문 주치의는 선수가 고지대에서 열리는 경기에서 정상적인 활약을 펼치려면 최소 일주일에서 길게는 약 3주의 현지 적응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스코틀랜드 에딘버그 대학에서 고지대 스포르 활동을 전문적으로 조사하는 켄 바일리 박사는 지난 1월 영국 축구 전문지 '포포투'를 통해
"고지대에서 단 이틀만 훈련한 후 경기에 나선다면 오히려 선수의 몸상태는 도착한 날 경기에 출전하는 것보다 더 저하된다. 이보다 차라리 경기를 한두 시간 앞두고 도착하는 게 더 낫다. 이틀은 폐와 뇌 상태가 고지대 환경 탓에 현장에 도착한 직후보다 더 안 좋게 만든다. 이 상태로 경기에 뛰게 되면 선수의 폐와 심장은 산소 공급을 위해 평소보다 두세 배는 더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그만큼 근육과 각종 세포에도 피로가 가면서 선수의 부상 위험까지 더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1970년 멕시코 월드컵에서 브라질의 우승 멤버이자 현역 은퇴 후 축구 전문 주치의가 된 토스탕도 바일리 박사와 비슷한 의견을 내비쳤다.
그는 "준비 기간을 확보할 수 없다면, 경기가 열리기 직전 현장에 도착하는 게 고지대에서 90분간 뛰며 느낄 고통을 최소화할 가장 좋은 방법이다.
고지대에서 경기하는 게 어려운 이유는 산소 공급도 있지만,
공기가 부족하다 보니 공이 평소보다 더 멀고 빠르게 날아가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선수 고지대에서 모든 환경에 적응하려면 최소 3주가 걸린다.
따라서 월드컵과 같은 대회가 아니면 고지대 경기에 제대로 준비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란은 13일 우즈베키스탄 원정을 마친 후 한국과 비슷한 시기에 테헤란으로 복귀했지만,
이들 중 대부분은 고산 도시를 연고로 하는 자국 리그 팀에서 활약 중이다.
이란 리그를 대표하는 에스테글랄과 페르세폴리스는 아예 아자디 스타디움을 홈 구장으로 사용 중이며
역대 최다 우승팀 세파한은 해발 1590미터의 고산 도시 이스파한,
한국전 명단에 포함된 자국 리그 소속 선수가 활약 중인 머신 사지, 트랙터 사지, 사이파도
모두 해발 1000m가 넘는 고산 도시를 연고로 하는 구단이다.
경기 전에 올라온 기사이지만,
고지대에서의 경기에 대한 흥미로운 분석이 포함된 기사이기에 올려봅니다.
http://www.goal.com/kr/news/147/korea/2016/10/11/28352232/%EA%B3%A0%EC%A7%80%EB%8C%80-%EC%A0%81%EC%9D%91-%EC%9D%B4%EB%9E%80-%EC%9B%90%EC%A0%95%EC%9D%98-%EB%98%90%EB%8B%A4%EB%A5%B8-%EB%B3%80%EC%88%98%EB%8B%A4?ICID=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