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진짜 이런게 글쟁이 같음
엠팍에서 퍼왔는데 대박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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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리더로 산다는 것
122p
내가 처음 한화 감독으로 부임 했을 때 이게 팀인가 싶었다. 무엇보다 던질만한 투수가 없었다. 구단에 당시FA였던 장원준을 영입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결국 물거품이 됐고, 거기서부터 많은 것이 꼬였다. 하지만 리더는 아무리 어려워도 상황 탓만 하고 있으면 안된다. 그게 리더다. 가난한 살림 탓만 하는 것은 비겁한 짓이다.
돌이켜보면 물론 힘든 순간도 있었다. 내가 한화 감독으로 부임하고 6개월쯤 지났을 때인데, 때아닌 혹사 논란이 여기저기서 일어났다. 나는 그때 새삼 깨달았다. 김성근을 음해하는 세력들이 이번에도 나를 흔들려고 한다는 것을. 그런 음해는 내가 감독을 하는 동안 늘 따라다녔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익숙한 것이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모름지기 리더는 어떤 비난도 앞장서서 받아내야 한다. 그래야만 선수들이 야구에만 전념할 수 있다. 내가 아플지언정 선수들을 아프게 해서는 안된다. 리더는 사람들의 비난에 몸과 마음이 갈기갈기 찢겨도 선수들만큼은 보호해야 한다. 나는 그렇게 살았다.
139p
혹자는 "김성근 야구가 한물 간 것이 아닌가?"라며 의심을 하기도 했다. 다시 한화 감독 시절 이야기를 꺼내보면, 아마 내가 경질되기 한 달 전쯤 일이었을 것이다. 당시 권혁과 송창식이 부상으로 빠지면서 가난한 살림은 더욱 어려워졌다. 하지만 여기서 또 한번 강조하는 것은 리더는 절대 상황 탓을 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진정한 리더라면 그 어려운 상황 속으로 들어가 해결책을 찾고, 문제를 스스로 풀어나가야만 한다. 그것이 리더의 숙명이다. 어쨌든 권혁과 송창식의 이탈은 당시 5강 경쟁을 했던 팀의 입장에서 굉장히 뼈아팠다. 지금와서 하는 이야기이지만 이때 나는 한 가지 도박을 했다. 바로 투수들의 보직파괴를 감행했던 것이다. SK감독 시절 19연승을 했을 때도 나는 보직파괴를 승부수로 던져 성공했다. 하지만 밖에서는 보직파괴를 통해 권혁과 송창식의 부재에 따른 어려움을 최소화하려는 것으로밖에 보지 않았다. 이런 생각은 내가 추구하는 야구를 정확히 알지 못하는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다.
나는 보직파괴를 통해 당시 윤규진과 이태양 같은 선발투수들이 공 하나하나에 의식을 찾았으면 하는 바람이 더 컸다. 윤규진과 이태양은 선발로만 던지다보니 느슨하고 여유있는 피칭에 익숙해져 투구의 일관성을 잃어버렸다. 하지만 불펜투수는 마운드에 오르는 순간부터 공 하나하나에 승부를 봐야 하기 때문에 긴장감 자체가 다르다. 윤규진과 이태양이 불펜 경험을 하면서 투구 밸런스에 감을 잡은 지점이기도 하다. 결과는 역시 좋은쪽으로 나타났다. 윤규진과 이태양이 퀄리티스타트를 달성했던 것이다. 나는 경기를 지켜보는 가운에 투수는 보직을 옮겨가며 많이 던져야 한다는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확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여기에 대해서도 별 말을 하지 않았다. 사람들이 스스로 느꼈으면 했기 때문이다. 리더는 최대한 말을 아껴야 한다. 결과로 보여주면 그뿐이다.
이태양이 퀄리티스타트를 달성했던 날 나는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여기서 이름을 밝힐 수는 없지만 평소 나에 대해 악의적인 기사를 썼던 모기자였다. 그는 수화기 너머로 대뜸 나에게 사과를 했다. 그동안 자신이 '김성근 야구'를 의심했다는 것이 사과의 이유였다. 나는 그때 깨달았다. 인간 김성근은 허점 투성이지만, 적어도 내 야구만큼은 진실했고 옳았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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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김성근 입턴 기사보고 향후 자서전 내용 예상해봤는데
시간만 있으면 김성근처럼 자기 우상화하는 책은 백권도 쓸 수 있을 것 같네요.