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선수들의 유럽행은 2022년 월드컵 본선을 위한 북한 축구계의 장기 플랜과 유럽에서 유학한 김정은 국방위원장의 이탈리아 축구 사랑, 그리고 스위스 및 이탈리아 출신 대리인들의 존재가 뒤섞여 이뤄지는 것으로 보인다. K리그 부산과 수원에서도 뛰었던 전 북한 대표팀 미드필더 안영학은 지난 4월 일본 경제지 ‘닛케이 아시안 리뷰’에서 “2022년 월드컵 본선행은 가능하다. 재능 있는 선수들은 충분하다. 경험만 쌓이면 된다”고 북한 축구의 잠재력을 설명했다. 북한은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으나 2014년과 2018년 대회에선 최종예선에도 오르지 못했다.
선수들이 이적하는 나라가 이탈리아와 스위스로 한정된다는 점도 특징이다. 지금은 방출됐지만 수비수 차정혁이 스위스 빌에서 2010년부터 5년간 뛴 적도 있다. 박광룡은 2011년 스위스 바젤에서 박주호와 한솥밥을 먹었는데 박주호 측 관계자는 “스위스 대리인이 인터뷰 답변도 대신 할 정도로 북한 선수들과 가까웠다. 북한에서도 국제심판 자격을 갖고 있는 축구인을 파견, 스위스 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을 관리했다”고 밝혔다. 이번 한광성과 최성혁의 페루지아 입단 뒤엔 북한과 자주 교류하는 안토니오 라치 이탈리아 의회 상원 외교위원회 서기장이 있다. 라치 위원장은 이미 북한을 여러차례 방문했는데 특히 스위스에서 유학한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 환담할 만큼 북측 고위급 인사들과 가깝다.
라치 서기장은 지난 4월 27일 이탈리아 일간지 가제타 델로 스포르트와 인터뷰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세리에A와 미국프로농구 NBA의 모든 것을 알고 있더라”고 소개할 정도였다. 결국 김정은의 관심이 북한 축구 성장 근원으로 간주할 수 있는 셈이다. 어린 선수들의 스페인 및 이탈리아로의 축구 유학, 평양 시내 국제축구학교 설립, 노르웨이 출신 예른 안데르센 감독의 북한 대표팀 부임도 모두 김정은이 정권을 잡은 이후 일어난 일이다. 여자축구대표팀이 2013년 한국에서 열린 동아시안컵에서 우승하자 김정은이 대형 인공기를 들고 평양 순안공항으로 직접 나간 일화는 북한 내에서도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