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업이 전자업계 라이벌…수원-안양 시절부터 혈투
김호-조광래 차범근-귀네슈 서정원-황선홍 명장 열전
2000년대 초반 프로축구 K리그 경기를 취재하러 갈 때 가장 긴장된 곳이 수원과 안양이었다. 솔직히 연차가 낮은 기자가 가기엔 버거운 장소였다. 이것저것 챙길 것도 많았고, 비중 있는 기사도 많이 써야하는 곳이었다.
널리 알려진 대로 수원 삼성과 안양 LG간 라이벌 의식은 상상을 초월했다. 혹자는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의 더비(엘 클라시코)에 견주기도 하는데, 다른 건 몰라도 경기장 분위기만큼은 스페인에 결코 뒤지지 않았다.
2004년 LG가 연고지를 서울로 옮기면서 수원과 안양의 연고지 경쟁은 사라졌지만, 이번에는 수원과 FC서울의 라이벌전이 바통을 고스란히 이어 받았다. 서울 구단의 선수와 프런트 구성은 안양 시절과 변함이 없었고, 응원단만 바뀌었다. 열기는 예전 그대로였다.
● 슈퍼매치의 탄생
앞서도 언급했지만 진정한 라이벌전은 김호 감독과 조광래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처음으로 맞붙은 1999년부터라고 보는 게 정확하다. 1996년 창단 첫해에 K리그 준우승을 차지하며 주목을 받은 김호 감독-조광래 코치 체제는 오래가지 못했다. 수원을 떠난 조광래 코치가 1999년 안양의 지휘봉을 잡으면서 경쟁구도가 본격화 됐다. 수원과 안양은 감독간의 불편한 관계는 물론이고 연고지가 인접했다는 점, 충성도 높은 응원단을 보유했다는 점, 스타 선수들이 많았다는 점, 그리고 모기업이 전자업계의 라이벌이었다는 점 등이 복합적으로 얽히고설키면서 K리그 대표 라이벌로 자리를 잡았다.
신경전에 기름을 부은 건 서정원(현 수원 감독)이었다. 그는 안양 LG 소속 선수로 뛰다가 프랑스 리그 RC스트라스부르로 이적했는데, 문제는 그가 1999년 K리그로 복귀할 때 안양 대신 수원을 선택했다는 점이다. 그 때문에 이적료 반환 소송 등 법정 공방으로까지 이어졌고, 양 팀간 감정싸움은 정점으로 치달았다. 당시 선수뿐만 아니라 프런트들도 서로 등을 돌릴 정도로 신경전은 끝 간 데 없었다.
양 팀의 라이벌전은 그동안 K리그 대표 더비, 클래식 더비, 지지대 더비 등으로 불렸지만 2008년 수원 구단이 ‘슈퍼매치’라는 홍보자료를 만들면서 이 명칭으로 차츰 굳어지기 시작했다. ‘명품 더비’ 슈퍼매치는 그렇게 K리그의 최고 히트상품이 됐다.
● 슈퍼매치 감독들의 희비
슈퍼매치에서 가장 피를 말린 사람은 아마도 감독이었을 것이다. 그들은 매 경기 사활을 걸었다.
(감독간 기록 생략....)
현재까지 역대 전적에서는 수원이 32승20무29패로 근소하게 앞서 있다. 역대 최다 득점은 수원의 박건하와 서울의 데얀, 정광민, 정조국(이상 6골)이고, 최다 도움은 수원에서는 염기훈(7개), 서울에서는 데얀 몰리나 안드레(이상 4개)가 선두다.
● 명품 더비는 팬들이 만든다
프로 스포츠는 팬들의 사랑을 먹고 산다. 아무리 좋은 경기를 하더라도 관중이 없으면 의미가 없다. 그래서 프로 스포츠의 힘은 관중들의 열기에서 나온다.
슈퍼매치의 관중동원능력은 대단했다. 타 구장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관심을 끌었고, 팬들은 경기장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팀을 위해 마음껏 함성을 질렀다. 그게 슈퍼매치를 명품 더비로 만든 힘이었다. 2000년대 들어 꾸준히 3만∼4만 명의 관중을 유지하더니 2012년에 열린 4경기에서는 모두 4만 명을 넘기며 절정을 이뤘다.
통산 82번째 슈퍼매치가 12일 오후 7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다. 승부의 향방에 관심이 쏠리는 건 당연하다. 그건 선수들의 몫이다. 그 승부를 명품으로 만드는 건 팬들의 힘이다. 서정원 감독과 황선홍 감독이 10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팬들이 경기장을 찾아 주시면, 좋은 경기로 보답하겠다”고 한목소리를 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슈퍼매치가 이름값에 걸맞은 멋진 승부를 할 수 있도록 이번 주말 경기장을 꽉 채워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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