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벤투 감독의 축구는 빌드업 축구라고 쉽게 표현된다. 하지만 위원장 시절 빌드업 축구라는 건 없다고
단호하게 얘기했었다.
빌드업 축구라는 용어 자체가 세계 어디에도 없다. 공격 전개라는 표현이 어떻게 그 감독의 전술이라고 할 수
있겠나. 벤투 감독이 자신의 축구를 하는 데 있어서 빌드업을 중시하는 건 그의 전체 게임 모델에서 일부 파트다. 빌드업을
하는 데 있어서도 세부적인 옵션만 십수개가 있다. 벤투 감독은 자신의 축구가 그라운드에서 구현되는 원리를 몇 개의
키워드로 정한다. 그 키워드에 빌드업은 없다. 키워드 중 중요한 건 프리맨이다. 그라운드에서 축구를 할 때 상대 마크에서
자유로운 팀 동료, 프리맨을 빨리 찾으라고 한다. 다음은 수적 우위다. 수적으로 동률이 되면 반드시 우리가 한 명을 더
만들라고 한다. 수적 우위를 이용해서 누군가 프리로 치고 나가서 상대 라인을 무너트려라. 라인을 무너트리고 공간을 찾는
게 현대 축구의 기본이다. 그렇게 벤투 감독은 애니메이션으로 설명하는 영상을 만들고 그걸 업데이트 해서 다른 걸
보여준다. 만일 상대가 라인을 깊게 형성해서 모든 위치에서 압박이 형성됐고, 우리에게 프리맨이 없다? 그러면
타깃맨을 이용하는 롱볼로 가라는 거다. 이걸 빌드업 축구라고 못 박으면 그건 한 감독의 철학과 방법을 과소평가하는 거다.
능동적인 축구를 하는 데 있어서 공격 전개 한 면만 얘기하면 안 된다. 또 다른 중요한 파트는 주도적인 수비 리딩이다.
벤투 감독이 진짜 잘하는 건 이 주도적인 수비에 있다. 밑에 내려가서 진을 치는 게 아니라, 하프라인 위에서부터 상대의
실수를 유도하는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수비. 우리가 프레싱을 해서 상대 실수를 유도하는 채널링을 한다. 상대가 우리가
의도한 수비의 함정에 걸리고 공 소유권을 가져오면 거기서 공격 전환을 시도하는 것이다. 그 다음은 하이브리드 공격
전개(빠른 역습+완전한 볼 소유에 의한 세밀한 패턴 플레이), 그리고 치명적인 결정력까지다. 그 4가지를 기준으로
분석해서 강력한 방법론을 지녀야 능동적인 축구가 가능하다. 숏 패스로 공격 전개를 하는 것만 봐서는 안 된다. 그런
전술적 방법도 축구에서는 반 밖에 안 된다. 선수들과 소통하고, 상대를 분석하고, 어디에 허점이 있는지를 찾아 경기
플랜을 만든다. 거기에서 우리가 준비한 것 중 무엇을 적용할 것인가. 이게 되야 기본이다. 벤투 감독은 그런 방식으로
경기에 접근하고, 유럽에 있는 많은 감독도 그렇게 접근하다. 이게 지금 세계 축구의 스탠다드다. 벤투 감독은 스포츠
과학에도 관심이 많다. 선수 회복에 사용하는 에너지, 시간, 물자까지 다 체크하고 있다. 이런 복잡한 것이 모인 게 벤투
감독의 축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