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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수 MLB일기<17> “올시즌 내 야구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 작성자: 너구리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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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 770
  • 2016.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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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한국시간) 오클랜드전에서 부상 당했을 당시의 추신수 모습. 추신수는 공에 맞는 순간 뼈가 부러졌다는 걸 직감했다고 한다.>


공에 맞는 순간 뼈가 부러졌다는 걸 직감했습니다. 제가 웬만해선 몸에 맞는 볼에 주저앉거나 고통을 호소하는 스타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5년 전 투수의 공에 맞아 왼 엄지손가락 골절을 당했던 상황이 떠올랐을 만큼 심각했습니다. 저를 향해 달려온 트레이너와 배니스터 감독에게 “부러진 것 같다”고 말했고, 결국 전 경기에서 제외된 채 곧장 클럽하우스에 있는 트레이너실로 향했습니다.


트레이너실에서 X-레이 사진을 찍었습니다. 예상대로 왼쪽 손목의 뼈가 부러져 있었습니다. 가슴이 답답해 터질 것만 같았습니다. 너무 화가 나고 속이 상하니까 눈물이 나더군요. 그때 우리 팀의 존 다니엘스(JD)단장이 트레이너실로 들어섰습니다. JD의 얼굴을 보는데 그 눈물이 제어가 안됐습니다. JD는 제 어깨를 토닥이며 “괜찮다. 네가 잘못한 거 아니니까 자책하지 말라”며 위로를 건넸습니다.


그 공을 치려고 나가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됐을까요. 이미 지난 일이고, 다 부질 없는 생각이지만 자꾸 그 장면이 제 눈을 어지럽히네요. 만약 제가 공을 피하기 위해 몸을 왼쪽으로 돌렸다면 등이나 엉덩이 쪽에 맞았을 공이었습니다. 2스트라이크 상황에서 계속 몸쪽으로 승부하는 투수를 상대하려면 몸쪽 공을 치고 나가야 했고, 투수의 공이 몸쪽으로 향하는 걸 보며 스윙하려다 공이 들어오는 스피드와 스윙 스피드가 맞물리면서 부상으로 이어졌습니다.


아내는 집에서 경기를 보고 있었습니다. 공에 맞는 장면도 그랬지만 중계팀에서 제 손을 클로우즈업할 때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고 해요. 그걸 보고 크게 놀랐던 모양입니다. 저도, 또 아내도 이젠 수술에 대해 별다른 걱정은 안합니다. 다치는 게 두려운 거지 다친 이후에는 수술받고 재활하면 됩니다. 이젠 그 정도의 내성은 생겼다고 봅니다. 그러나 팀이 지구 우승을 향해 달려가는 상황에서 수술받고 재활을 해도 정규시즌이 끝날 때까지 그라운드로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은 꽤 깊고 심한 아픔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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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사진은 수술 받기 전 병원에서 촬영한 X-레이 사진. 두 번째는 수술 후 촬영된 사진, 세 번째는 현재 추신수의 왼 팔목 상태이다.(사진=추신수 제공)>


1시간 정도의 수술을 받았고, 부러진 왼 팔목 부위에 금속판을 삽입해서 핀을 박는 수술을 마치고 퇴원을 했습니다. 수술 마친 다음날 다시 촬영을 했더니 5년 전 엄지손가락에 박힌 철심과 어제 수술했던 왼 손목 철심과 철판이 그대로 드러나더군요.


수술 후 배니스터 감독을 비롯해 코치들, 그리고 많은 선수들이 문자로 안부와 격려를 보냈습니다. 일일이 답장은 못했지만 진심으로 고마웠습니다. 선수들과 함께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팀에 도움을 주지 못해 마음이 아픕니다. 이 단어는 다시 안 쓸 줄 알았는데, 또 미안했습니다.


수술을 받고 나니 오히려 홀가분해지는 기분도 듭니다. 하루 이틀 지나며 조금씩 정리도 됐습니다. 그동안 속앓이했던 것도 훌훌 털어냈습니다. 전 항상 그러했듯이 조금 돌아가는 것일 뿐 다시 제자리로 향할 겁니다. 정규시즌에는 나설 수 없겠지만 포스트시즌을 향하는 팀에 도움이 될 수 있게끔 몸을 만들어 갈 예정입니다. 언제 어느 순간이 될지 모릅니다. 재활만 하다가 단 한 타석도 못 서고 시즌을 마무리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전 그 한 타석을 위해서라도 재활에 전념할 것입니다.


오늘 병원에서 치료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니 구단에서 보낸 박스가 도착해 있더군요. 상자를 열어보니 이런저런 약들과 뼈에 좋다는 음식 재료들이 한가득이었습니다. 그걸 보면서 구단의 의지를 읽었고, 저도 구단과 같은 마음이란 걸 다시 깨달았습니다.


높은 산은 절대 한 번에 오를 수 없습니다. 등반하다가 생각지 못한 난관에 부딪히기도 하고, 넘어지고 미끄러지면서 자신과 싸움을 벌입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오르는 이에게는 정상을 정복했다는 값진 쾌감이 느껴집니다. 전 제 야구 인생을 등반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그러했듯이 앞으로 또다시 이런 시련이 찾아와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수술로 고칠 수 있는 부상이라면, 재활로 극복하는 부상이라면 이겨내지 못할 게 없기 때문입니다.


저도 아내도 서로 내색하진 않았지만 아내가 꽤 많이 힘들어했습니다. 수술했던 날 저녁, 아내가 이런 얘길하더군요. “내가 다시 태어나면 추신수랑은 결혼해도 운동선수 추신수하고는 결혼하지 않겠다”라고요. 그리고 덧붙입니다. “그런데 추신수라면 시즌이 완전히 끝날 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준비할 것 같다. 그래야 추신수니까!”


그렇습니다. 전 아직 올시즌 야구를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재활에 집중할 것이고, 준비할 것입니다. 우리 선수들이 꿈꾸는 그 순간을 위해서 말입니다.


부상 소식에 많이 우울해 했을 팬들에게 또다시 죄송하다는 말씀 전합니다. 그래도 댓글을 통해 응원을 보내주시고, 좋은 말씀 많이 남겨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했습니다. 물론 비난의 내용도 있지만 그 또한 고맙습니다. 저도 화가 나는데 지켜보는 팬들은 오죽할까요. 언제쯤 부상 없이 야구에만 집중하면서 진심으로 야구를 즐기게 될까요. 정말 몹시 궁금합니다.


http://sports.news.naver.com/wbaseball/news/read.nhn?oid=512&aid=000000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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